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9월5일 대전협 전국 대표자회의, 서울시의사회 난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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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전공의의 눈으로 목격한 2020년 의료파업.

10. 9월5일 대전협 전국 대표자회의, 서울시의사회 난입사건

이 날 회의는 9월5일, 2020년 9월 4일 최대집씨의 합의문 서명 다음날 있었던 대전협 전국 대표자들 회의입니다. 원래는 5일이 아닌 7일에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긴급하기에 대의원들의 요청에 의해 합의문 서명 바로 다음날인 5일로 앞당겨졌습니다.

9월5일 대전협 회의에서, 대전협은 대의원들의 투표로 파업을 종결시켰습니다. 하지만 회의 전까지 안건은 전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예고되지 않은 안건으로 다수가 예상치도 못한 결론을 내린, 어떻게 보면 날치기 의결이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교수님과 일부 전문의들, 전공의, 의대생들이 회의장에 난입해 회의를 종료시켰습니다. 바로 전날인 9/4 최대집씨의 합의에 전공의들의 반발한 것과 거의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사화는 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의 전공의들이 기자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막았기 때문입니다.

[[ 배 경 ]]

이 날 회의도 밀실회의였습니다. 8/29 회의와 마찬가지로 안건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대의원들은 파업 지속/중단에 대해서만 의견을 취합해왔지만 대전협에서는 예고에 없던 단체행동(파업) 단계별 로드맵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이 중 단체행동(파업) 1단계는 1인시위 외 전원 복귀로, 파업 종료를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대전협은 파업 종료를 종용햇습니다.

대전협은 단체행동 단계를 박지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박지현 대전협 회장)의 신임/불신임과 묶어서 단체행동 1단계, 즉 파업 종료를 유도했습니다. 9월4일 박지현씨가 한겨례 신문을 통해 마치 대전협은 파업을 계속할것 같은 상황을 연출한 것과 정 반대의 행동입니다.

이런 연출 때문에 박지현씨의 신임/불신임 안건이 올라올 것이라고는 평전공의도, 전공의 대의원도,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박지현씨의 신임은 당연한 것이고 파업 지속 여부만이 바뀔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기에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박지현씨를 신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한 대전협은 박지현씨 신임을 로드맵 1단계로 묶었습니다. 박지현씨를 신임하고 단체행동을 로드맵 1단계로 격하한다. 다수의 대의원들은 파업 종료인 로드맵 1단계에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의에서 박지현씨 신임과 로드맵 1단계로 파업 종료에 투표한 대의원들은 병원에 복귀해 같은 병원 전공의들에게 강력한 질타를 마주했습니다. 여러 전공의 대의원들이 원내 전공의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병원 대표와 병원 비대위원장 2명으로 대표가 이원화 된 병원도 발생했습니다.

수련병원 내에서도 대의원과 다른 전공의들 사이의 분열이 일어난 것은 명백히 박지현씨의 잘못입니다.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야 했음에도 제대로된 설명을 하나도 안 해줬습니다. 그래놓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안건을 올려서 현장에서 대의원들의 ‘결단’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박지현씨에게 전권위임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 개인의 결정으로 파업을 끝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지현씨는 전공의들에게 비난받는게 싫어서 ‘로드맵 1단계는 파업종료가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고 본인의 결정이 아닌 대의원들의 결정으로 파업이 종결되게 했습니다.

