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주의’를 종교로 보니 다른 것이 보였다.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가 그런 예다. 이들은 종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이데올로기라고 칭한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은 두말할 필요 없이 압도적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고개를 들어 나보다 훨씬 높은 사람을 올려다볼때 느껴지는 위압감과 웅장함. (링컨 석상을 실제로 봤을때 느낌은 사진과 정말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피렌체에서 다비드상을 봤을때보다 더 압도됐다.)
여자친구는 기념관의 링컨 석상을 보고, 이건 기념관보다는 신전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람들은 사람을 신격화할거라 생각을 못 했는데, 링컨을 신으로 만들어놨네. 나와 여자친구 둘 중 한명이 뱉은 말에 다른 한 명이 공감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 하나, ‘왜 하필이면 신격화 시킨게 링컨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 개인적인 의견만 싣고자 한다. 내 주장이 틀리지 않은 근거를 대자면 책 한권을 써버리게 될테니, 그냥 이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겨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과 국회의사당에서 찾았다. 미국의 기념관Monument는 가장 메인이 ‘워싱턴 기념비’와 ‘링컨 기념관’ 둘이고 곁다리로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에 가면 동상을 둘러싸고 독립선언문이 적혀있는데, 결국 미국의 건국 이념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란 얘기다. 그리고 국회의사당에서 설명해주는 정치적 사건을 보면 노예 해방을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결론적으로, 영국에서 독립하며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삼는 미국이 만들어졌고, 미완성된 미국이 흑인을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킴으로 미국의 이념을 완성시켰다는 부분에서 링컨이 미국의(정확히 말하면 ‘미국 자유주의의’) 신으로 등극할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었다.
(링컨이 미국을 하나로 만들었으니 그렇다고 보는게 상식이겠으나, 미국 남북전쟁을 폄하하면 단순히 내란으로 볼 수 있음에도 이 내란을 진압한 대통령이 한없이 높여지기 위해서는 내란을 진압한 대통령,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고, 그것이 곧 ‘자유주의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링컨은 ‘자유’라는 미국의 이념을 완성했기 때문에 ‘자유주의라는 종교’의 신이 된 것이고, 미국의 정치란게 ‘자유’의 교리(해석)을 두고 어느 교리가 옳은지 싸우는 제사장들의 결투의 장인게 아닐까?
그런데 자유와 상관없이 생뚱맞게 ‘미국을 위대하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기존 정치인들 눈에는 황당해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유발하라리가 ‘자유주의’를 공산주의, 민족주의 등과 더불어 종교라고 본다던가, 아니면 호메이니가 자유주의를 ‘미국 종교’로 언급한 것이 워싱턴D.C.를 오고나서 더욱 피부에 와닿았다.
같은 차원에서, 자유주의를 국시로 건국된 미국이, 공산주의 이념(당시로서는 최신 철학이었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련과 근대 철학의 관점에서 볼때 동격의 – 동시에 대척점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미국이라는 국가는, 소련과 마찬가지로 당대 최첨단의 정치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국가’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인들이(특히 고령의) 생각하는 미국의 자유주의는, 공산주의의 반대편에 서있는 자본주의와 분간하기 어렵지만, 실제 미국의 자유주의는 정치 철학적인 의미의 자유주의에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독재자였던 박정희는 미국의 이념에 정면으로 반대편에 서있는 정치지도자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유를 들먹이며 박정희를 끌어오려면, 박정희가 ‘대한민국 국민을 가난으로부터 자유롭게 했다’던가의 그럴듯한 근거가 있어야하는데 공산주의 반대편이면 자유주의라는 수준의 논리가 정치 이론상 너무 근본이 없으니 소구력이 없는거라는 생각이 ..)
동시에 이승만이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한국에 이식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으로 생각되었을지도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와닿았다.
‘가장 강대국인 나라’의 시스템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정치이론상 가장 최첨단의’ 정치 시스템을 가져오는 것이 이승만의 의도였겠다 싶었다. 그리고 2024년에 워싱턴 D.C.에 도착한 내가 받고 있는 느낌을 이승만은 1904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120년 전에 느꼈다는거구나 싶어 소름이 돋았다.
자유주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며 2024년의 우리나라를 비춰본다면 결국, ‘윤석열의 자유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마지막으로 신혼여행 후기니까 덧붙이자면, 여자친구는 지금까지 적어놓은 내 얘기에 대해서 모두 듣더니 ‘재미있다’고 대답했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얘기에 재밌다고 말하는걸 믿지 않는 편인데 여자친구가 재밌다고 대답하는건 정말 이해하고 재밌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내가 여자친구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사진은 링컨 기념관과 토머스제퍼슨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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