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 보장률 70%라는 의미없는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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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통계를 좋아합니다. 통계는 우리 눈 앞의 현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저 너머의 진실까지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통계라는 거울을 이용해 거짓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수치 해석에 의도적으로 개입해서 아전인수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하고싶은 이야기는 ‘건강보험 보장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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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3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야당에서 즉각 반박이 나왔습니다. “정치보복 때문에 건강보험을 망치려고 드는가” 반박의 대표적인 근거는 문케어 폐지였습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하 건보보장률)이 OECD 평균인 74%를 크게 밑도는 64.5%인데 문케어 폐지로 건보보장률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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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건보보장률이라는 수치는 의사들에게는 생소한 수치인것 같습니다. 의료제도에 관심이 많은 저도 다소 생소한 수치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건보보장률이 갖는 정치적인 의미는 큽니다. 당장 화제인 문케어만 해도 도입 근거가 건보보장률 70% 달성이었습니다. 문케어 폐지 반대의 가장 큰 명분도 건보보장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진중권 교수도 문케어 폐지와 관련해 문케어 폐지가 건보보장률을 떨어뜨린다며 문케어 폐지가 오히려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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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건보보장률에 주목하기 시작한지는 벌써 20년이 다 되었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 대선공약(건강보험급여율 80% 달성)에서 처음 언급되어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건보보장률 80%를 공약으로 내세웁니다. (노무현정부는 2008년까지 70%, 박근혜정부는 2018년까지 68%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문재인 전대통령은 보장률 90%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문재인정부에서는 70%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2021년 보장률 70%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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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건보보장률 강화가 대선공약 단골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가 어떻게 계산이 되는지, 왜 OECD보다 낮은지에 대한 분석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입니다. 건보보장률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 조사합니다. 계산은 개인의료비 중 급여비의 비율을 구하는 것입니다. 급여비(정부,의무가입제도)를 급여비와 민간재원(법정본인부담금, 기타본인부담금)으로 나눈 뒤 여기에 100%을 곱하여 %로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의료비 중에서 보험이 커버되는 액수의 비율입니다. 보험이 지출하는 비용이 많을수록 건보보장률은 증가하고,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이나 비급여, 자동차보험 등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많을수록 건보보장률은 감소합니다. (첨부사진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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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을 안 들이고 건보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비급여를 없애거나 급여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MRI와 초음파를 급여화한 문재인 케어, 그리고 현정부의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제도’입니다. 최근 재개된 이 제도는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를 샀습니다. 지난 12월19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성명서를 통해 “의료기관을 말살하는 비급여 보고제도 강행을 즉각 중단”을 요구했고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리마저 거스르겠다는것인지”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는데, 의료계가 이렇게 반대하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비급여 통제를 통해 건보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의사들 눈에 이해가 안되는 정부의 정책들은 대부분 건보보장률 상승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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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가 건보보장률을 높이는 기전은 단순합니다. 원래 비급여였던 MRI, 초음파를 급여로 바꿔버리니 총 의료비 중 급여비가 증가해 건보보장률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사실 건보보장률을 높이는 방법은 굉장히 쉽습니다. 비급여나 환자 본인부담금을 줄이고 국가가 돈을 지불하는 급여가 늘리면 됩니다. 비급여를 전부 급여로 바꿔버려도 됩니다. 라식/라섹 수술을 공짜로 해줘도, 한방 첩약 급여화를 해도, 한방물리요법 급여를 확대를 해도 건보 보장률은 올라갑니다. 비급여가 급여가 되는거니깐요. 참고로 한방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건보보장률 강화가 그 근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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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건보보장률이라는 수치에만 집착하는 것이 실제 국민 복지의 향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9월 급여화된 항 CGRP라는 약제가 있습니다. 이 약은 난치성 편두통에 사용되는 약으로, 비급여일 때는 적응증에 맞춰 사용할 수 있었으나 급여화가 되면서 심평원 요구 기준에 맞출 수 없어 급여를 받으려면 먹는 약을 끊어야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급여혜택 강화 촉구를 청원한 두통 환자는 차라리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기까지 했습니다. 두통 환자를 위해 건보보장률을 낮추라는 주장을 두통환자가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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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보장률이라는 수치에만 집착하면 나올 수 있는 주장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수치를 날것 그대로 해석하면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하는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한의사를 없애자는 주장이라던가요. ‘2021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반병원의 경우 발생하는 의료비 중 급여는 겨우 35.8%, 비급여본인부담률은 53.2%에 달합니다. 한의원의 경우도 법정본인부담률과 비급여본인부담률은 합계 43.4%입니다. 의료비 통계 계산에서 한방병원과 한의원이 없어지면 건강보험보장률은 올라가게 됩니다. OECD 통계에는 한의사가 없기 때문에 OECD 기준을 따라간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요. 한방병원과 한의원의 의료비 지출 때문에 건보보장률이 낮아진다는 주장까지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첨부사진 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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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의사들이 계속해서 주장하는 ‘수가정상화’시에도 건보보장률 수치는 증가합니다. OECD에 따르면 2017년 ‘건강에 대한 비교 물가 수준’은 OECD 대비 66%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수가를 50% 인상해 OECD 대비 100% 수준으로 변경하고 본인부담금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건보보장률은 75%로 2021년 기준 OECD 평균인 74%를 넘어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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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위에 언급한 건보보장률 강화 방법들은 사실 현실성이 없습니다.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존재하는 한의사를 없앤다는게 법적으로나 국민정서상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수가 50% 인상’ 시에는 단순 계산해도 매년 35조 원 가량의 추가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계만 놓고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케어 폐지가 건보보장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옳다면 똑같이 ‘한의사가 낮은 건보보장률의 원흉’ 이라던가 ‘한방병원을 없애야 건보보장률이 강화된다’ 던가 ‘수가정상화가 건보보장률 강화의 정답’이라는 주장도 똑같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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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건보보장률은 정치권에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건보보장률은 참고만 할 뿐이지 절대적인 수치는 아닙니다. 차라리 필수 건강서비스 보장 지표 같은 것들이 실제로 국민복지에 부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건보보장률은 건강보험 환자만을 대상으로 정책 변화를 측정할 목적으로 산출되는 지표이고, 또 건보보장률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OECD 평균은 한의사가 없는 것입니다) 건보보장률 80%, 85%, 90% 공약도 이제는 그만하는게 맞고 모든 것을 건보보장률에 끼워맞춰서 억지 주장 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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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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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2021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실태조사 결과.
OECD (2019), “Comparative price levels for health, 2017, US=100”, in Health at a Glance 2019: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https://doi.org/10.1787/f575184f-en.
서남규. (2020) 국제 비교를 통해 본 건강보험 보장률의 의미. 보건복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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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글에 맞지 않아 적지 못한 내용을 따로 적습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A/(A+B+C)
A는 급여비 (국가가 내주는 돈)
B는 법정본인부담금 (환자가 내는 돈)
C는 기타본인부담금 (비급여, 자동차보함 등등)
A+B+C는 의료비
참고로 미용, 성형은 의료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피부과 의료비에 비급여가 많은데 어디까지 포함되지 않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탕약은 상병명이 기입된 경우 (ZZ00:일반첩약 즉 치료외적 목적의 첩약 제외) 의료비에 포함이 됩니다.
(참고자료 3 참고)
전체의료비 중 한방병원과 한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액수는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