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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교수 데이터 오류 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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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이 분은 글 쓸때마다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시는 버릇이 있는데 2일 전 뉴스1에서 실어준 기고문(‘뭐든 잘 안다고 착각’ 의사들의 과잉 확신)에서도 통계를 또 자의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아쉬운건, 이 통계 이상하지 않냐고 누가 제보해줬으면 제가 그저께, 기고문 올라온 날 바로 정리해서 글을 올렸을텐데 .. 통계에 이상한게 없다고들 생각하셨는지 오류 찾아봐달라는 분이 안계셨습니다. 덕분에 오류 정리하는데 2일 걸렸네요.

김윤 교수님 기고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 2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성의없는 통계 출처 제시.

2. 자의적인 통계 해석.

이번 기고문은 의사들이 본인들의 전문성에 대해 과도한 확신이 있다고 지적해주셨는데요. 이런 지적을 해주는 사람도 있는게 사회에는 바람직하겠으나, 문제는 김윤 교수님이 이런 지적을 하면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모범이 되시기에는 조금 어려운 분이신거 같아서요.

여하튼 의사들의 과확신에 대해서 3가지 예를 들어주셨는데, 정리하자면

1. 지난 기고문에서 퇴원자 자살률 통계에 대한 정신과 전문의의 지적이 틀렸다.

2. 의대증원 적정 규모에 대한 KAMC의 제안 (350명)이 부적절하다.

3. 이재명의 헬기 이송이 부적절했다? 이게 왜 이상한지는 전문을 읽어봐야 공감이 되실듯 한데,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2번과 3번 예에 대해서는 넘어가겠습니다. 이거는 통계나 데이터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뭐가 어디까지 문제인지는 알 수 있을듯 해서요. 그래서 1번만 얘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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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주제는 한국의 정신과병원 퇴원자의 자살율이 높다는 통계 관련입니다.

2023년8월30일 ‘사법입원제로 ‘묻지마 칼부림’ 해결될까?’라는 기고문에서 김교수는

‘싸구려 비지떡 수준’ 정신과 입원 치료는 입원한 정신과 환자에 큰 심리적 외상을 남긴다. 그 결과 우리나라 병원에서 퇴원한 정신과 환자의 자살률은 OECD 국가에 비해 2배가량 높다. 매년 정신과 퇴원 환자 약 1700명이 입원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외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고, 이 중 약 절반은 싸구려 입원 치료로 인한 심리적 외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라는 말을 했고, 이와 관련해 2024년1월16일 ”뭐든 잘 안다고 착각’ 의사들의 과잉 확신’이라는 기고문에서

정신과 전문의 : “(메디컬인사이드에 언급된) ‘매년 정신과 퇴원 환자 약 1700명이 입원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외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고, 그중 약 절반은 싸구려 입원 치료로 인한 심리적 외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통계는 처음 보는데 어디서 나온 자료인지 궁금하네요. (중략) 현장을 잘 모르시는 것을 떠나서 통계나 계산에 좀 약하신 듯. 정확한 근거에 기반해서 글 쓰셔야 합니다.”

김윤 교수: 댓글이 비판한 내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통계를 기반으로 쓴 것이다. OECD 보건의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과 퇴원환자의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2배 가량 높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매년 정신과 퇴원 환자 약 1700명이 자살을 하고, 그중 약 절반은 우리나라 정신과 입원 치료의 질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낮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라고 반박합니다. 정확한 근거에 기반해서 글 쓰라는 의견에 본인은 정확한 근거를 기반하고 있다는 반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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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는 정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이번 글도 그렇습니다. 특히 1700명이라는 수치가 그렇습니다. 매년 정신과 퇴원환자 중 자살자 1700명이라는 수치가 OECD에서 주어진 수치가 아닌, OECD 통계를 이용해 본인이 계산한 수치라는건데 어떻게 1700명으로 계산한건지 근거가 없습니다.

1. 일단 김윤 교수는 ‘정신과 퇴원환자 자살률’이라는 통계가 OECD 출처라고 했는데요.

