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현 대전협 회장이 최대집 의협회장의 합의에 따랐던 이유
– 올특위 위원 구성이 잘못된 이유
요즘 의협이 하는 일이 없다는 공격을 슬슬 받고 있죠. 전공의협회와 의대생협회에서 공개적으로 의협을 비판했고, 기자들은 의협이 협상력을 잃었다고 기사를 써내리고 있습니다.
현 상황의 원인과 해석에 대해서는 각자가 생각이 조금씩 모두가 다릅니다. 정답이라는게 있기 쉽지도 않습니다. 회장이 경솔해서라던가, 산하단체장이 무례했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래서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제 생각을 해봤습니다.
올특위는 어떻게 해야 현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가?
뜬금없지만 어제 생각한 이유를 조금 말해보겠습니다. 오늘 있다는 올특위 회의에 참관신청을 받더군요. 봉직의는 참관 불가능하단 말이 없어서 올특위 참관 신청했는데 거부당했습니다. 전공의와 의대생만 가능하다는데, 전화 받아서 정중히 사과받긴 했고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벼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올특위가 왜 펑션이 안 되는지.
2020년 의협과 현 의협, 집행부는 대부분 겹치는데 왜 지금은 그 때 처럼 지지부진할까요? 왜 올특위는 기능을 못 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20년에서 배운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2020년에는 파업이 순식간에 끝나버렸죠. 일부 소수의 전공의들이 그대로 사직해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환자 진료만 놓고 보면 큰 혼란 없이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최대집 의협회장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박지현 대전협회장이 로드맵1단계로 격하하고, 전공의들이 우르르 복귀했었죠. 2020년에는요.
제가 2020 겨울에 새로운 대전협 집행부에 합류했을때, 당시 의협 집행부 선생님들과 만나서 고기도 먹으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최대집 – 박지현 명예훼손 소송문제로 또 여럿 있었고요.
당시 의협 집행부와 소통하며 느낀 것은 하나였습니다. 이 분들은 의협이 왜 전공의들에게 욕 먹었는지 아직까지도 이해를 제대로 못 하고 있구나. (드디어 이해했구나 싶었던건 2023년이었습니다)
의협 집행부가, 의협이 왜 욕먹었는지는 이제 이해를 하는 것 같은데, 최대집 전회장의 합의문 서명으로 모든게 끝났던 메커니즘은 아직도 이해를 못 하는거 같습니다. 그냥 회장이 합의해서 다 끝난거 아니야? 수준입니다. 그거 아닙니다. 틀렸습니다.
1. 대전협 회장이 의협 회장을 따르는건 당연한게 아니다.
5월에 의협에서 ‘대전협은 의협의 산하단체이니 상위단체장의 지시를 따라야한다’는 발언이 있었죠. 이 발언에서 2020년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이해가 의협에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9월4일 합의 전날 있었던 회의에서, 합의안을 만들어놓고 박지현 대전협 전회장이 했던 말은 이겁니다. ‘이 합의안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대전협은 파업(단체행동) 계속 합니다’.
이건 공중파에 공개된 최대집 전회장 목소리로도 나오죠. ‘대전협은 하겠다던거(파업 지속) 하면 되잖아?’
하나라도 빼면 파업 계속한다는 대전협 측의 경고에도, 최전회장은 합의문에서 하나 빼고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박지현 전회장은 전날 엄포랑 다르게 들어가고야 말죠. 박지현이 산하단체장이어서 의협 회장말을 들을 수 밖에 없어서였을까요?
산하단체장이라 그런거면 애초에 녹취록을 언론에 뿌리지도 않았겠죠. 박 전회장이 파업 끝냈던 이유는 감옥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불법파업이었던 전공의 단체행동을 지속하면 누군가는 감옥에 가야하는데, 그 전까지 감옥은 내가 가겠다며 나만 따르다던 최대집 회장이 합의하고 들어가면, 파업 지속시 감옥갈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박지현 대전협회장 본인입니다. 최대집이 파업을 끝낼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그 말고는 감옥 가겠다고 말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감옥 선언’이 중요한 이유는 파업 후 대전협 측 주장에 최대집 전회장과 징역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데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올해는 어떻습니까? 의협 회장은 ‘내가 대표해서 감옥에 가겠다’는 발언을 한적이 있나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 이번 전공의 대표들은 감옥에 갈 생각이 없나요?
