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전공의 집단사직은 막을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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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선생님들이 국민 여론에 신경쓰기를 바라면서.

2월16일 어제 새벽2시, 대전협 박단회장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회의를 가졌습니다. 결론은 5개 병원 전공의들이 2월19일까지 전원 사직서 제출, 2월20일부터 병원근무 중단입니다.

대전협이 단체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처벌을 감수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닌데 정말 큰 용기내줘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발언하자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2월20일을 블랙아웃으로 잡은 것은 너무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을 우리편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2020 의료파업 종결 후 대전협 부회장까지 지내며 파업당시 정보를 최대한 정리한 뒤 내린 결론입니다. 국민여론은 정말 중요합니다.

‘절대로 시장을 이기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장을 이기려고 하면 할 수록 큰 댓가를 지불해야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서도 절대로 이기려하면 안 되는게 있습니다. 바로 국민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절대로 국민을 이기려 하면 안됩니다’. 국민을 이기려고 하면 할수록 큰 댓가를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여론 눈치보고 여론에 굴복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시작할때 여론이 우리편이 아닌건 괜찮습니다. 제 말은, 일이 진행되면서 여론을 우리편으로 가져와야 파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2020년 의료파업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3년차로 진급하는 당시 본4 선생님들은 동의하기 어려울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2020 파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파업 수뇌부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특히 전공의들에게 걸렸던 업무개시명령과 고발은 파업 종료 후 모두 취하되었습니다. 시민단체가 신입생을 선발하는 공공의대 설립은 사실상 무산됐고, 의대증원은 딜레이됐습니다.

‘코로나 종결 후’라는 단서를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들고 일어나던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2020년 파업은 ‘4대악법 저지’라는 목표 달성에 있어서는 대성공입니다.

2020년 파업 지도부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던 것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파업과 대비됩니다. 당시 의협 회장이엇던 김재정 전회장은 금고이상의 형을 받고 의사면허가 3년간 취소됐었습니다.

2020년 파업 지도부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여론전 승리였습니다. 공공의대 신입생 선발을 시민단체가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공공의대 추진을 코로나 시국을 이용해 밀어붙이자고 주장한 회의록이 나오면서 여론이 급속히 의사편으로 기울었습니다. 의사파업이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는것은 전무후무 할 것입니다.

코로나를 이용해 의사들 의견을 짓밟는다는 주장에 논의시작 시점은 코로나19 종결 후로 결정됐습니다. 일선 전문가인 의사들과 논의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주장에 의정협의체를 통한 협의 하에 입법을 시작하기로 결정됐습니다. 본4 국시 열어준 것도 그냥 열어줄 수 없으니 열어주되 열어준게 아니라는 방식으로 기괴하게 열어줬습니다.

2020년 의료파업 때 정부가 의사에게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민 눈치보고 국민들에 굴복한 것입니다.

2.20 블랙아웃은 시기가 너무 이릅니다. 4월10일 열리는 총선이나 4월 중하순 예정인 의대정원 확정 시기를 생각해도 굳이 2월 중에 블랙아웃이 시작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건 타이밍입니다. 파업이 길어진다고 유리해지는게 아닙니다. 2월보다는 3월이 유리합니다.

블랙아웃 전에 전공의들이 왜 블랙아웃을 하는지, 왜 선배의사들도 전공의들에 동의하는지 단체사직 이유를 설명하는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2020년처럼 최소 2주간 집회나 기타 여러 방법을 통해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기간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전협과 빅5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블랙아웃 결정시점은 2월20일입니다. 대전협의 최고의결기구는 대의원회입니다. 전국 전공의 대표들이 미루기로 결정하면 블랙아웃 시기는 얼마든지 미룰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선 전공의 선생님들과 대화한 뒤 일정 연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사직서 제출 뿐 아니라 산발적으로 블랙아웃을 시작한 전공의들이 세자리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한번 나가면(블랙아웃)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돌아왔다가 다시 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미 나가버린 전공의 숫자가 확인된 것만 세자릿수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수까지 합치면 천명 이상인 네자릿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블랙아웃을 시작한 전공의가 천명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블랙아웃 시기를 기존 공지보다 미루는 것은 먼저 행동한 전공의들 눈에는 배신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으로 비유하면, 우리 군대 중 일부가 이미 강을 건너간 상황인 겁니다. 일부가 이미 건너갔으면 이제 다같이 건너가는 방법 뿐입니다. 일부를 포기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전공의 선생님들이 2.20 블랙아웃 계획을 수정하기 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변수들을 잘 헤쳐가기만을 그저 묵묵히 바라기로 결정했습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혼란은 이제 필연입니다. 파업 종료를 누가 선언하더라도, 누가 합의하더라도 그 사람은 군중에 의해 갈기갈기 찢길 겁니다.

내부 여론은 중요합니다. 내부인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서 강제로 끌려내려집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더욱 중요합니다. 국민이 우리편일 때 구성원도 안전해집니다. 부디 전공의 선생님들이 격랑을 잘 헤쳐나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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