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논란이 다시 불 붙었습니다. 불길이 거셉니다. 지난주 화요일(11/21) 정부에서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발표한 덕분입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3953명이라는 구체적인 인원에 의협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 동안 파업을 언급한적이 없었던 이번 의협 집행부가 파업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어제(11/26, 일) 의협은 전국의사대표 회의를 열고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했습니다. 파업 여부는 전회원 찬반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파업 계획까지도 언급했습니다.
2020년 이후 3년만의 의사파업이 다시 벌어질 것이냐가 가장 큰 관심사이겠으나 그 다음으로 궁금해할 부분은 그래서 의대정원이 몇 명이나 늘어날 것이냐 입니다.
의대 증원 규모는 350~500명이 거론되었는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1000명, 3000명까지 숫자가 널뛰기 하듯 왔다갔다 합니다. 오랜만에 코인 차트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심지어 4000명에 가까운 숫자까지 언급됐습니다. 복지부는 ‘수요조사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요.
이번 의협 집행부의 특징은 명분을 굉장히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기자들이 가장 중시하는건 명분인게 사실입니다. 저는 명분을 챙기는게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습니다. 복잡한 명분 문제를 바쁜 일반회원들에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하지는 않았나 싶어 아쉽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의대 증원 이슈에서의 주요 명분은 단연코 ‘과학적 근거’입니다. 복지부와 의협은 과학적, 객관적 근거에 의거해 의대정원을 늘린다는데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일반회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과학적이다’라는 포지션을 의협이 아니라 복지부가 가져간 상태라는 사실입니다. 의협 측의 주장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비과학적이다’라는게 일반지 기자들 사이의 중론입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임’을 주장하는 뒷받침하는 근거는 뭘까요. 단연 보고서입니다. 복지부에 발주받아 ‘2035년 의사 2만7천명 부족’을 주장한 보사연 보고서, ‘2050년 2만2천명 부족’을 주장한 KDI 보고서, ‘2050년 2만8천명 부족’을 주장한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보고서 등이 있습니다.
(보사연 보고서는 이전에도 엉터리라고 지적한 바 있고, 김진현 교수 보고서는 OECD 평균과 단순 비교한 내용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나마 KDI 보고서가 수준이 낫습니다)
의대정원을 늘려야한다는 보고서는 많습니다. 심지어 1500명 증원을 주장한게 가장 작은 규모입니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들을 인용했습니다. 문제는 의사협회 측에서 인용하는 보고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의협 측의 주장이 비과학적이다’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화요일 의협 기자회견 때 일반지 기자가 2차례 연속으로 질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협 측의 과학적인 근거는 어디있느냐’ ‘의협 측의 보고서가 그래서 정확히 언제 나오느냐’
‘과학적인 근거’로 사용될 보고서의 존재가 명분 상 굉장히, 아주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거죠.
이에 의협 측은 의료정책연구소(의정연, 의협 산하 단체)에서 보고서를 준비 중이며 결과는 오는주 (12월 3일까지)에 나올 예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과학적’임을 주장하며 보고서에서 의대정원 인원을 제시하는 순간 의협은 그 이하의 인원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번주 나올 의협 산하 의정연 보고서에 나온 의대정원 인원이 의협에서 타협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거란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의정연 보고서에서 적정 증원인원이 350명이라고 말하는 순간 300명이나 200명, 정원 동결은 주장할 수 없게된다는거죠. 그만큼 다음주 나오게될 의정연 보고서의 의미는 큽니다.
아쉬운 부분은 ‘의정연 보고서’가 비공개 예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난 21일 의협 이필수 회장이 ‘의정연 보고서는 다음주 발간되고, 비공개 예정’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보고서를 비공개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의정연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적정 의대정원이 몇 명이 되던간에 파장은 의협이나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거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종 의대 증원 규모는, KDI 보고서 저자 권정현 연구위원이 제시한 1200명에서, 다음주 발표될 ‘의정연 보고서’에서 제시한 인원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보사연 보고서와 김진현교수 보고서는 신뢰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보사연 보고서의 오류에 대해서는 의협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거 같고요. 그래서 남는게 KDI 보고서입니다. 결국 KDI보고서가 주 레퍼런스로 사용될 것이라 봅니다. 또, KDI보고서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최근 정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의협에서는 ‘의정연 보고서’가 제시한 인원보다 단 한명이라도 더 증원할 경우 파업하겠다고 강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고요.
결론적으로 현 의대정원 이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다음주로 예고된 ‘의정연 보고서’의 발간과 보고서에서 ‘적정 의대정원 인원이 몇명으로 제시되는지’ 입니다.
개인적으로 강대강으로 맞붙기보다는 의협 측에서 명분 챙기면서 잘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만약에 파업을 하게 되더라도 다치는 사람 없이 잘 끝나기를 바래봅니다.
요약입니다.
1. 최종 의대증원 규모는 1200명과 ‘의정연 보고서’ 제시 인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해당 보고서는 이번주(~12/3)에 나올듯 하며 비공개 예정입니다.
3. ‘의정연 보고서’ 제시 인원보다 1명이라도 더 증원될 시 의협은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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