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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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제되었던 아동학대 사건에 관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아동학대를 막을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인이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직업군인 의사, 경찰, 아동전문보호기관의 입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기사 써주신 조선일보 조유진 기자님, 장근욱 기자님, 신지인 기자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기사 인용 하겠습니다.

의사, 경찰, 아동전문보호기관의 입장을 순서대로 올리겠습니다.

(의사)

B씨는 아동 학대를 의심하고 112에 신고했다. 의사는 현행법상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다. 하지만 의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우리가 출동할 사안이 아니다. 아동 주거지 경찰서에 전화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B씨는 결국 A군의 집 주소를 찾아, 관할 경찰서에 다시 전화했다. 이번엔 경찰이 “병원에서 고발장 작성하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B씨는 “경찰이 의사에게 자꾸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의료 현장에선 신고 자체를 꺼리게 된다”고 했다.

(경찰)

“몸에 남은 멍, 6차례의 면담을 토대로 아이가 학대당했다고 판단하고 부모와 분리했다”며 “(부모에게서 고소당하자) 나를 감싸주는 윗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얼마 안 있다 직위 해제를 당했다”고 했다. 그는 2년 가까이 쉬면서 재판을 받은 끝에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아동 보호 전문기관)

상담 결과 D군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관은 D군을 부모에게서 분리할 수 없었다. 전국 장애인 시설 20여 곳에 연락했지만 “자리가 없다” “코로나로 곤란하다”며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D군은 아직도 부모와 지내고 있다. 기관 관계자는 “이러다 큰일이 벌어지면 고스란히 우리 책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 사람과의 인터뷰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동학대에 관여하게 될 시 ‘책임’을 져야했다는 것입니다. 의사는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했고,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는 ‘우리 책임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경찰은 결국 ‘책임’을 졌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면 안 됩니다.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현장에서는 자율적인 판단,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학대 아동을 부모와 분리시킨 경찰은 직위 해제 당하고 2년간 재판으로 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엄청난 책임입니다. 학대 아동을 부모와 분리시키는 것에 이렇게 엄청나게 거대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됩니다. 이래서는 시스템이 작동을 할 수 없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의 무게에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일선 경찰의 입장에 공감합니다. 저도 의사로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의사들은 대부분의 결정을 교과서나, 권위있는 가이드라인에 따릅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해당되지 않는 변수가 많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일선에서 결정하기가 어려운 때가 있습니다.

제 밑의 1, 2년차 전공의가 기준을 정할 수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러면 윗사람이 해줘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책임질 능력이 있는 사람’이 ‘기준’을 정해주는 것입니다. 제 경험을 예를 들면, ‘교통사고의 경우 환자가 멀쩡하던 그렇지 않던 반드시 목CT, 흉부CT와 복부CT를 찍어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단지 교통사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멀쩡한 환자에게 무조건 CT를 진행하는게 과잉진료가 아니냐고 아랫년차가 질문했습니다. 이에 교통사고 후 멀쩡한 환자에게서 발견된 비장파열로 응급수술했던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정말 멀쩡한 분이었는데 복부CT를 찍은 덕분에 제 때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죽을뻔한 분이 사셨습니다. 그리고 환자가 과잉진료 아니냐며 항의할 시 제가 책임지고 환자에게 설명하겠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제 아랫년차는 제 말에 따라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질 능력이 되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실 저도 제 아랫년차들 처럼 제 수준에서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동학대 문제로요.

신경외과 영역에는 외상으로 인한 뇌출혈이 포함됩니다. 덕분에 외상 환자를 많이 봅니다. 제가 입원시킨 소아 환자 중에도 외상환자가 많았고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동이 다친 이유에 대해 보호자의 진술이 계속 바뀌던가(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가 점점 그럴싸하게 바뀌는 식) 엄마와 아빠의 진술이 엇갈리던가, 엄마가 아빠에게 거짓말을 쳤던가, 아니면 둘 중 한명이 유난히 태연하던가 등입니다.

이 경우 아동학대가 의심되니 즉시 신고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도 경찰에 신고하기 전 한번 더 고민하게 되는 것은 확실히 사실입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시 부모의 항의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아무리 잘 해도 쉽지 않습니다. 환아의 부모에게 ‘의심이 되는 경우 저희는 신고를 하는것 뿐이고 부모님을 특별히 나쁜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아니다’라고 설명드리면 수긍하고 괜찮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물론 그렇지 않은 분이 있습니다. 이 중 심한 분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정색하고 화내는 수준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이런저런 작은 이유를 꼬투리 잡아서 민원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 같은 전공의는 대부분 대형병원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 시스템이나 경비요원이 감당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호해줄 시스템이 부재한 동네 의원같은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학대부모가, 혹은 의심받은 부모가 해당 의원에 대해서 맘카페에 거짓소문을 내고 악의적인 민원을 넣는다면, 그것도 수년간 지속하며 작정하고 괴롭힌다면 어떻게 될까요? 동네 의원 수준에서 감당이 가능할까요? 아니요. 가능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학동 아동 신고에 대해 사회가, 국민이 그동안 너무나 큰 책임을 지웠던것이 아닐까요? 학대 아동이 계속 학대받도록 국가와 국민이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정부와 정치인들이 해결해야하는 것은 이 부분입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사람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어떠한 책임에 대한 부담도 없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즉각 경찰에 신고할 수 있어야합니다. 신고받은 경찰은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위해제 같은 책임을 걱정할 필요 없이 격리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양천경찰서장을 처벌하고, 정인이를 진료한 소아청소년과의사를 비난한다고 정인이 같은 학대 아동을 보호해줄 수는 없습니다. 단지 분노한 대중의 분노만 해소될 뿐입니다. 변하는 것은 없고 이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학대 아동은 계속해서 학대받을 것입니다.

학대아동을 보호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아동학대 신고와 보호자 격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이 기준에 따르면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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