2. 대전협의 결정에 전공의들이 따르는 것도 당연한게 아니다.
올해 2월6일 이필수 전 의협회장이 파업 관련해서 했던 발언이 있습니다. ‘정부가 의대증원 강행하면 책임지고(?) 집행부 총사퇴하겠다’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필수 전회장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는데 저는 이필수 집행부가 투쟁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투쟁위원회에 최대집 전회장 초빙하는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파업은 이필수 집행부 역량 밖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요.
아무래도 현 집행부 다수가 2020 파업 당시 최대집 집행부와 겹치기 때문에 당시 족보 같은거는 그대로 다 남아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뭐냐면 의협에 의협 족보는 있는데 대전협 족보가 없다는겁니다.
최대집이 합의한다고 박지현이 수긍하는게 당연한게 아니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박지현이 수긍하면 전공의들이 복귀하는게 당연한건가요? 이것도 당연한게 아닙니다.
대전협이 전공의들을 ‘그립’할 수 있었던 것은 각 병원의 전공의대표들, 즉 대전협 대의원들을 꽉 잡고 있어서였습니다. 방향설정은 대전협 집행부가 했지만, 최종 결정은 대전협 대의원들이 했습니다. 당시 빅5가 중요한 결정을 다 한다는 불평이 나왔는데, 정확히 말하면 ‘(빅5를 포함한 다수의)전공의 대의원들’이 다 결정한겁니다.
대전협의 전공의 지휘력의 힘은 각 병원 전공의대표(대전협 대의원)들의 협조에서 나왔습니다.
– 파업종료 후 발생한 혼란 수습의 지분도 80% 이상이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에 있었습니다. ‘꼬우면 니가 대표하던가’로 수습이 끝난 병원이 대부분이었고요. 꼬아서 나온 새대표가 나온 병원들도 결국에는 새로 나온 대표들이 혼란을 수습했습니다.
– 대전협 (구)비대위에 반발해서 나온 신비대위 공동대표도 전원이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었습니다.
의협에서 당시 파업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회의를 범투위에서 했으니 올특위 구조도 범투위를 따라갔는데요. 범투위가 중요하다는건 선배 의사들의 생각이고 실제로 전공의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의는 대전협의 대의원회의였습니다. 위원 구성을 (전공의 눈에)중요하지도 않은 범투위 따라해놓고 전공의들이 안 들어온다고 비판하는거는 그냥 의협의 오판입니다. 2020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겁니다.
2020년 전공의들은 범투위 결정을 따른게 아닙니다. 2020 대전협 비대위의 ‘의결’을 따른겁니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따른거란 뜻입니다. 그리고 대전협 대의원회의(대전협 회칙에 근거해 병원 대표들 모아서 그들에게 부여된 의결권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된 회의)가 전공의들을 움직였던 것입니다.
올특위 구성해놓고 전공의 들어와 들어와 하는데 들어가도 전공의들은 올특위 안 따릅니다. 2020년에도 전공의들은 범투위를 따른게 아니었다니깐요.
결론
지금 의협에서 사직전공의 선생님들 초대해서 의견 듣고 있는거로 압니다. 그거는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고요.
답답한 것은 의협이 2020년에 대해서 이해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면서 2020년 당시 전공의 파업을 주도했던 당시 레지던트 3, 4년차들의 의견을 받을 생각은 왜 하지 않고 있냐는 것입니다.
의협이 그 사람들을 싫어해서일까요? 진실을 누가 알겠습니까. 뭐 저는 배제되고 있는거 같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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