대전협이 파업을 끝낼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외부에 새서 일부 전공의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들 파업이 끝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사이트인 ‘넥스트메디신’에서 여러차례 대전협이 파업을 끝낼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빛지현’을 믿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파업을 막을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었음에도 분노와 답답함으로 제가 현장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서울시의사회에 모였던 사람들은 50명 가량으로 대부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었습니다. 교수님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4분 정도 계셨습니다. 모두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채로 그저 파업이 끝난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서울시의사회에 가기 전에 원내 전공의들에게 합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나중에 이대목동 전공의 2명이 합류했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습니다. 제 말을 믿기 힘들었을 수도 있고, 모여여서 항의해봤자 파업종료는 결국 못 막는다는 말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저에게 내부정보를 알려주던 친구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유했지만 친구는 거절했습니다. 서울시의사회에 가봤자 파업종료를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대로 파업이 끝나는걸 두고만 볼 수 없었습니다. 울분이 차오르더군요. 파업 종결을 막을 수 없는건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뭔지 생각해봤습니다. 회의에 들어가서 전체 전공의의 파업 찬반 설문조사라도 요청하고 싶었습니다. 파업이 끝나더라도 이렇게 많은 전공의들이 분노하고 있음을 알리기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 회의장에 가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시에 대의원도 아닌 그저 평범한 전공의였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사람을 모으자. 사람을 모아서 회의실에 쳐들어가자. 쳐들어가서 전체투표를 요구해보자. 박지현이 갖고 있는 전권으로 파업을 끝내더라도, 파업이 끝나더라도, 의미없는 설문조사라도 요구해보자. 나는 전국 1만6천 전공의들의 총의가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가 없다.

[[ 대전협 회의 전 ]]]

넥스트메디신에 대전협이 왜 전공의들의 뜻에 반해 파업을 끝내는지 이유를 여러차례 설명했습니다. 8월29일의 전공의 대표들 회의에서 찬성/반대가 아닌 기권이 많았던 상황. 새벽마다 올라오는 대전협이 파업을 끝내려 한다는 글. 박지현 대전협회장의 석연찮은 해명. 파업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끝나려 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 대전협과 전공의 대의원들이 회의를 하는 곳, 서울시의사회에서 모입시다.

서로 일면식 하나 없는 사람들 수십 명을 영등포 서울시의사회에 나오게 하는 것. 이것이 제게 주어진 과제였습니다. 저는 20대 때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많이 연구했었습니다. 디시는 익명의 네티즌들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모습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곳입니다. 저는 그 곳에서 익명의 유저가 아젠다를 점유하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고 말 한번 섞어본 사람들을 익명으로, 인터넷의 게시글만으로 움직였던 사람들의 비결을요. 저는 익명의 그들이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했던 방법을 철저하게 따라했습니다.

[[ 회의 시작 ]]

제일 중요한 것은 제가 서울시의사회의 현장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포스트잇과 펜을 사갔습니다. 9월5일 오후5시에 올라온 글에 ‘9월5일 오후5시’라고 적힌 포스트잇과 서울시의사회 사진이 첨부되어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글은 쁘락치가 쓴 허위게시글이 아닌, 현장의 전공의가 썼다고 신뢰할 수 있는 글입니다. 이 글을 올리고 서울시 의사회를 찾아오는 전공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두번째는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한 명 붙잡고 상황 설명하는데 20분 씩 걸렸습니다. 수십명에게 20분씩 일일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도 업데이트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명이 동시에 보도록 인터넷에 올려야만 했습니다.

올리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쉽지 없었습니다.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제 아이디로 공유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제 아이디로 올리는게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사람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당신의 넥스트메디신 아이디로 글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당사자가 무서워서 못하겠다는데 자기 아이디 대신 쓰라는 사람은 찾기 힘들더군요. 4번의 거절 후 5번째 물어본 본4 의대생이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네. 제 폰 쓰세요 선생님’

본4 학생의 폰으로 서울시의사회로 오라는 글을 올리자 현장에 오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룹지어 서울시의사회 5층에 와서 회의 참관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문을 지키던 전공의들은 대답했습니다. ‘대표들이 전공의 선생님들의 투표 결과대로 잘 투표할거니 여러분의 대표들을 믿고 돌아가십시오’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착해서 그런지 ..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이 말을 듣고 돌아갔습니다. 지금 보면 너무 순진했다 싶은데, 당시 대전협에 대한 전공의들의 신뢰는 그 정도였습니다. ‘대전협이 말하는건 믿고 따라야한다’

그래도 현장에는 전공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늘어나자, 대전협측은 기자가 오면 안 된다며 신원확인을 시작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근무병원, 의사면허번호 등을 적게했습니다. 확인이 된 사람은 사인펜으로 손등에 별을 그려줬습니다.

