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와 대마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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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생 제적 리스크는 학장에게도 적용되는 문제

– 동기들 대세 따르는게 중요

투쟁에는 뭉치는게 제일 중요하다. 단일대오를 유지해야한다.

당연하고 이미 알고 있는 얘기입니다. 모두가 함께하면 안전하다.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피해를 받지 않는다. 제가 작년 2월에 사건 터지면서 제일 먼저 했던 얘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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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직 전공의들의 단일대오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특히 사직전공의의 복귀 시점과 적용되는 법령에 대한 정리를 많이 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제가 정리한게 가장 정확했습니다. 변호사들이 법령을 분석하려 해도 법령 적용 사례가 있어야 분석이 맞는지 알 수 있는데, 적용 사례를 아는건 저뿐이었거든요. 2020년 의료 파업이 끝난 뒤 수습 과정에서, 법령이 적용된 각 병원의 공지사항들을 전부 아카이빙해둔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정리해둔 내용이 사직 전공의들이 1년 넘게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주요 수련 병원 전공의협의회에서 제 자료를 바탕으로 지침을 만들어 전국 전공의들에게 배포했기 때문입니다.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종용하던 보건복지부도 몇 달 뒤에 전부 제가 설명한 대로 말을 바꿨고요.

정부 협박보다 지침이 더 정확했으니 일선 전공의 입장에서 지도부에 신뢰를 가지는데 큰 도움이 됐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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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단일대오 돕는 것은 쉬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돕는 것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공의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은 대한민국 법규뿐이지만 의대생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40개의 의과대학 재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은 40개 의대의 40개 학칙입니다. 학교마다 학칙이 다르기에 일률적인 지침을 만드는 것은, 그리고 그 지침을 따르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제적’과 관련해서 의대협의 지침은 ‘미등록’이었습니다. 일부 학교에서 다수의 의대생들이 등록하면서 의대협이 지침이 무너지는 상황이라, 처음부터 ‘등록 후 수업거부’로 의결해야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칙상 ‘등록 후 수업거부’가 불가능한 학교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미등록’이 최선이었다는 점은 수긍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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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단일대오가 유지되면 실제로 제적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생각합니다. 제적의 책임자는 학교(총장/학장)입니다.

학생들을 제적시키면 그 처분의 정당성에 대해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난 17일 교육부가 ‘의대생 제적은 학교가 판단’하라며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기도 했죠. 의대생을 제적시키는 데 있어 책임자가 느끼는 부담감이 상상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소송은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일부 학생을 제적시키고 돌아오는 소송은 감수할만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본인 학교 의대생 대부분을 제적시킨다? 이거는 굉장히 힘든 결정입니다. 의평원에서 시범케이스로 3개 의대만 불인인증(그것도 유예) 시키고 끝난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규모 제적은 윤석열 계엄령급 결단 없이는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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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의대생들이 등록 여부를 놓고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로 깊게 대화를 나눠보셨을텐데, 제가 가장 동의했던 것은 이 내용이었습니다.

‘ 네 인생이니 네가 선택하는게 맞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지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일부가 되지는 말아라’

제가 의대생이라고 생각했을 때, 모교 선후배들이 미등록을 유지하고 있다면 굳이 등록을 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인 학교 선후배들이 대부분 등록하고, 동기들마저 70% 이상 등록했다면 미등록 유지하라는 말은 안 할거 같습니다. 메디스태프를 보니 오늘 새벽에도 미등록 유지 중이라는 연세의대 학생이 있더군요. 제가 그 학생이라면, 본인의 신념을 위해 선택을 유지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겠으나, 학교 입장에서 상대하기 어렵지 않은 일부가 된다는 점을 알고 그에 맞춰 판단하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신념을 존경한다던 사람들이 그러게 왜 그랬냐며 안타까워 하는 상황까지 오면 선택을 돌이키는건 불가능해집니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만 있으면 다행인데 제가 살아보니 한심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상처 안 받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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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최대집 전 회장 합의 상황과 지금을 비유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현상황은 그 때보단 본4 국시거부 때와 더 비슷해보입니다.

졸업한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학생들과 생각의 차이를 느끼는 일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은데, 이 이상은 도와주는게 아니고 간섭처럼 느껴질것 같네요.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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