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료파업의 첫 단추. 8월7일 대전협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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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전공의의 눈으로 목격한 2020년 의료파업.

1. 의료파업의 첫 단추. 8월7일 대전협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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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흐리고 구름이 가득한데 땀은 뚝뚝 흐르는 날이었다. 유난히 긴 장마를 앞두고 자연은 시위하듯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의도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의사들, 그리고 의대생들이었다. 그날만은 모두 흰 가운을 벗고 다양한 색의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의사들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각자 살아남기 위해 병원에서 서로 살벌하게 아웅다웅하던 사람들이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이 자리에 모이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아침부터 단체행동 스케쥴이 꽉 차있어 바빴다. 집에서 쉬고 나온 나의 경우 운이 좋은 편이었다. 병원에서 만난 1년차의 머리는 떡이 져있었다. 금요일 하루 전공의가 없더라도 병원의 환자들에게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2년차와 밤을 새워 일을 한 것이다. 일년차와 이년차는 눈을 비비면서 하품을 연신 해댔다.

오전 일찍부터 우리병원 전공의들은 열 다섯명씩 조를 짜 병원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병원으로 온 헌혈차에서 헌혈릴레이를 했다. 시위 후 점심을 먹고 대절해놓은 차를 타고 여의도공원으로 이동했다.

집회는 거북이처럼 진행됐다. 여의대로 집회장에 입장하는 줄은 단 2개. 수천명의 전공의들을 입장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8월의 무더위에 그 거대한 줄이 1시간 넘게 그늘도 없이 햇볕 아래 서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킨다고 모든 사람들은 손 소독도 했다. 규칙을 지켰고, 방역수칙도 지켰지만, 확실히 미숙한 건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집회 자체는 참으로 재미가 없었다. 대학시절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졸 때가 기억났다. 공부벌레들 아니랄까봐 이렇게 정적으로 진행하다니. “무슨 놈의 집회가 이렇게 조용하고 심심하냐?” 친구가 다 들리게 투덜댔다. “시위라면 북치고 꽹가리치고 소리도 좀 지르고 해야지 이렇게 조용하면 누가 관심이라도 가져다준대냐”

덥고, 재미도 없었지만 좋았던 것은 있었다. 인파 속에서 과거 인연들과 조우했을 때다. 대학 동기를 만났다. 졸업 후 각자 다른 병원에서 수련받느라 그동안 못 본 친구들이었다. 군대 시절 같은 지역에서 공보의로 동거동락했던 형들도 만났다. 눈이 마주친 그들은 날 보자 눈이 왕방울이 되더니 날 향해 뛰어왔다. 그들의 마음도 나와 같은듯했다.

땀이 온 몸을 적실 무렵, 오후 네시가 되자 집회는 마무리됐다. 우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따로 회식도 하지 않았다. 우리과 의국원들과 인턴선생들의 회식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에 걸리면 집회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였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인터넷을 켜 포털사이트에 들어갔고 파업에 대해 찾아봤다. 뉴스 메인에 하나쯤은 올라올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다. 이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뉴스가 하나도 없다니 조금은 실망스럽다. 그래도 의료역사의 중요한 장면이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니 신기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 대전협 주도 단체행동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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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의료파업의 불씨는 2020년 6월부터 피어올랐다. 의협에서 파업을 얘기하고 회동을 시작했다. 7월23일 당·정이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합의했는데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지금부터 속도전이다, 공공의대 설립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대전협 차원에서는 7월말에 파업 예고를 했었는데, 8월1일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주재 전국 대표자 회의’를 통해 전국 전공의들이 8월 7일과 14일 하루씩의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의결하였다. 참고로 의협에서 진행하는건 8월 14일이었고 8월 7일은 대전협에서 새로 일정을 잡은 것이었는데 이 덕분에 대전협이 의협보다 일을 잘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 같다. 전공의들이 박지현 당시 대전협회장을 맹신했던 이유가 여기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의 경우 직후 원내 의국장회의를 진행했으며, 8월3일 원내 모든 과가 8월7일 파업에 동참하는데 동의하였다. 8월 4일에는 대전협 성명서에 전공의들 본인의 이름을 올리는 것에 전원 찬성하였다.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각 과에서 비상인력을 한 명도 안 남기고 나올 것인지 한 명씩은 남길지였다.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것과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은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8월4일 대전협은, 참여 못 하는 사람은 정 안 되면 가운에 스티커를 붙이고 일하는 것으로 지침을 내렸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는 2일간의 추가논의 끝에 휴가자를 제외한 전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각 의국들이 분위기가 각각 다르고 서로 눈치를 봐야했기에 2일이 정말 길게 느껴졌었다.