기자가 오면 안 된다는 말에 몇몇 사람들은 1층에 내려가서 서울시의사회에 오는 사람들을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의사가 확인된 사람들만 들여보낸 것입니다. 당시 초반에 TV조선에서도 도착했는데 돌려보냈었습니다.

최대집 당시 의협회장도 현장에 온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회의장에 참석한 대의원들의 투표로 최대집씨의 현장 참석을 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문 밖에 모인 의사와 의대생들의 회의 ]]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40대로 보이는 선생님들도 몇 분 도착했는데, 네 분 정도가 서로 얘기하더니 뭔가 빠르게 결론 내렸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회의를 하는데 문을 닫아놓고, 일반 전공의들은 회의 내용도 모르게하고 큰 결정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문을 열어서 참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합시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문을 열어 문밖의 사람들도 참관할 수 있게 해달라, 정중하게 부탁했지만 대전협 문지기들의 반응은 동일했습니다. ‘돌아가달라. 대표들이 여러분들의 의견을 반영할거니 믿고 돌아가시라.’

먼저 회의 참관을 요구한 전공의들에게 한 것과 동일한 대답입니다. 거짓말입니다. 이들이 방금 전에 똑같은 거짓말을 할 때는 사람이 적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이번엔 제법 사람이 모였습니다. 단호하게 항의하면 평전공의들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타이밍입니다.

병원 대표들이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밀실회의를 하는 이유가 평전공의 의견을 반영 안 하려고 하는건데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요.

저는 빅5 전공의로부터 대전협이 전공의들 뜻에 반해 파업을 끝내려 한다는 내부정보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대전협이 파업을 끝내려 한다는 사실을 다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절대로 자기 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외쳤습니다.

‘(문지기) 여러분 병원 대표들이 여러분의 뜻을 반영할거니까 돌아가세요!’

‘인터넷에서 다 보고 다 알고 왔습니다! 대전협이 파업 끝내려는거 모르고 온 줄 아세요?’

‘인터넷 어디 보고 오셨는데요?’

‘넥스트 메디신에 글이 실시간으로 다 올라옵니다!’

‘아~ 넥메요~? 피식 ..(비웃음)’

저는 이때 저를 비웃었던 분 생김새를 똑똑히 기억합니다. 지금이라도 만나면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여하튼 외부 사람들의 강력한 항의에 문을 잠깐씩 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외부가 소란스럽다는 억지에 대전협은 문을 다시 닫아버렸습니다.

이 때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진짜냐는 논란이 되었던 ‘단계별 로드맵’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장의 PPT에 ‘단계별 로드맵’이 사진으로 찍혀 넥스트메디신 게시판에 올라오자, 대전협이 단체행동 1단계로 파업을 끝내려 한다는 글은 찌라시가 아닌 ‘사실’로 밝혀져 커뮤니티를 지켜보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다시 큰 충격을 받습니다.

[[ 난 입, 개 입 ]]

문이 다시 닫히자, 문 밖에 있던 수십명의 사람들은 회의를 시작합니다. 이 때 회의를 주도하신 것이 대구가톨릭대학교 해부학교실 권순욱 교수님이십니다.

교수님께서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본인을 소개하시고, 현재 상황에 대해서 모두에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평전공의들의 뜻을 무시하고 파업을 끝내버리려는 대전협에게 문 밖의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회의를 해야하니 같이 토의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제(2020.9.4.) 의사협회 최대집 의협회장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대전협은 파업을 계속할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방금 전에 본 것처럼 파업을 끝내려고 하고 있다.

현재는 박지현 대전협 회장이 지난 회의(8/29~30)에서 전권을 얻은 상태이다. 이 전권은 내일(9/6) 오전 6am까지 지속된다. 이 때까지는 박지현이 무슨 결정을 해도 막을 수 없다.

전문의 등 선배의사들은 전공의들의 생각을 존중한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지속하는게 무서워서 파업을 끝내겠다면 전공의들이 원하는대로 해야한다.

