박단 위원장 탄핵 주장 관련 2020년 신비대위 활동 정리
– 바뀐 지도부의 부회장까지 겪고 말하는 회고
– 2024 박단 탄핵 주장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어제 박단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해명 아닌 해명 글을 올리고 다소 잠잠해진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커뮤니티 상에서의 분위기는 험악했습니다. 박단 위원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의견이 빗발쳤고, 서명에는 2천명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2024년 의료사태는 2000년과 2020년의 의료파업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전 사례에서 배울 점은 많습니다. 어쨌든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것은 달라지지 않았으니깐요. 2024년 개별사직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합의문에 서명이 되어야 어느정도 진정이 될거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박단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을 많이 접했는데, 솔직히 보면 2020년에 있었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2020년보다 못합니다. 2020년에 대전협에 반대하던 사람들보다 지금 박단 위원장 탄핵을 요구하는 측의 논거라던가 설득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이전 사례들을 분석하셔서 논리를 좀 정교하게 다듬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분들을 단순히 비판하기 보다는 더 성숙해지는데 도움을 드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2020년 의료파업 합의 후 등장했던 신비대위 관련해서는 그동안 정리된 바가 전혀 없어보입니다. 관련된 글을 많이 읽어봤는데 신비대위에 대한 내용은 전부 뇌피셜이고 필드에서 직접 지켜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9월5일, 그러니까 최대집 전회장이 합의한 다음날부터 대전협 관련 업무에 액티브하게 참여했고 거의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직접 지켜봤습니다. 그런만큼 제 글은 길더라도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 신비대위 등장 이전
먼저 2020년의 지도부 교체는 당시 대전협 비대위의 총사퇴 후 이루어졌습니다. 2020년9월4일 금요일 최대집 전회장의 서명이 있었고, 9월5일 토요일 대전협에서 대의원총회가 있었습니다. 9월5일 이 날이 ‘박지현 위원장 재신임 + 로드맵 1단계(사실상 파업 종료)’ 투표가 있던 날입니다. 전공의들의 회의 난입이 있었던 날이기도 합니다.
9월5일 영등포 당산의 서울시의사회에서 있었던 대전협 대의원 회의에는 전공의대표들 뿐만 아니라 의대생, 전임의 대표들도 참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모두 쫓아냈기 때문에 자세히 취재한 기사가 아예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날 회의에서 투표 결과는 파업 종료였는데, 개표 직전 회의 밖에 있던 전공의(사실은 의대생이 반이었음)들이 밀고 들어가서 회의는 즉시 종료, 현장개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개표 결과는 9월7일 월요일 공개됐습니다.
– 각 병원 전공의 대표의 교체
9월7일 월요일, 인스타 라방에서 대전협 비대위가 사실상 파업 종료를 알리고 총사퇴합니다. 동시에 비대위에 소속됐던 몇몇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일제히 사퇴를 알리며, 새로운 대표가 나서지 않을시 사퇴한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재신임 된 것으로 알겠다고 합니다.
이 날 일부 병원들에서는 대표가 교체되었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에서는 나서는 사람이 없어 기존 대표가 계속해서 대표를 맡았고, 교체되더라도 기존 대표단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해 탄핵되고 기존 대표가 복귀하게 됩니다. (저는 탄핵을 주장하는 분들이 원내 대표가 되려 하더라도 대부분 이런 상황을 그대로 번복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만약 본인 병원의 현 대표들이 불만이다, 대표를 교체하고 싶다, 이런 분들이 계시다면 현재 원내 전공의 지도부의 기능을 대체할만한 그룹을 먼저 형성하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그러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쩌다 대표만 교체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끌려내려가거나, 어찌어찌 버티더라도 당사자들 빼고 모두가 질려하는 지겨운 정치싸움에 돌입하게 되어 인간에 대한 분노만 쌓이게 됩니다.
– 신비대위의 등장과 공식적인 인정
9월7일 저녁, 공지가 떴습니다.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는 회의가 있다고요. 원내 전공의들이 저에게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왔는데 저는 이미 줌 회의에 참석한 상태였습니다.
비대위 위원장의 교체에 대한 회칙은 사실 없습니다. 대전협 회칙 47조에 따르면 ‘회장과 대의원총회’가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다 되어있습니다. 그 외의 내용은 회칙에 거의 없어, 비대위 운영은 회칙에서 상당부분 자유롭습니다. 당시 신비대위 선출은, 기존 비대위 총사퇴로 더 스무스했었는데 온라인 대의원회의로 선 선출, 후 승인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신비대위 공동대표로 나선 사람은 7명이었으나 2명은 중도 사퇴했고 5인이 남아있었습니다. (처음에는 11명이었던거 같기도 합니다) 중도 사퇴한 두 분 중 한분은 전공의 대의원회의때 핵심을 관통하는 발언을 많이 하셔서 굉장히 스마트한 분이라 생각됐는데, 중도 사퇴하신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 파업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셔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5인의 공동대표를 내세운 신비대위에 대한 인준이 온라인회의에서 진행되었고, 투표 결과 신비대위는 기존 비대위를 대체하는 새로운 비대위로 인정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대전협 대의원 총회에 인준받은 것이 아니었기에, 2020년11월7일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기존 신비대위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 신비대위와 파업 종료
9월7일~8일 새벽 있었던 온라인 총회의 결론은 2가지였습니다.