– 엄밀히 말하면 OECD에는 ‘정신과 퇴원환자 자살률’이라는 통계가 없습니다. –

정확히 말하면 ‘정신과 퇴원 30일 후 자살률’과 ‘정신과 퇴원 1년 후 자살률’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수치를 인용했는지 정확히 말씀해주셔야죠.

2. 한국의 해당 수치가 OECD 국가 평균의 2배라고 했는데 이것도 틀린 내용입니다. 해당 수치는 OECD 국가 중 18개국만을 대상으로 조사된 데이터입니다. OECD 38개국의 평균값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심지어 조사 대상인 18개국 중 4개국은 마지막 데이터가 2017년 이전으로 7년 전 데이터입니다. 최근 6년 이내의 데이터를 사용한 국가가 OECD 38개국 중 14개 국가에 불과한 것입니다. 서울에 자치구가 25개가 있는데 이 중 9개 구의 데이터만 모아서 ‘서울 평균’이라고 주장한 것과 동일합니다.

4. 위의 문제들을 전부 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퉁 쳤을 때 OECD 18개 국가의 ‘정신과 퇴원 1년 후 자살률’이 100명당 0.36명입니다. 한국은 0.7명이고요. 이렇게까지 하면 한국이 해당 국가들 평균의 2배는 맞습니다.

5. 참고로 ‘정신과 퇴원 30일 후 자살률’로 계산하면 차이는 좁혀집니다. 같은 국가들의 평균 자살률은 100명당 0.12명, 한국은 0.19명입니다. 1.6배 수준입니다. 둘 중에 어떤 수치를 쓰는게 맞는지 근거를 제시해야하는데 김 교수는 아무런 설명 없이 ‘퇴원 30일 후 자살률’은 없는 통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6. 그리고 정신과 퇴원환자 ‘1700명’이란 수치의 레퍼런스가 없습니다.

매년 정신과 퇴원 환자 중 1700명이 자살했다면 김교수가 인용한 2020년 OECD 데이터에 따르면 약 24만3천명이 퇴원했다는 뜻인데 {1700명 = x / (100 / 0.7)} 퇴원 환자수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참고로 국민건강보험데이터에 따르면2) 2016~2018년 3년간 52만명, 1년에 약 17만명이 퇴원했습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2022년 정신질환 입원자 수는 11만명입니다. 50~120% 가량의 오차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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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쓸때 언론이 데이터가 맞는지 별도로 확인 안 하고 실어주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고자가 해당 분야에서 충분히 정확한 사실을 적어줬을거라 기대해서 그런거 같은데요. 보통은 틀린 주장을 하는 분들도 인용하는 통계 자체는 사실인 것들을 인용하던데 김교수님은 통계 왜곡이 너무 자주 보입니다.

‘논쟁적인 인물’이라고 묘사가 되지만 김교수님의 통계 왜곡은 ‘가치 판단’의 영역이 아닌 ‘사실 판단’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계속해서 저러시는데도 언론에서 기고문을 실어주는걸 보면 언론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세태에서 확실히 타이틀이란게 중요하긴 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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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해볼까요.

– 김윤 교수는 본인이 제시한 자료의 통계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는 통계를 왜곡하는데 도움이 된다.

– 1월16일 김교수의 기고문에서 언급한 ‘OECD 평균’은 ‘OECD 평균’이 아니다.

– 매년 1700명의 정신과 퇴원환자가 자살한다고 밝혔으나 김교수가 밝힌 데이터를 근거로 실제로 계산해보면 다른 수치가 나온다.

– 본인이 언급한 데이터의 출처를 ‘OECD’ 라고 언급했지만, OECD는 ‘정신과 퇴원환자 자살률’이라는 통계를 낸적이 없다. OECD는 퇴원 후 30일과 1년 두가지로 분류해 통계를 냈다.

– 김교수는 위의 두 통계 중 본인에게 유리하다 생각한 것을 골랐고, ‘퇴원 후 1년째’라는 말을 지워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 김교수가 통계나 계산에 약하다는 전문의의 지적은 옳아보인다. 김교수의 기고문을 보면 사실 관계를 뒤바꾸는 통계 왜곡이 많다.

