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탕이 되어버린 생각이지만, 최근의 키워드들을 뒤섞어서 생각해봅니다.
지바 마사야의 현대사상 입문 (2022년 발간, 번역본은 2023년 발간)
철학적인 관점에서의 근대와 대서사(Grand narrative), 탈근대와 포스트모던(후기 구조주의)
주디스 버틀러의 한동훈 비판
한의사 뇌파검사 허용 판결
줄글로 정리할 자신이 없어서 뒤죽박죽 생각나는대로 써봅니다. 원래 이런 글은 많은 사람들이랑 토론하면서 논리를 가다듬은 뒤에 써야하는데 이 주제로는 토론할 사람이 없어서 많이 거칩니다.
.
.
.
어제(2023년8월18일) 대법원이 한의사의 뇌파검사 사용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비과학적인 판결이다. 한의사가 뇌파검사를 한 이유도 치매/파킨슨병 진단을 위해서였는데 실제로는 뇌파검사로 치매/파킨슨병을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의학은 동양철학의 기와 음양오행을 근거로 세워졌다. 중국 한나라 漢의학에서 韓의학으로 이름이 바꼈다. 태양인 이제마가 성리학에 기반해 사상의학을 정립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1860년대, 런던에서는 지하철이 운행되기 시작한다(1863).
한국에는 과학과 합리주의를 근본으로 한 대서사(Grand narrative)가 없다. 서양의 경우에는 베이컨 등의 과학적 귀납법 등 비판적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단 하나의 절대적 진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이 있었다. 칸트와 함께 열린 근대 계몽주의 시대에는 과학과 무신론과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과학에 근거해 절대적인 진실과 질서와 그것에 따라 사람들을 계몽하고 사회를 발전시켜야한다는 노력.
절대적인 진리에 따라 온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한다는 인식은 2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깨졌다. 진화론에 근거해 몸과 정신이 건강한 장정이 전쟁에서 죽으며 자손을 낳지 못해 생기는 진화론적 실패를 막기 위해 정신병자와 장애인이 자녀를 낳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합리주의적 광기. 서양에 대항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하나 되어 아시아 인종의 도태를 막아야한다는 민족주의적 광기. 부역자 조선은 미국에 의해 독립국 지위를 부여받으며 대한민국이 마치 승전국인양 착각하고 행세하게 된다. 승전국 대한민국에 근대와 전체주의의 광기에 대한 반성이 있을 수는 없다.
1953년 전쟁이 끝난 대한민국의 대서사는 반공과 자유 그리고 민족주의였다. 과학과 합리주의가 아닌 민족주의 서사가 대한민국의 대서사(Grand narrative)를 구성했다. 한의학은 이러한 민족주의적 대서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질서에 기반을 마련했다. 반공과 민족주의가 아닌 것은 대한민국의 대서사를 구성하지 못했기에 그 외의 것들은 위로부터의 질서였다.
포스트모던은 과학적 합리주의, 전체주의적인 대서사의 모순을 찢어발기며 근대를 끝낸다. 민주화가 찢어발긴 대한민국의 대서사는 반공과 군국주의와 독재다. 그들이 찢은 것은 과학적 합리주의와 전체주의에 따른 광기가 아니었으며 그것의 부작용은 겪어볼 기회도 없었고 동시에 과학적 합리주의와 계몽을 대한민국은 겪어볼 수 없었다.
주디스 버틀러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퀴어이론은 합리주의와 과학과 전체주의가 이끌어낸 근대의 광기를 찢어본 서사를 공유하는 사회에 이르러야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아래로부터의 근대를 경험해본적이 없다. 일선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의 권리를 트랜스젠더, 소외된 남성들의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이유이다. 동시에 탈코르셋 운동이 페미니스트 내부에서 전체주의적 행동 양상에 대한 제도적 반박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동훈 장관이 ‘생활동반자법(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지지 않은 두 성인을 가족관계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이 시기상조’라고 발언한 것에 주디스 버틀러가 ‘한동훈 장관은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 한다’고 평했다. 생활동반자법은 전체주의 대서사의 모순을 찢어낸 사회가 만들어낼 수 있는 법이고, 트랜스젠더와 소외된 남성의 권리가 여성의 권리만큼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 법이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입법은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아닌 위로부터의 변화다. 사회적 모순이다. 마치 바이마르 헌법처럼.
바이마르 헌법은 독일제국의 1차대전 패배와 베르사유 조약 이후 세워졌다. 미국의 대통령제와 영국의 내각제 스위스의 국민투표제 등 좋은 것을 다 가져와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위로부터의 변화였고 국민들은 공감할 수 없었으며 모순은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질수 밖에 없었기에 결국 나치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이대남의 눈에 비춰진 여성가족부도 이와 마찬가지로 위로부터의 변화이며 모순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며 그 결과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SNS에 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폭등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체주의의 참상을 부역자로서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음에도 2등국민이었던 덕분에, 그리고 부역자가 아닌 승전국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굳게 믿고 있기에 여기서 어떠한 교훈도 얻을 수 없었으며, 제국의 바벨탑을 부정해야할 수 밖에 없는 위치였기에 일제를 승전국인 미국의 관점에서만 비판하는 못된 습관을 가졌으며, 제국에 의해 강제로 경험한 근대를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21세기에 이르러서까지도 부정하고 있으며 2차대전의 광기가 근대를 마무리 지은 이유에도 공감하지 못한다. 모던(근대)과 포스트모던을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기에 아직 근대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한의학을 민족주의 감정에 기반해 과학과 대등한 위치에 올려놓으며 한의사를 의사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또한 제도권 페미니스트들과 대학교 페미니스트 단체 등 비제도권 페미니스트들의 LGBTQ+에 대한 인식의 괴리가 좁혀질 수 없는 이유이며 한동훈 장관의 말처럼 생활동반자법이 시기상조인 이유이기도 하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