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미키17 관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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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보자면 가볍게 볼만하고, 무겁게 보자면 기대 이하인 영화.

2월28일 개봉. 기생충 이후 봉준호의 첫 영화.

봉준호 영화 특유의 스토리라인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체제모순을 지적하고, 개혁적이고 기존체제를 엎으되, 대안은 나오지 않는 그런 내용이 대부분이라.

살인의추억이 명작이 됐던 이유도, 나도 그 영화를 사랑했던 이유도, 스토리라인이 모순점을 지적하는데서 끝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생충도 그랬다. 뒷편에 송강호가 칼부림하는게 정말 공감되지 않았다. 대신 그거 빼고는 다 좋았고, 참신했고, 아카데미상 수상까지는 국위선양 그 자체였다. 그래서 미키17도 봉준호에 대한 리스펙으로 일단 보기로 했다.

미키17은 우주 탐사를 위해 실험체로 사용되는 남자의 이야기다. 미키는 임무 수행을 위해 16차례의 죽음을 되풀이하지만, 인체 복제를 통해 기억이 그대로 유지된 채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반복되는 죽음과 재탄생 속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와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영화는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깊이 생각해볼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가볍게 보려면 볼만했다. 우주SF영화지만 인체복제에 대한 것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영화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미키17에서 달랐던 것은, 외부에 저장된 뇌의 데이터를 다른 인체에 전송되었을때, 그 인체는 이전의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이 꿈꾸던 영생의 가장 현실적인 형태를 다루고 고민한다는 점. 딱 그거 하나만은 참신했다. 나도 한번씩 생각하던 내용인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그거 빼고는 평이한 스토리라인을 가졌고, 중간중간 소소한 봉준호 스타일의 유머 때문에 타임킬링 용으로는 볼만하단 느낌이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하지만 나는 돈과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아쉬운 점은 영화 전반에서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밑바닥 인생인 주인공을 두고 잘나가는 여자들이 쟁탈전을 벌인다던가. 우주선의 지도자가 우스꽝스럽게 나오는데도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 등. 용광로에서 뻔히 살인사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도 경비원도 없는 등등. 스토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개연성 떨어지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특히 불편했던 점은, 기존에 봉준호가 보여주던 정치적 성향을 완전한 미국식 버전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

봉준호가 미국에서 심하게 나쁜 경험이라도 겪었던건지? (나의 경우는 짧지만 좋았던 기억만 있다) 완전한 악으로 묘사되는 우주선 지도자가 종교를 통해 우주선을 장악하고, 또 찬송가를 부르며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은 미국의 기독교 우파를 너무 대놓고 조롱하는 모습이라 유머러스 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편했다. And singing hymns while committing bad acts felt like an obvious mockery of the American Christian right, which was not funny at all and made me very uncomfortable.

여기서 더 붙이자면, 영화가 2022년 말로 윤석열 당선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빌런이 너무나도 윤석열과 김건희를 떠오르게 한다는거? 의사들이야 다 윤석열 싫어하니까 이 점은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재밌었던 점을 뽑자면, 미키17과 복제된 미키18을 보고 그의 여자친구가 쓰리썸해도 된다고 기뻐하던 모습 같은거는 요즘 웹툰 설정같은 느낌도 들고 굉장히 참신한 느낌이었다. 그 외 영상미도 볼만했고. 영화에 비중있는 아시아인이 둘이나 나왔던 점도.

봉준호가 2006년 괴물 찍고 완전 반미 영화감독이 됐었는데, 미키17은 약간 부드러운 괴물’The Host’의 미국 버전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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