Reference)

1) OECD.stat, Healthcare Quality Indicators : Mental Healthcare

2) SE Chae, 2023, Trends in patient suicide rate after psychiatric discharge in Korea from 2010 to 2018: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 J. Affect, Disord.

3) https://www.mentalhealth.go.kr/portal/bbs/bbsDetail.do?bbsId=BBSSTATS&nttId=98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 사법입원제로 ‘묻지마 칼부림’ 해결될까?

https://www.news1.kr/articles/?5154645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 ‘뭐든 잘 안다고 착각’ 의사들의 과잉 확신

https://www.news1.kr/articles/?5290796

아젤라이다가 페테르부르크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아내의 친정으로 날아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락방에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모양으로, 어떤 이는 장티푸스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굶어 죽은 것 같다고도 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얼큰하게 취해 있다가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는 갑자기 한길로 달려 나가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기쁨에 겨운 목소리를 외쳤다.

” 주님, 이제야 해방이군요! “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의 말에 따르면 철없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어대는 모습이 평소에 그를 몹시 혐오하던 사람들마저 측은해할 정도였다고 한다. 어쩌면 양쪽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자신이 해방된 것을 기뻐하면서 동시에 해방시켜준 아내를 서러워하며 우는 것은, 사실 똑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간은 아무리 악당이라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순진하고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자신이 그런 것처럼.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두 여자와 결혼해서 세 명의 아들을 낳았다.
4편 ‘가상캐스팅’에서 이진욱으로 비유한 첫째 아들 드미트리가 첫 번째 부인 아젤라이다의 소생이다.
(4편 가상캐스팅 https://brunch.co.kr/@qkrjiyong/26)

첫째 부인인 ‘아젤라이다 미우소프’는 귀족 출신이었는데도, 세상물정 모르고 자란 덕에
한심하고 파렴치한 남자인 표도르와 함께 도피성 결혼을 감행했다.

당시 러시아는 결혼할 때 신부가 지참금을 가져오는 문화였는데,
아젤라이다가 지참금으로 가져온 2만 5천 루블(지금으로 치면 5~10억원 쯤 되는거 같다)을 표도르가 그대로 가로채버렸다.

고귀하게 자란 아젤라이다는 광대짓하며 비웃음 사고 다니는 표도르에게 질려
수년간의 애정 없는 결혼생활 끝에 세 살배기 드미트리마저 포기하고 외간남자와 집을 떠나버렸고,
몇 년 뒤 사망 소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다.


겨우 30대의 나이에 부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해방’이라며 기뻐하는 남편만큼 혐오스러운 인간이 또 얼마나 있을까?

나이 60 먹고 친아들의 썸녀를 뺏으려고 난리 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표도르는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에게 불리한 사람에게는 억지 비난을 쏟아놓고 본인에게 유리한대로 아무 말 대잔치를 늘여놓는다. 본문에 나오듯이 친해지고 싶지 않은 혐오스러운 성격이다.

그런데,
본인과 헤어진 부인의 죽음에 대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혐오스럽기 그지없지만
동시에 슬퍼서 철없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도 했다는 모습은 역설적인 듯하면서도 자연스럽다.
표도르는 나쁜 사람인건가 착한 사람인건가.

전 부인의 죽음에
‘기뻐했다’는 모습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슬퍼했다’는 모습은 소문을 통해 전달받은 듯한 묘사로 이야기의 사실감을 더해준다.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감정을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은 어떤 게 있을까?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이 비슷할 수 있을까?
환호하면서 서글프게 우는 감정은 표현이 힘들지 않을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 보통 ‘씁쓸하다’는 식으로 적당히 둘러대는 것 같다.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분이 구린 것도 사실이니까 ‘씁쓸’하다는 감정으로 퉁치는 것이다.
나는 이런 표현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표현하는 게 개인을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사람이란 자기자신의 복잡한 감정에 대해서는 정성스럽고 섬세하게 접근하는 반면,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는 투박할 정도로 무성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한 성품과 악한 성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번갈아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두 성품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제삼자의 눈에 보이는 것은 둘 중 하나뿐이다.