-> 저는, 대부분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여론은 파업지속 60%, 대전협이 파업지속 결정시 파업지속 80%임을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회의에 참석중인 전공의대표들이 원내 전공의에게 의견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현장의 한 전공의는 원내 투표가 진행되고 있음을 말했으나 다른 전공의는 그런 투표가 없다고 말합니다)

대전협이 전공의들의 뜻을 무시하고 파업을 끝내려고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할지 회의해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현장에 모인 수십명의 의사와 의대생들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여서 발언에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에 교수님은 발언하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발언이었다고 격려해주셨고, 덕분에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정보 공유도 못 받아 파업 종료에 더욱 충격이 크던 의대생들이 발언을 많이했습니다. 당시 전공의들은 대전협은 전공의들의 뜻을 반영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야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선배들을 믿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는지, 우리를 안에 들여보내줘서 전체투표를 요청해보자는 의견을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전공의들은 ‘말이 되나’라는 표정이었는데, 교수님께서는 이 학생에게도 좋은 의견이었다고 격려해주었고,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수십명이 행동을 통일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의견은 소중히 반영해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호남지역 재학생이었던 이 학생의 발언으로, 다음날 6am까지 대략 8시간의 시간이 남아있으므로 다음 휴회시간에 대전협에 발언 요청을 하기로 하고 토의를 지속했습니다.

이 때 제게 전화가 옵니다. 저에게 내부정보를 전달해준 빅5 전공의입니다.

‘여보세요?’

‘지금 당장 밀고들어가!’

‘무슨 일이야?’

‘지금 당장 들어가야해!’

‘왜 그런건데?’

‘방금 파업 종결 투표를 했고, 투표지를 걷고 있어. 지금 안 들어가면 늦어!’

저는 문밖에서 수십명이 회의하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했떤 대화를 큰소리로 반복합니다.

“그래서 지금 문밖에 있는 우리들이 지금 당장 밀고들어가야한다는 말이지?”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하는 이유는, 대전협이 투표를 마쳤고 투표지를 걷고 있어서란거지?”

“투표지를 걷으면 회의는 끝나는거니까 지금 당장 해야한다는거지? 알겠어”

모두가 다 들을수 있게 큰소리로 통화를 했고, 통화를 마친 저는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다들 들으셨죠? 지금 당장 들어가야합니다!”

이에 권순욱 교수님은 회의의 방향을 트셨습니다.

‘자 우리가 이제 들어가야할 상황인거 같은데요, 우리가 회의에 밀고들어가야할 명분을 정리해봐야할거 같습니다’

‘우리가 들어가야할 명분은, 대전협이 소통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뜻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파업을 끝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항의하기 위해서 회의장으로 들어가는겁니다’

‘자 모두들 채증을 위해 핸드폰을 꺼내서 동영상 녹화를 시작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우리를 대표할 대표자를 뽑읍시다’

이 때 길병원 전공의가 손을 들고 대표로 나섭니다. 의대생 대표는 자원자가 없어 이대로 회의장에 진입하기로 결정됩니다.

‘우리 모두가 대표라고 생각하고 다같이 행동하면 됩니다. 자 그러면 모두 동영상 켜주시고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의하시죠?’

“” 네!!! “””

[[ 진 입 ]]

교수님께서 문을 여셨고 문 밖에 모여있던 사람들 중 20여 명이 안으로 들어옵니다. (밖에 비슷한 인원의 사람들이 들어오다가 끊겨서 들어오지 않음)

사람들이 회의장 앞으로 들어오자 회의 종료가 선언되어 현장의 대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대전협 집행부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대전협 측은 소속과 이름을 밝힐것을 요구했고, 문밖에 있던 사람들은 대전협이 제대로된 설명과 의견반영 없이 파업을 끝내는 것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성과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녹음자료는 있습니다.)

투표지 공개를 요청했으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전협 측은 투표지를 챙겨갑니다. 지지부진한 대화에 고성이 오가다 경찰이 오고 상황은 종료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저는 내부정보를 알려준 빅5 전공의에게 전화를 걸었고 현장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은 친구는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습니다.