첫번째. 신비대위 공동대표들을 새로운 대전협 비대위 대표로 인정한다.
두번째. 대전협 로드맵1단계 (사실상 파업 종료) 발표 후 파업 지속/종료된 병원들은 모두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
두번째 안은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안입니다. 완전 복귀한 병원이 있고 파업을 그대로 유지 중인 병원도 있는데 파업 계속으로 결론내면 복귀한 병원이 대전협을 패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프라인 회의가 있기 전까지 대전협의 권위를 유지시키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일 8일 오후, 영등포 서울시의사회에서 오프라인 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 초반에는 파업을 계속하자는 여론이 대세였는데, 몇시간의 회의 결과 여론은 뒤집혔습니다. 일단 한번 복귀한 전공의들이 다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 상태에서 대전협이 파업 지속을 주장해봤자 파업 지속되는 일부 병원들이 지쳐서 하나하나 복귀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A병원 대표 측에서 A병원에서는 재파업을 준비 중이니 일단 들어가자는 쪽으로 얘기를 해서 더 파업을 끝내는 쪽으로 결론이 난듯 하기도 합니다. 현장에 참석했던 저는 ‘A병원이 재파업을 하던 안 하던 지금은 파업 유지 못 한다. A병원이 진짜로 재파업을 해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는 없다’는 판단으로 파업 종료에 찬성했었습니다.
당시 전공의 대표들이 파업 종료에 투표한 마지막 결정타는 엔드포인트의 부재였습니다. 기존 비대위 소속이었던 전공의 대표들은 계속해서 신비대위에 엔드포인트를 요구했고, 이에 대답을 미루던 신비대위 측의 ‘엔드포인트는 없다’는 대답에 ‘환자 버리고 나온 파업에 어떤 조건으로 돌아갈지도 정해놓지도 않은 무기한 파업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시 신비대위 측에서는 엔드포인트가 뭐가 중요하냐는 표정이긴 했는데, 저는 엔드포인트의 부재는 문제가 있다고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회의 끝나고 신비대위에 전화해서 엔드포인트 없으면 망한다고 하니 그럼 드래곤시티 호텔로 오래서 가서 밤도 샜습니다)
결론적으로 신비대위는 파업 지속을 위해 최선을 다하긴 했습니다. 본4 놔두고 선배들이 복귀하는게 말이 되냐고 눈물 섞인 호소도 했었고요. 저도 그 말 듣고 마음이 아렸던 기억이 있지만 재파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죠. A병원 전공의 대표 측이 말한 재파업도 결국은 없었고요.
– 너도 쁘락치, 나도 쁘락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기존 구비대위는 기존에 의대협 – 대전협 등을 거치며 서로 친분이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신비대위는 서로를 거의 몰랐습니다. 누가 어떤걸 잘하고 어떤걸 못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었죠. 특히 누가 누구랑 친하냐가 이 상황에선 중요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기밀을 퍼다 나르는 사람이 대중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분위기였습니다. 신비대위 공동대표 5인 중에 이걸 잘 하는 사람이 있었고요. 덕분에 분노한 의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었죠. 문제는 5인 단톡방 대화내용까지 캡쳐해서 외부에 유출하기도 했었던거고요. 서로 쁘락치라고 내분에 싸움에 ..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심지어 갠톡 캡쳐까지 유출당했었는데 이 기분은 안 당해보면 모릅니다.
저는 다행히도 내부에서 쁘락치 논란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9월5일 대전협 대의원 회의 난입을 주도한 사람이 저였기 때문입니다. 9월5일 회의를 해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건 구비대위에 반대한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죠.
신비대위를 무너뜨리려는 사람과 구비대위와 친한 사람이 혼동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쁘락치로 의심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죠. 저도 당시에 온건 발언으로 수차례 구비대위 쁘락치 의심을 받았었는데, 다행히 9월5일 난입사건을 주도한 증거를 충실히 챙겨두었기에 증거 보여주고 바로 의심을 뿌리채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메디스태프에서 끊임없이 쁘락치 드립이 나올때마다 2020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때 신비대위 공동대표 중 1인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누가 쁘락치고 누가 쁘락치가 아닌지 모르겠다. 내 눈에는 모두가 쁘락치로 보인다. 믿을 수 있는건 선생님(저) 뿐이다. 너무 괴롭고 잠을 잘 수가 없다..’