어릴때는 모른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조금씩 알게된다.
내 눈에 보이는 내 모습뿐만 아닌, 타인의 눈에 비춰지는 내 모습까지 그리는 능력이 생긴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씁쓸하다’는 등의 표현으로 적절히 가리는 잔기술을 배우게 된다.
솔직하게 둘 다 드러내면 안 된다. 둘 중 내게 유리한 감정, 그것 하나만 드러내야한다.
두 감정을 모두 드러내면 사람들은 둘 중 하나만을, 그것도 자기 편한 쪽으로 골라 집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모습은 그 사람과 가까워질 때 더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평이 나쁜 사람이 생각보다 착하다면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지듯 우상화하기도 하고
평이 좋던 사람에게서 악한 모습을 발견하면 필요 이상으로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다들 남들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는 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 쉽지가 않다. 나도 안 그러려고 노력하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나쁜 행동에도 나름의 선의가 있지 않을까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뿐인 듯하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이 그런 것처럼, 아무리 나쁜 사람이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순진하고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7

이거 아침드라마의 소설 버전이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은 여친의 한줄평이다. 확실히 이 소설은 막장드라마 스러운 부분이 있다.

라디오도, 티비도, 냉장고도 없던 19세기가 배경이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는 당연히 없고
티비 드라마도, FM라디오도 없던 시절.
물론 웹소설도 없었다.

당연히 막장 스토리 소설에 대한 수요도 컸겠지.


소설의 러브라인에는 카라마조프 집안의 아버지와 세 아들, 그리고 매력적인 두 여인이 나온다.

재산 관리에는 유능하지만 한심하고 파렴치한 아버지(표도르)와
방탕하지만 나름대로 순정있는 첫째 아들(드미트리 = 미챠)이 한 여자를(그루센카) 두고 연적이 되며,

첫째 아들(드미트리 = 미챠)은 또 이 여인과 결혼하겠다고 외치지만
이미 약혼한 귀족 가문 출신 자존심 강한 냉미녀 스타일의 약혼녀(카체리나 = 카챠)가 있다.
참고로 그루센카는 술집 여자 수준의 비천한 신분이지만 소위 썅년이라서
귀족 출신 미녀인 카체리나를 엿먹이기도 한다.

이 와중에 모스크바에서 무신론으로 명성을 떨치고 돌아온 둘째 아들 이반은 형의 약혼녀(카체리나)를 흠모하지만 카체리나가 형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 결국 포기한다.

이들이 그리는 서사는 가장 선한, 그러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마음속 깊숙히 어딘가에는 추악한 모습이 숨겨져있을 셋째아들 알렉세이(알료샤)의 시선을 빌려 묘사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어찌보면 ‘막장 드라마’ 형태의 소설이다.
이런 스토리 전개에 가장 어울리는 한국 연예인들은 누구일까 생각해봤다.
정리해본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1. 드미트리 (첫째 아들)
2. 표도르 카라마조프 (아버지)
3. 카체리나 (드미트리의 약혼녀)
4. 그루센카 (아버지와 첫째아들의 썸녀)
5. 이반 (둘째 아들)
6. 알렉세이 (셋째 아들)


1. 드미트리 카라마조프 : 이진욱

방탕하고 여자 많이 만나는 28세의 러시아군 장교 출신 드미트리. 경제관념이 없어서 술자리에서 돈을 물쓰듯 쓰고 다니고 현재는 빈털터리다. (참고로 드미트리는 술먹고 사람도 팬다. 여자는 안 때리지만.)

난잡하게 사는것 같아도 나름대로 줏대는 있다.
‘성매매는 맞지만 성폭행은 아니다’라고 외치는 이진욱,
법정에서 ‘하인을 폭행한건 맞지만 아버지를 죽이지는 않았다’고 항변하는 드미트리와 똑같다.

러시아 시골의 지방 법정에서 수많은 아줌마 팬 (신문 기사 읽고 모스크바에서 멀리 시골마을까지 원정 온 귀족 부인들이 드미트리는 무죄라며 열렬히 응원함)들을 동원한다.