8월7일 당일에는 7am에 병원 전공의들이 원내로 와서 교대로 피켓시위를 했고 중간중간에 헌혈을 했다. 개인적으로 헌혈은 좋은 생각이라는 의견인데 언제부터인지 병원에 수혈할 피가 모자라 곤란해지는 상황이 점점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8월7일 7am부터 다음날 7am까지 24시간동안 전공의가 없기 때문에 전공의 공백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각과 전공의들이 밤을 새워 일을 미리 해놨었다. 전국 모든 병원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세상에 이런 파업이 어디있냐, 이 모습을 보고 어떻게 환자를 내팽개쳤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의견을 내놓았었다.

집회 자체는 따로 언급할 내용이 별로 없다. 집회 타임라인은 밑에 적은 8월6일 경기메디뉴스에 첨부되어있다.

파업일 저녁,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서는 8월7일 집회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의견이 갈렸다. 이렇게 하루씩 하는 파업으로는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원래 시작은 이렇게 해야하는 것. 둘 다 맞는 의견이라고 본다.

8월 14일의 두 번째 집회는 7일과 절차가 거의 동일하여 별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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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7일 첫 집회는 30분이면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경쓸게 많아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중요한일이 생기면 모든 기록을 남겨놓는 편인데 기록을 뒤지면 뒤질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것, 그 땐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 보니 의미가 있었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팩트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기획한건 3부작이었는데 5부작, 7부작이 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또, 글을 쓰면서 너무 자세해서 혹시 문제되지 않을까 싶은 내용도 있었는데 수위 조절은 타병원에서 만든 책을 참고해서 조절했습니다.

글은 2개를 붙이는 형식으로 했으며 앞의 글은 제 눈과 귀로 현장에서 보고 들은것, 뒤의 글은 객관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읽기 편하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8월 7일은 내용이 적어 원내 / 전국 두가지를 한꺼번에 썼는데 후반부로 가면 이것도 둘로 나누어 총 세 파트로 나누어 글을 쓰게 될 듯 합니다.

가급적 1주일에 한번씩은 글을 이어나가고자 하는데 전문의시험 준비도 해야하고 의국내에 일도 갑자기 늘고 너무 바쁘네요. 그래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점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페메, 리플에 일일이 답변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여유 될 때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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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3. 당·정, 의대 정원 증원·공공의대 설립 합의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1060

2020.07.23. 남원 공공의대 사실상 확정

http://www.jeolla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03952

2020.07.29. 중앙보훈 전공의들 파업결의

http://m.medicaltimes.com/NewsView.html?ID=1135009

2020.08.02. 대형병원 전공의들 8월 7일 24시간 총파업 결정…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전공의도 참여

http://m.medigatenews.com/news/2292700351

2020.08.04. ‘전공의 관리·감독 하라’는 복지부 공문에 전공의들 ‘분노’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1475

2020.08.04. 전국 전공의 실명 모두 밝힌 ‘젊은 의사들의 성명서’ 주목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5653

2020.08.06. 전공의 7일 단체행동 서울·경기·인천권역은 여의대로에서 집회

http://www.ggmed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0

2020.08.07. 여의도 집회에 예상보다 많은 전공의·의대생 참여…1만명 추산

http://m.medigatenews.com/news/4217918044

0. Prologue. 한성이와 반성이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468004966613229

1. 의료파업의 첫 단추. 8월7일 대전협 집회.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491019247645134

2. 무겁디 무거운 가운을 벗은 날, 8월23일.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15153955231663

3. 가짜뉴스와 절대로 깨어져선 안됐던 믿음. (8/23~26)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43407369072988

4. (외전) 이대의대생-이대목동병원 전공의 간담회 (9/10, 파업종료 이후)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62596597154065

5. 추노, 보건복지부에서 온 노비 사냥꾼. (8/26~28, 8/31)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586703301410061

6. 밀실회의 (8/29~30)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34251673321890

7. 파업 종료 직전. (9/1~9/3)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67261516687572

8. 제3차 범투위 회의, 9.4합의 서명 전날의 회의. (9/3)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690056504408073

9. 의정, 의당 합의. (9/4)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713603208720069

10. 대전협회의, 서울시의사회 난입사건. (9/5)

https://www.facebook.com/qkrjiyong/posts/495085520166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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