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짜뉴스와 절대로 깨어져선 안됐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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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전공의의 눈으로 목격한 2020년 의료파업.

3. 가짜뉴스와 절대로 깨어져선 안됐던 믿음.

8월 25일, 파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파업시작 만 이틀만이었다.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 시작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파업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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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선생님, 파업이 종료될거라는 찌라시가 있어요. 정책추진을 전면 중지하고 차후에 의협과 협의하여 결정하겠고, 특히 의협과의 합의 없이는 일방강행하지 않겠다 ..

위의 내용으로 복지부와 의협이 거의 합의가 다 된 상태라고 한다는데….

Y(대전협 관계자) : 가짜뉴스입니다

A : 다른 병원에서 공지된 내용이라는데 가짜뉴스가 맞죠? 믿어도 되죠?

B : 가짜뉴스가 맞나요? 다른 병원은 의협이 빠져도 파업 지속할지 투표한다는데요

C : 호남 영남쪽 친구들과 통화했는데 전체투표 하고 있는 병원도 있다고 합니다

K(대전협 관계자) :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동요되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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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또 다른 소문이 돌았다. 파업을 끝낼지에 대해 타병원 전공의들이 투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내 한 대전협 관계자는 이 소문에 오해라고 발언했다. 주위 의견은 둘로 갈렸다.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믿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관계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부 분열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일순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전공의들은 어떻게든 하나로 뭉쳐야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힘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감돌았다.

나 뿐만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반응이었다. 당시 전공의들의 믿음은 폭풍우를 만나 난파직전인 배의 선원들이 선장을 향하는 그런 것이었으니까. 180석이라는 거대한 힘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던 정부의 독단이라는 폭풍우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선장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장이 무너진다면, 정부는 원자력과 법조계에서 그러했듯이 전문가의 발언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의료정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공공의대에서는 매년 약 50여명의 친시민단체 의사들이 배출이 되겠지. 그리고 그들이 의료계를 무너뜨리는 정책에 앞장서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렇게 되면 의사도 죽고 환자도 죽는다.

당시만 해도 나는 박지현 전 회장을 우리가 넘볼 수 없는 힘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믿었다. 마치 그의 힘과 능력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었던 파업을 가능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능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전공의 파업 또한 그의 능력에서 많은 것이 기인했다고 생각했다 당시까지는.

이 절대적인 믿음은 내외부적 요인으로 단단히 맞물려있었다.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외부적 폭풍이 있었고, 내 마음 속에서도 그들을 기꺼이 믿고 싶다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만약에 전공의 단체 행동이 실패한다면 개인으로선 이렇게 싸울 수 없을테니까, 우리는 온 힘을 다해서 대전협이 우리를 대표해 무언가를 해내 주기를 바랐다. 나로선 믿고 따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나는 그들이 주장한대로 그 외의 의견들은 ‘가짜뉴스’로 치부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을 “정부의 프락치다”라고 화내기도 했다. 내 시야에서 대전협 관계자들의 말만을 인정하고, 그 외의 것들은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다른 전공의들도 나와 비슷한거 같았다. 조금씩 이상한 전운이 감돌았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파업 준비를 했다.

25일, 병원 회의실에 들어갔다 먼저 와서 피켓을 만들고 있는 전공의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가 이런걸 하고 있다니’라는 생경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의 표정은 못내 진지했다.

“선생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니에요 이거라도 해서 다행이네요. 솔직히 위(대전협)에서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의 눈은 다시 피켓으로 향해 있었다. “맞아요”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대전협 지도부의 말을 들을테니까, 우리가 힘을 실어줘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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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진행 정리)

병원 내에서는 24일부터 각 년차별로 회의가 열렸다. 대중에게 전공의 단체행동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홍보자료제작, 1인피켓시위, 피켓 라운딩, 팜플렛배부, CPR팀, 코로나 선별진료 등이 그 회의의 결과물들이었다.

홍보팀이 21일부터 자체적으로 홍보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25일까지 팜플렛과 피켓들이 완성됐다. 26일부터는 본격적으로 피켓시위를 하고, 피켓을 가슴과 등에 매고 병원을 돌아다니고, 팜플렛을 배부했다.

코로나로 시위를 할 수 없었던 전공의들이 ‘진짜 파업’을 한다는 사실이 가슴에 와닿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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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상황 정리)

2020년8월23일 전체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 날 저녁 정세균총리와 대전협 수뇌부가 간담회를 가졌고, 그 다음날인 24일은 의협과 정세균총리와 간담회를 가졌다. 정세균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업무개시명령과 의사면허정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왜냐하면 24일 공지에서 업무개시명령의 일정에 대한 언급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여론은 의료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의사에 점점 호의적으로 변했다. 특히 공공의대 학생 선발방법이 논란이 되면서다. 시도지사 추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의혹에 보건복지부가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뽑는다는 해명을 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정치권에서도 의료파업을 옹호하는 발언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론은 의사의 반대편에 서있을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전공의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었다. 병원 밖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가 말이다.

8월25일은 전공의들이 총파업에 돌입한지 만 2일째 되던 날이다. 또한 세번째로 전국의 전공의 대표자들이 모여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던 날이기도 하다. 이 날 회의부터 일반전공의들은 회의 출입이 금지되기 시작한다. 소위 ‘밀실회의’의 시작이다.