아버지 표도르가 질투하는 (젊을때는 내가 망할 드미트리보다도 잘 생겼었다고!) 잘생긴 외모는 당연히 필수.

2. 표도르 카라마조프 : 김용건

39살 연하와 결혼했다는 점에서 표도르 역은 김용건으로 낙점.

사실 결혼을 8번한 배우 유퉁이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노빠꾸로 돌진하는건 김용건보다는 유퉁이 어울리는거 같다.

하지만 표도르가 지금은 표독스러울 지언정 젊을때는 꽃미남이었다.

표도르는 60살의, 외모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노인이지만 돈으로 친아들의 썸녀를 빼앗으려 전력을 다하는 인물이다.

19세기에는 돈이 전부였는지 썸녀에게 돈 많은 표도르랑 결혼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고 첫째아들 드미트리도 썸녀 뺏길까봐 노심초사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온다.

귀족 집안 딸래미들이랑 ‘도피 결혼’을 여러차례 성공해내는걸 보면 젊은 시절 빼어난 외모를 가졌을 것이란 사실이 분명하다.
하지만 60먹은 지금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래서 일부러 김용건 사진 중에 못 나온거로 골랐다.

3. 카체리나 : 이다희

모스크바에서 시골마을로 내려온 중앙 귀족 가문의 자존심 강한 냉미녀. 장교 파티 할때 귀족 여인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집안이 폭삭 망했을 때 인연으로 드미트리와 약혼했는데 이후 친척에게 상속을 잘 받아서 금수저로 복귀한다.

어쩌다보니 드미트리랑 약혼하게 됐고 이제는 신세가 폈으니 드미트리 말고 모스크바의 잘나가는 귀족집안 아들내미랑 사겨도 될거같은데

우리 둘이 안 맞는거 같다는 드미트리에게 진심인지 자존심인지 끝까지 매달린다.

똑똑하고 기가 정말 세지만 순정적인 면도 있고 동네 미인 그루센카에게 제대로 긁힌다.

4. 그루센카 : 전효성

마을 최고 미녀인데 워낙 시골마을이라 미모는 7의 여자 수준인듯 하다.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매력 포인트. 흙수저 출신의 비천한 신분이고, 유흥 일도 하는거 같다.

외모와 글래머러스한 몸매 때문에 전효성으로 골랐다.

마성의 불여우라서 동네 남자들 다 꼬신다. 덕분에 돈만 많은 표도르와 개털에 경제관념은 밥말아먹은 드미트리를 양쪽에 두고 가지고 논다.

모스크바에서 온 금수저 카체리나가 드미트리를 양보해달라면서 친해지려 하길래 순딩이처럼 친하게 지낼것처럼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드미트리를 양보한다고 한건 아니었는데요?’ 라면서 카체리나를 엿먹인다.

5. 이반 카라마조프 : 이병헌 (20대)

이반은 무신론 등 19세기 최신 철학이론으로 24세의 나이에 학계에서 네임드가 된 인물이다.

이지적인 이미지, 엄격.근엄.진지한 느낌인데 그 와중에 열성적인 종교인인 막내동생 알료샤도 좋아하는 솔직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카체리나를 흠모하는데 카체리나가 형 드미트리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한 것을 알고 결국 포기한다.

자기 일에 프로페셔널하고 전문적인 모습. 엄격.근엄.진지한 모습도, 소탈한 모습도 잘 어울리는게 이병헌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병헌은 여자들 다 꼬시고 다니는 이미지인 반면,
이반은 인플루언서 댄디남인데도 끝끝내 연모하는 카체리나는 꼬시지 못한다는 점은 둘의 다른점이다.

6. 알렉세이 카라마조프 (알료샤) : 임시완

순수 그 자체. 다소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선한 마음과 성격 때문에 누구든지 호감을 갖게 만든다. 어딜가나 대접받는 스타일.

외모도 나름 깔끔하고 잘생긴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임시완으로 결정했다.

‘카라마조프 가문의 더러운 피’ 때문에 가끔씩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악한 심성을 느끼기도 한다.

소설은 1800페이지 가량의 막대한 분량만큼이나 메인 등장인물도 두자릿수를 가볍게 넘긴다.

