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TA 환자를 진료봤는데, 적반하장 가해자에 화난 환자분 얘기를 듣다보니 저도 같이 화가 나더라고요. 정차한 차량을 뒤에서 받아서 가해 100%인 상대방이, 병원 가보겠다 하니 ‘그런식으로 남 벗겨먹고 오래 살아라’라며 비아냥거렸다 하더군요. 듣던 저도 황당해서, ‘아이고 그러면 병원비 많이 나오게 한방병원 가시지 그러셨냐’는 말이 나올뻔하다 말았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한방병원에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들이 그렇게 많다하죠. 요즘에는 치료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아서 한방병원 통원시키는게 추세라고 합니다. 의과에서 치료범위가 굉장히 제한적인 것과 다르게 추나, 약뜸, 침, 약침, 습부항 등등 별의별게 자동차보험으로 커버되더군요. 한의사한테는 보험회사가 이 정도로 유할 수 있다는게 저에게는 다소 미스터리였습니다.
TA 후 8주 이상 치료받는 환자의 90%가 한방병원 진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정도로 오래 아프면 수술을 받거나 아니면 대학병원에 가야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8주 이상 환자가 나이롱환자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난치성으로 증상이 오래가는 분도 계시고, 아니면 기존 질환 때문에 수술할 정도로 나쁜 분도 저는 실제로 몇 분 봤었거든요. 웃기게도 자동차보험으로 수술이 커버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하지만 보험적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한약을 처방하고(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방병원 들에서 이런저런 논문은 많이 내고, 정부는 그것들을 근거로 인정해주더군요) 올때마다 비싼 치료들을 잔뜩 하는게 과연 치료효과가 있는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국토교통부가 8주 이상 TA환자 진료시 심사를 받게 하는 시행령이 통과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중순부터 통과된다, 통과된다 하던 법이 무기한 딜레이 되더니 벌써 1년이 넘어갑니다. 한의사협회 측에서 ‘대통령실이 8주룰 무산시키기로 했다’ 축포를 터뜨렸다가 대통령실이 이를 부정해서 한차례 소동이 있기도 했었죠.
8주룰은 결국 한의계에서 이권을 성공적으로 수호해낸 또하나의 사례같습니다. 한방미용, 한방 난임치료, 첩약 지원사업, 의원 수가인상 1.6% 받는동안 한방은 3.0% 받는 등등 한의계 밀어주기 사례는 끝이 없네요.
사실 8주룰 무기한 연장이 한의사 밀어주기의 대표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이를 찬성하기가 약간 애매한 부분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TA 8주 이상 치료 받는 환자들이 의과(현대의학) 의원/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기 때문이죠. 8주룰 통과를 지지했다가는 괜히 환자들에게 미움받는 일이 될까, 또 부작용을 생각해보면 마냥 지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싶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의사들이 여기에 대해 너무 조용히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8주룰에 관심갖는 것은 한의사들이지 의사들은 여기 관심 없거든요? 그런데 목소리를 내지 않으니 8주룰 이슈에 대해 보험업계 vs 의료계로 기사가 나오더군요. 의료계가 8주룰에 반대한다고요. 실제로 의사들은 8주룰에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죠.
여기에 대해 저희 모임에서 1인시위 하고 성명서 몇번 내니까 조금 바뀌긴 했습니다. 보험업계 vs 의료계로 나오던 기사들이 1인시위 이후로는 보험업계 vs 한의계로 나오더라구요. 기사 딱 하나 나왔던 시위였는데 그래도 나름 의미가 있구나 싶더군요.
8주룰에 관심갖던 경제부 기자들이 이번에 또 관심을 갖는 모양입니다. 6.3 지선 이후엔 어련히 통과될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또 딜레이 된다고 황당해 하네요. 제 생각에는 한의협 회장이 대통령 한방주치의 된게 역할을 크게 하지 않았나 싶은데 .. 그저 추측일 뿐이긴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다른 분들께서는 자동차보험 8주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8주룰이 통과되어야 한다기 보다는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한방치료 안 받는 조건으로 보험료를 3% 이상 싸게 가입할 수 있다던가 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
일단은 이 이슈가 의사들만 느끼던 정부의 한의사 밀어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시키기 좋기 때문에 의사들이 나서볼만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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