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건강보험 재정 고갈,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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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의료 정밀타격미사일 ‘총액계약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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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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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8년 건강보험 재정 고갈 예정.

2. 법개정 없이는 건보 수익 증대도 한계에 다다름. 국민연금 인상 반대여론을 볼때 법개정이 가능할지도 의문.

3. 2022년 감사원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서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이 필요하고(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계약제) 그 중에서 최선을 총액계약제로 꼽았음.

4. 총액계약제는 건보 적용 질환의 급여 지불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제도. 또 총액계약제를 시행 중인 독일의 사례로 비교하면 현행 건강보험료 7.09%의 2배 이상인 15.5% 이상으로 수가를 현재의 2배 이상 인상해야 유지 가능한 제도.

5. 결국 건보재정 고갈은 총액계약제를 불러 사람 살리는 바이탈과 의사들의 이탈을 부추키고 위기인 필수의료의 인공호흡기를 떼게 될 것. 이로 인한 피해는 의사 뿐만 아니라 국민도 함께 받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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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이대로 가면 2048년 아니고요, 2038년 아니고, 2028년 6년 뒤에 고갈이 될 예정입니다. (중략) 누적수지가 아직은 플러습니다. 하지만 번개같은 속도로 내려와서 2028년에는 적자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고갈인데 그럼 여기서 잠깐 적자나고 올라가면 되지 않냐? 조금 이따 보여드리겠지만 여기서부터 거의 90°로 떨어집니다.

(유튜버 슈카월드, ‘건강보험 2028년 고갈 예정?’, 2022년12월24일 방영)

지난해 10월16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건강보험 수지 적립금은 2028년 -6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8년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의미입니다. 관련 법에 따라 국가재정으로 적자를 메꿀 수 있는 군인연금, 공무원연금과는 달리 건강보험은 국가재정으로 적자를 메우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까요? 또 우리나라의 의료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급격한 노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 2019년 이미 감소하기 시작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그리고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으로 대한민국 건강보험 재정 고갈은 이제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눈 앞에 닥친 현실입니다. 2028년, 남은 시간은 불과 5년입니다. 그런데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는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자료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까요. 작년 7월 나온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포괄수가제·인두제·총액계약제를 통칭하는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이하 묶음수가제) 그 중에서도 총액계약제의 도래가 그 미래입니다. 쉽게말해 기존 우리나라 의료제도 특징이라고 생각됐던 싸고 빠른 진료가 이제는 유럽처럼 싸지만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의료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감사원의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보고서는 건강보험 재정 고갈의 위험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운용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의사결정구조, 지출관리제도, 재정수입 관리에 대한 내용들이 실렸습니다. 결론을 두 가지로 추리면 첫 번째는 건강보험의 기금화 그리고 두번째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포괄수가제/인두제/총액계약제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 외에 재정이 누수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은 하지만 통계 수치를 보면 앞의 두 가지가 핵심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건보 급여 지불제도 변경에 앞서 언급된 ‘건강보험의 기금화’는 쉽게 말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이 관리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기획재정부와 국회에서 관리하겠다는 말입니다. 현재 건보 재정은 건정심과 보건복지부가 관리합니다. 구조상 의사결정 구조가 다소 폐쇄적이고, 또 건정심의 의사결정 방식 특성상 정부가 의사결정을 주도해 문재인케어처럼 중요한 정책을 국회 등 외부 개입 없이 정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기금화는 이런 심의, 의결 권한을 건정심과 보건복지부에서 기재부와 국회로 넘기는 것입니다. (의사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성분명처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기금화를 진행, 건강보험 재정 관리 부서를 기획재정부와 국회로 바꾸겠다는 말은 기금화를 통해 현재의 저수가 체제를 초저수가 체제로 바꾸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의사들이 너무나도 싫어하는 건정심이 커피라면 기금화 후의 기재부와 국회는 TOP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건강보험 지출이 산술급수도 아니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태에서 기금화를 통해 기획재정부가 지출을 줄인다고 건보 재정 고갈이 얼마나 연기될까요? 항상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적용되었던 수가인상이 기재부가 잡는다고 여기서 얼마나 더 줄일 수 있을까요?

결국 보고서의 핵심은 두번째로 언급된 현행 행위별수가제의 포기, ‘묶음수가제’로의 변경, 최종적으로 총액계약제로의 지불체제 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서에 담긴 한국재정학회와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대상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57.6%가 지출 총액 통제가 필요하다 했으며, 지출 통제(재정건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75.9%가 ‘묶음 수가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과반수는 묶음수가제 중에서도 총액계약제 도입을 꼽았습니다. 건보재정 고갈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묶음수가제 도입, 그 중에서도 총액계약제 도입이라는 겁니다.