맘 같아선 10명 정도 캐스팅 해보고 싶었지만, 러브라인에 나오는 가장 메인 인물 6명만 정리해봤다.

‘사랑과 증오’에 대해서는 이 사람들만 알아도 줄거리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누가 어울릴지 여자친구와 딥토킹 하면서 챗GPT까지 썼는데 의견이 완전 일치하는 인물도 있고(이진욱), 전혀 합의되지 않는 인물도(이병헌) 있었다.

챗GPT는 표도르 역으로 최민식을 추천했는데 최민식이 연기하는 표도르도 생각해보니 리얼할거 같다.

읽어보신 분들도 의견 달아주시면 재미있을것 같다.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6

“만약 내가 죽지 않는다면, 만약 산다면 나의 삶은 끊임없는, 영원처럼 느껴지며 1분이 백 년과 같으리라,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인생의 단 1초를 소홀히 하지 않을 텐데…”

28살의 나이에 사형을 선고받은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생각했다.
영하 50도의 추운 겨울.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다른 두 사람의 죄수와 함께 두 눈이 가려지고 5분이 지났을까.
황제의 전령이 사형 취소를 알리면서 그는 구원받는다.

A last minute reprieve saved Fyodor Dostoievski from the firing squad Art Print by Ralph Bruce

죄와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등으로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로까지 분류되기도 하는 도스토예프스키는 역사상 최고의 소설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의 인생은 다이나믹하기도 엄청 다이나믹한데, 젊은 시절 반정부단체 활동하다 검거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 직전에 러시아황제 니콜라이 1세가 사형을 중지하고 시베리아 유배형으로 변경, 목숨을 건진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신, 구원, 사랑, 증오 등 여러 가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바닥까지 파헤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에서 얘기한 사형선고와 시베리아 유배형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 중에서도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성찰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 그의 작품 세계는, 책의 주인공인 셋째 아들 알료샤(알렉세이 카라마조프)를 통해 펼쳐지는 내용에서 느낄 수 있다.

“나는 불멸을 위해 살고 싶다. 어중간하게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살의 알렉세이(알료샤)는 깊은 사색 끝에 불멸과 신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얻고 수도자의 삶을 시작한다.
방탕하고 문란한 첫째형 드미트리와 무신론의 정점에서 명성을 얻은 둘째형 이반과는 정반대 되는 삶이었다.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5

2023.07.07. 2독 후 작성한 첫 번째 서평.

도스토예프스키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금까지 쓰인 가장 장엄한 소설’ -프로이트
‘한 인간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창조해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 헤르만 헤세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는 도스토예프스키’ – 프리드리히 니체

짧은 평을 하고 싶지만 과연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위인들의 평을 붙여봅니다.

자랑을 조금 하자면, 오늘로 책을 두 번 읽었습니다. 생김새를 보면 벽돌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책이라 2달이나 걸렸네요. 책을 두 번째 읽으며 제가 느낀 느낌은 ‘글에 압도당하고 있는 느낌’ 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나 ‘칠드런오브맨’을 볼 때 느꼈던 감각과 비슷했습니다. 감정적으로 압도당하는 느낌. 영화도 아닌데 시각적, 청각적 요소도 없이 글로만 쓰여진 소설을 읽으며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합니다. 마치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대작 영화들을 보는 것 같아요. 그것도 한 편이 아니라 다섯 편 정도? 20여 개의 단편 소설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동시에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 유명한 ‘대심문관’이나 조시마 장로의 ‘청년 시절 회상’ ‘비밀스러운 방문자’ 등이 각각의 단편소설처럼 설명됩니다. 특히 ‘일류샤의 장례식’에서 알렉세이와 일류샤의 친구들이 부활과 재회를 약속하는 장면은 제가 레지던트 1년차 때 사망선고 후 망자의 배우자와 나눴던 대화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망자와의 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기에 ..
(신은 당연히 없는거잖아? https://brunch.co.kr/@qkrjiyong/6)

책의 주제를 단 하나만 꼽는다면 아무래도 부활과 구원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워낙 다루는 것이 많아서요. 문학적으로 보면 러시아적인 것, 민중적인 것, 종교적인 것, 셋째 아들 알렉세이를 이와 상반된 프랑스적인 것, 인텔리적인 것, 무신론적인 것, 둘째 아들 이반과 대조되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참 재미있었고요.