‘ 9월4일 모든게 끝나서 사실 오늘 가서 뭐 한다고 해서 파업 종료를 막을 수는 없지 .. 투표결과는 보나마나 뻔해. 가장 단위수 큰 몇개 병원에서 대표가 마음대로 파업 종결에 투표했거든. 하지만 정말 고생했어. 너가 진짜 역사적인 일을 한거야. 정말 자랑스럽다. 그리고 고맙다. ‘

[[ 회의 종료 후 ]]

파업 지속을 원하던 대의원들은 난입으로 종료된 회의의 투표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대전협측은 투표 결과인 ‘박지현 비대위원장 신임, 로드맵 1단계 (사실상 파업 종료) 격하’를 결정합니다.

9월5일 서울시의사회 난입사건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잘 모르던 전공의들은 9월7일 대전협의 사실상 파업 종료 선언에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9월7일 대전협의 파업종료 선언 후 대전협 비대위는 단체로 사퇴했습니다. 이 때 다수의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도 사퇴합니다. 일부는 대표 사퇴 후 새로 대표하겠다고 나서는 전공의가 없어 원래 대표를 재신임하였고 일부는 이 때 대표가 교체됩니다. 저는 이 날 이대목동병원 전공의대표가 되었고 24기 대전협 한재민 회장의 요청에 대전협에 합류, 중도 사퇴했지만 24기 대전협 부회장 내정을 맡게 됩니다.

[[ 결 ]]

2020년 의료파업, 전공의 단체행동은 앞에서는 소통을 외쳤으나 실제로는 밀실회의로 평전공의의 의견을 차단해 결국 불행하게 마무리었습니다.

저는 합의문만 놓고 보면 2020년 의료파업은 성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무리가 나빠도 너무 나빴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인턴인 본4 의대생들은 국시거부 문제로 크게 고통받았으며 전공의들은 완전히 분열되어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파업 중에는 모두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던 대전협, 하지만 그들은 사실을 은폐하고 전공의 의견 반영없이 자신들이 생각하는대로 하려 했던게 밝혀졌습니다. 그걸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9월5일 서울시의사회 난입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 당시 회의를 주도해주셨던 권순욱 교수님께서 의협의 쁘락치다, 개인의 ‘일탈’이다 등 비난을 많이 받으셨던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목격한 권순욱 교수님께서는 모두에게 발언을 독려해주시고 의견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의사와 의대생들 모두 교수님께 감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두가 용기낼 수 있게 도와주신 대구가톨릭대학교 해부학교실 권순욱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25기 대전협에서 파업백서를 만든다고 합니다. 저는 백서제작위원으로 참여를 신청했습니다. 파업 백서 제작의 목표는 과거를 반성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는 무엇이 문제였고, 왜 대전협 비대위가 파업을 끝내고 싶어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그런 대혼란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해야 그 지우고 싶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그래서 무엇을 개선해야할 지가 명확히 보입니다. 조만간 이에 대해 정리해 메디컬지에 기고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0. Prologue. 한성이와 반성이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468004966613229

1. 의료파업의 첫 단추. 8월7일 대전협 집회.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491019247645134

2. 무겁디 무거운 가운을 벗은 날, 8월23일.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15153955231663

3. 가짜뉴스와 절대로 깨어져선 안됐던 믿음. (8/23~26)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43407369072988

4. (외전) 이대의대생-이대목동병원 전공의 간담회 (9/10, 파업종료 이후)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62596597154065

5. 추노, 보건복지부에서 온 노비 사냥꾼. (8/26~28, 8/31)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86703301410061

6. 밀실회의 (8/29~30)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34251673321890

7. 파업 종료 직전. (9/1~9/3)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67261516687572

8. 제3차 범투위 회의, 9.4합의 서명 전날의 회의. (9/3)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90056504408073

9. 의정, 의당 합의. (9/4)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713603208720069

10. 대전협회의, 서울시의사회 난입사건. (9/5)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95085520166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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