묶음수가제(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계약제)의 도입은 의료제도를 유럽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를 기본으로 하고 일부 항목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합니다. 반면 유럽의 지불제도는 포괄수가제, 인두제와 총액계약제를 적용합니다. 둘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현행 지불체제인 행위별수가제는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일일히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비유하자면 돈까스를 시키면 돈까스, 밥, 물, 단무지가 전부 따로 계산되는 방식입니다. 반면 인두제는 주민 수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고, 총액계약제는 의료기관에 정해진 총액을 주고 나머지는 의료기관이 알아서 하라는 방식입니다. 5만원 줄테니 팀원 5명 데리고 알아서 신년회 회식하라는 방식입니다. 뭘 해도 급여비는 고정돼있으니 의료지출을 줄이는게 의사의 능력이 되고 당연히 의료의 질은 저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질 저하에 대한 우려는 감사원의 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총액계약제에 대한 비유는 아니지 않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으나, 독일은 2009년 총액계약제를 시작하며 총급여비에 인두제를 기초로 두고 계산했기에 비유는 적절합니다)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수가가 이미 낮고 총액계약제 도입시 피해를 받는게 급여 위주의 진료를 하는 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바이탈 과라는 사실입니다. 총액계약제가 건강보험 급여 지급을 극단적으로 통제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급여진료를 위주로 하는 소위 바이탈과들이 피해를 가장 크게 입게됩니다. 이런 과들은 지금도 국민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가를 국가가 통제하고 책정된 비용도 세계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수입을 지출과 상관 없이 정부가 임의로 낮춰버리면 바이탈과가 버틸 수 있을까요. 지금도 다들 안 하려 하는데 말이죠.

유럽 국가들은 인두제나 총액계약제 하에도 바이탈과 지원을 많이 하지 않느냐구요? 2009년 총액계약제를 도입해 대표적인 비교대상인 독일은 건강보험료가 약 15.5%입니다. 2023년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의 7.09%의 2배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독일은 의료비가 부족해 개별 의료보험이 추가보험료를 징수하고 국가보조까지 늘리는 추세입니다. 현재의 저수가체제로는 총액계약제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지출을 줄이려고 도입하는 총액계약제인데 필수과 붕괴를 막으려면 지출을 오히려 늘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능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면 생명을 살리는 과, 돈이 안 되는 바이탈 과를 하게 되는 의사들이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중증의료를 하는 본인에 대해 ‘병원에 적자만 안기고 돈도 못 버는 천민’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죠. 총액계약제 하에 바이탈 과를 하게 되면 이런 대접을 받는건 이국종 교수 뿐만 아닐겁니다. 총액계약제 도입은 결과적으로 ‘바이탈 과를 정조준하는 정밀타격미사일’이 되고말 것입니다.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면 현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강화는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건보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제일 먼저 건보 지출 통제를 위해 추가적인 비급여의 급여화에 신중해져야 합니다. 건보 보장률 목표를 문정부의 70% 이상에서 60% 이상 유지를 목표로 하향조정 해야합니다.(건보 보장률 수치에 대해서는 저의 전 글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건강보험료율 상한선을 8%로 두고 있는 건강보험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합니다. 현재 7.09%인 건강보험료율은 2028년 상한인 8%까지 상승할 예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습니다. 또한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 20%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와 국민건강증진법 부칙 제2항의 개정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법개정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합니다. 요즘 연금개혁 때문에 난리죠. 연금개혁, 설 직후 속도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국민연금 기금 재정계산 잠정결과 발표를 3월에서 이 달 27일로 2개월이나 앞당겼죠. 프랑스는 최근 연금개혁에 대한 시위로 110만명이 길거리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금 문제는 정말 쉽지 않죠. 연금개혁의 대상은 많고 논란 대상도 많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현행 적립식에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부과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논란입니다. 과거 근로세대가 현재 퇴직세대에게 연금을 지불하는 적립식과는 달리 부과식은 현재 근로세대가 현재 퇴직세대의 연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은 고갈을 막기 위해 적립식을 부과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데 건강보험은 이미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부과식입니다. 건강보험은 후퇴할 곳이 없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지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보 재정 고갈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어떻게든 되지 않습니다. 그 때가 되면 총액계약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료제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겁니다. 필수의료의 인공호흡기를 떼는 총액계약제를 막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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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2011) 총액계약제 사례 연구 – 독일과 대만을 중심으로 –

감사원. (2022) 감사보고서 –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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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기금화에 대해 잘 정리된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068095.html

건보료 국가재정 지원에 대해 잘 정리된 기사

https://www.medigatenews.com/news/1776583035

건강보험 보장률에 대한 이전 글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pfbid0TniGQ2HRnXG9YyhytYBzgYTzAeFUJRtGDKoQMi5XGq33ddgSHxsYuVHhA6LMMEs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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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사진에 표시된 부대 식당은 그래도 군식당 중에서는 제일 맛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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