감정선으로 보면 슬픔과 기쁨, 불행과 행복, 사랑과 증오 같은 서로 상반되는 감정이 사실은 거의 동일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 점이 심리학적으로 의미가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것, 적과 아군을 가르는 것, 선과 악으로 누군가를 이분하는 것, 어떻게 표현하자면 이른바 정치과잉의 시간에 찬찬히 읽어보기에는 너무나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더클래식에서 출간된 버전으로 읽었는데 분량은 1700여 페이지입니다. 어렵게 읽었지만 다시 읽으니 느낌이 또 다르네요. 다소 뜬금없는 얘기지만 푸틴이 그렇게 애독하는 책이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읽어서 오히려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요.

사실 너무 길고 문체가 장황해서 읽기 힘들다는 분도 계십니다. 벽돌 책이니까요. 제 친구도 전에 읽어보다 중간에 그만뒀다네요. 사실 저도 중간중간 힘들어서 설렁설렁 읽은 부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책장에 꽂힌 책중에서 단연 최고였던거 같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거 보면 리뷰 찾아보는 편인데 온갖 리뷰 다 찾아보고도 여운이 너무 많이 남아 포스팅을 남겨봅니다.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3

뇌출혈 후 식물인간이 된 채 병상생활한지 3년째의 50대 남성이 병실에 누워있었다. 대학병원의 번잡한 6인실. 간병인은 50대 여성. 지쳐보이는 표정. 그의 배우자였다. 그 여성이 갑자기 환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목적은 살인이었다.

사건 전날 교수가 회진을 왔을때 보호자가 부탁했다. 콧줄로 공급되는 유동식으로 연명되는 남편의 유동식을 끊어달라고. 배우자는 이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고 허리는 90도로 숙였다.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되면 보통 수명을 2년 정도 남았다고 본다. 의사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내 질문을 받은 교수님은 그렇게 대답했다. 사망 원인은 대부분은 누워서 생긴 흡인성 폐렴이다. (드물긴 하지만 그전에 깨어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환자는 3년이 지났는데도 생명이 위독하기는커녕 생을 마치기에 너무 적은 나이였기 때문인지 폐렴하나 없이 건강했다. 배우자가 숨을 거두어달라 요청한 것은 결국 이 때문이었으리라. 3년째 쌓여만 가는 치료비와 체력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간병일을 기약 없이 지속할 수는 없다고.

보호자가 환자의 목을 조른 것은 오후 3시였다.
“정말로 남편을 죽일 생각이었으면 오후 3시가 아니라 새벽 3시에 목을 졸랐겠지.”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제지했다는 우리과 1년차의 노티(보고)를 듣고 대답했다.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을 사실은 배우자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죽이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배우자의 목에 닿아있던 손이 간호사에 의해 떨어지고 바닥에 주저앉은 보호자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환자는 며칠뒤 우연히 폐렴에 걸려 우연히 급작스럽게 사망하고 말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보호자의 요청 하에 기관삽관도 하지 않았고 중환자실로 옮기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이뤄진 마무리였다.
배우자의 기분은 어땠을까.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기쁘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바라던 것이 이뤄졌는데 조금이라도 기쁘진 않았을까?