– 돈을 둘러싸고 벌어진 횡령 논란
누가 이해하기 힘든 일을 벌일때 보통 원인을 돈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대전협에는 50억원에 가까운 성금이 모였었고, 서로가 돈 때문에 저런다는 비난을 벌였습니다.
시작은 신비대위 대표 중 1인이었는데, 전공의 복지를 위한다면서 사적으로 유용하기 위해 계좌를 옮긴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지현 대전협 전회장은 즉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무혐의 나왔는데, 의혹 제기한 측도 어느정도 논리는 있었고 제기 당한 측에서도 억울한 부분은 있었습니다.
반대편에서도 신비대위가 돈 노리고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도 공개적으로 올렸었는데,, 이 케이스는 고소 고발은 없었고요. 결국 신비대위 공동대표 5인 중 성금을 사용한 사람은 없었으니 이 케이스도 제기당한 측은 억울했죠.
돈은 한재민 회장이 당선 후 변호사 비용으로 거액을 사용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었던 액수가 있는데 얼만지는 안 말하는게 나을거 같네요. 제가 부회장으로 있을때 변호사 비용으로 그 돈 쓰면서 조민 성명서도 못 내는 이유가 뭐냐고 강력하게 따져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하튼 2020년 전공의 투쟁성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거로 기억합니다.
– 한재민 회장의 당선과 신비대위 대표들의 결별
한재민 전회장은 자신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를 잘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존 대전협 대신 신비대위 출신으로 대전협 회장이 당선되었다면 회원들이 바란 것은 안정적인 운영 보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강경한 회무라는 의미거든요. 하지만 한재민 회장은 안정적인 운영을 정상적인 것으로, 적극적으로 강경한 회무를 비이성적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강경한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신비대위 대표들과는 사사건건 마찰이 있었습니다. 정말 심했습니다. 위에서 ‘모든 사람이 쁘락치로 보인다’고 하셨던 분은 한재민 탄핵을 주장했는데, 제가 그말 듣고 열받아서 쌍욕했습니다. 당선된지 한달 됐는데 무슨 탄핵이냐고요. 당신이 당선시킨 회장, 당신이 1달만에 탄핵시키자 하면 그건 회원들을 기만하는 행위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한재민 회장이 잘못한건 잘못한거였고요. 신비대위 대표들은 얼마지 않아서 다 손털고 떠납니다. 다 떠나는거 옆에서 보고 있자니, 한재민 회장의 대전협호라는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느낌도 들고 위기감도 들었는데 어찌어찌 몇 달 더 버티긴 했었네요.
여담인데, 솔직히 남일이라 쉽게 욕하는 사람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실명 걸고 일하면서 침몰하는 배에 타보는 경험을 해봐야한다고요. 익명으로 누구 비난하는거는 어려울게 없죠. 실명걸고 활동하기 시작해봐야 뭐가 어려운지 알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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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새로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모른다
신비대위처럼 급조된 조직은 서로의 장단점을 모릅니다. 이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팀워크가 안 맞고요. 서로 쁘락치라고 의심하게 됩니다. 팀을 꾸리면 서로 자주 만나고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누세요. 당연한 얘기를 많이 해보는게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가치관이 서로 많이 달라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굉장히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 쁘락치 쫓아내도 또다른 쁘락치 온다.
위에 다 읽어보면 나옵니다. 당시에 40, 50대 개원의 선생님 그룹이 있었는데요. 이 분들께 중요 전공의 1인이 계속해서 SNS에 일베 유행어를 사용하는데 이를 말려달라 부탁하니, 일베면 반문 아니냐고 잘 하고 있는거라고 이걸 왜 말리냐고 제게 되물으셨습니다. 맘에 안 든다고 쁘락치 계속 걸러내다보면 마지막에는 일베 유행어 써서 우리편 인증하는 이런 사람들이 남게됩니다.
– 박단 위원장 탄핵을 주장하시는 분들께
. 정말로 탄핵시키고 싶으시면 먼저 세력부터 만드십시오. 대전협의 디시젼 메이킹은 대의원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최소한 본인이 본인 병원 전공의 대표는 되셔야겠죠. 현재 원내 전공의 집행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드시고 공식적으로 대표직을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 대의원 한명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면서도 많지 않습니다. 컴플레인은 쉬운데 다수결 하면 결국 나 혼자만 화내고 있거든요. 내 의견에 동의할 다른 대의원들을 포섭하십시오.
. 실명으로 활동하세요. 익명으로 박단 탄핵 주장해봤자 진짜 탄핵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거 신경 안 씁니다. 실명으로 활동하고 사람들 모이면 조금 더 신경 씁니다. 근데 실수 하나 할 때마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지긴 합니다. 계속 하다보면 몸무게가 10키로 정도 주니까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장점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