이 글 앞부분 전공의들 대화내용은 25일 전체 전공의 대표 회의가 진행되던 중,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단톡방에서 있던 대화이다. 타병원에서 공지된 글이 원내에 공유되었다. 파업이 갑자기 끝날 수도 있다는 글이었다. 이에 대해 한 원내 대전협 관계자 전공의가 가짜뉴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복수의 전공의들이 여러 병원의 전공의들에게서 해당 내용으로 여러 병원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달받았다고 했다.

저녁에 시작되어 모두가 잠든 새벽에 진행된 8/25 대전협 긴급회의. 회의는 새벽까지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몇몇은 파업이 끝날까 벌벌 떨며 결과를 기다렸던 회의. 회의가 종료된 다음날, 26일 새벽 투표결과가 공지되었다. 파업 지속.

‘우리 젊은 의사는 비상대의원 총회를 통해해 올바른 의료로 국민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파업 유지를 결정하였다. 이에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중략) 젊은 의사 단체행동은 잘못된 정부 정책의 철회를 이루어낸다. (중략) 내부분열을 유발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는 회원은 의협 중앙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습니다. (하략)’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파업은 유지된다. 목적은 정부 정책의 철회. 루머를 퍼뜨리지 말라.

하지만 파업 유지라는 결과에만 안심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파업이 왜 끝나야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파업을 끝낼지 말지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던 것.

(참고로 하단에 첨부한 8/26 청년의사의 기사에 따르면 의협과 복지부는 합의문을 마련했었다. 복지부가 공개한 전문은 본 글에서 처음 언급된 ‘받은글’과 중요 내용이 상당부분 일치한다. 특히 의협 협상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일치한다. 따라서 대전협 관계자였던 Y 전공의가 대답한 ‘가짜뉴스’라는 발언이 오히려 가짜라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자료에 의하면 이 날 파업 유지, 파업진행방법, 그리고 ‘전공의 전체투표가 아닌 대의원의 표결로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무엇을 정하는지는 표시가 안 되어있다. 파업 종료를 포함한 중요한 결정을 말하는듯 하다) 참고로 미리 공지된 총회 안건에는 대의원 표결로 하는지가 명시가 안 되어있었다. 그리고 본원 단톡방에 공지된 대전협의 공지에도 대의원 표결로 결정된다는 안건은 없다.

26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의료계 총파업에 강력 대처하라”는 기사와 함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었다. 건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 보건복지부의 실사가 나와 전공의들이 병원을 탈출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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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8월23일부터 26일 아침까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파업이 갑자기 끝날 수 있었던 정황이 파업 초반부터 있었던 것과 대전협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였던 전공의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평전공의 입장에서 2020년 의료파업을 묘사하는게 제 연재글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는 23일 전공의 전체 업무중단이 시작되고, 23.24일 총리간담회, 25일 전국 수련병원 대표자회의, 26일 업무개시명령을 정리했습니다.

복기해보니 전공의들이 활동하는 모습들은 8월26일부터 나왔습니다. 피켓시위 하는 내용이나,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는 모습들이요. 그래서 8월26일 아침까지만 다룬 이번 편에는 전공의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진이 없고 대신 다른 사진들로 내용을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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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 정총리-전공의협의회 면담 진행 중…이 시각 정부서울청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0889638

8.24 안철수, 정권 향해 “국민·의료진 이간질 이적행위 중단하라”

https://www.dailian.co.kr/news/view/914204

8.24 주호영 “2차 대유행 이유 불문 정부 책임..정치공세 중단해야”

https://news.v.daum.net/v/20200824101646925

8.25 시민단체 활동하고 자녀 의대 보낸다? 공공의대 학생 선발 기준에 시민단체 추천 논란

http://medigatenews.com/news/2076406082

8.25 시민단체 공공의대생 추천에…”운동권 자식만 의대가냐” 분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55847

8.26 의협은 복지부와 합의했었다…전공의들, 의협 협상안 거부[전문]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2124

8.26 文대통령 “의료계 총파업, 강력 대처하라”

https://www.fnnews.com/news/202008261407419804

8.26 박능후 “오전 8시, 수도권 전공의·전임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29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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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rologue. 한성이와 반성이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468004966613229

1. 의료파업의 첫 단추. 8월7일 대전협 집회.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491019247645134

2. 무겁디 무거운 가운을 벗은 날, 8월23일.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15153955231663

3. 가짜뉴스와 절대로 깨어져선 안됐던 믿음. (8/23~26)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43407369072988

4. (외전) 이대의대생-이대목동병원 전공의 간담회 (9/10, 파업종료 이후)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62596597154065

5. 추노, 보건복지부에서 온 노비 사냥꾼. (8/26~28, 8/31)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86703301410061

6. 밀실회의 (8/29~30)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34251673321890

7. 파업 종료 직전. (9/1~9/3)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67261516687572

8. 제3차 범투위 회의, 9.4합의 서명 전날의 회의. (9/3)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90056504408073

9. 의정, 의당 합의. (9/4)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713603208720069

10. 대전협회의, 서울시의사회 난입사건. (9/5)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95085520166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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