이런 상황에서의 기쁨은 언급되기 굉장히 불편한 감정이다. 안도에 가까운 기쁨의 감정은 분명히 있었으리라. 도스토예프스키 스타일로 묘사하자면 어쩌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췄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감정을 불편해하며 언급하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을 것처럼 생각한다. 심지어는 그런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까지도 한다. 실제로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게되는 상황이 현실에서는 굉장히 흔한데도 말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슬퍼하며 기뻐하고, 사랑하면서 증오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한심해하는 감정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목 기괴해 보이기도 한다. 흡사 정신병자들로만 이뤄진 정신병원을 연출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감정들이 현실의 사람들에게도 존재하는 것들이기에 줄거리가 전개되면 될수록 정상인들이 살아가는 우리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등장인물이 실존인물이었던 듯한 기분도 든다. 내가 바로 옆에 있는 기분이 들게 해준다. 이로서 영화관에서 온몸을 울리는 최고사양 스피커로 연출되는 웅장한 효과음에 압도되는 기분을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문체만으로 느껴지게 해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느낀 기분은, 별점 5개짜리 영화를 10개 연달아본 기분이었다. 내가 못 느끼고 못 찾은 숨겨진 것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나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면 리뷰를 꼭 찾아보는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는 리뷰가 별로 없었다. 기대 이하였다.

사실 이 소설의 리뷰를 쓰는 게 불가능에 가깝긴 하다. 왜냐하면 스토리가 너무 중첩되어 진행되고, 따라서 해당 내용을 짧게 요약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읽지 않은 사람도 이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리뷰 독자층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이미 읽어본 사람만을 대상으로 설정했다. 내용은 최대한 짧게 적으려 한다. 20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을 나도 읽는데 반년 가까이 걸렸다. 다른 일도 많긴 했지만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만연체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 때문이다. 하지만 1독째에는 기쁨을, 2독째에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1독하고 찾아내었다면 무척 기뻐했을만한 내용으로 리뷰를 작성하고자 한다. 10~20개의 글을 연재할 생각이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공감할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앞부분은 특정인에 대한 묘사가 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각색한 부분이 여러 군데 있으며, 비슷한 경험을 겪으신 분들이 느끼셨을 모든 감정과 행동에 깊이 공감하고 존중하며, 나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상황에 있었으면 충분히 그렇게 행동하고 비슷한-아니 동일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공감하며 양팔에 힘을 줘서 껴안고 양손으로 등을 천천히 가볍게 두드리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을만한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4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4달전, 작년 가을이었다.
원래는 페이스북에만 글을 올렸다. 페친이 많다보니 좋아요도 많이 달리고, 덕분에 오프라인에서까지 알게된 분들도 많다.

아쉬운 점은 페이스북이라는 SNS의 특성에 있었다.
페이스북은 휘발성이 강하다.
정성들여서 양질의 글을 써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혀지고 다시 찾아보기도 어렵다.

한 페친 분께서 내가 썼던 페미니즘 글에 리플을 달아주셨다.
페북에서 묻히기 아까운 글인데 다시 찾아보기 쉽게 블로그 같은 매체에 따로 게시해달라는.
( https://brunch.co.kr/@qkrjiyong/1 그게 이 글이다 )

그 분 말씀을 듣고 바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다행히 한번에 합격했다.
독특한 주제의 글을 많이 써서 그랬던것 같다.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30대 남자 의사는 많지만 글까지 쓰는 사람은, 그것도 현대사상을 근거로 쓰는 사람은 나빼고 본적이 없으니까.


브런치는 페이스북과 성향이 많이 다르다.
피드에 뜨는게 아니고 찾아들어오는 분들이 많은게 큰 차이다.
똑같이 실명을 달고 쓰는 글이지만, 페북에는 잡다한 얘기를 적기 조금 부담스럽다.
내가 쓴 글이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느낌이랄까.
‘일기는 일기장에 쓰시오!’

반면에 브런치는 일기장에 가까운, 에세이 글을 적기 좋다. 실제로 브런치에는 그런 글이 많이 올라오고 호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에 먼저 글 쓰고, 그걸 이어서 브런치에 가져왔었다.
페북 게시글에 리플을 달면 끌올 효과가 있기 때문에, 페북 리플란에 브런치 링크를 달면 좋아요가 더 올라간다. 페북의 알고리즘을 이용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조금 다르게 게시글을 올리고자 한다.
브런치에는 적절하지만 페이스북에 올리기에는 애매한 글을 많이 쓸 예정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와 다르게 브런치만을 위한 글을 쓸거란 얘기다.
페북과는 전혀 상관 없이.


게시글 스타일을 바꾼다 했지만
그동안 해왔던 스타일의 글도 계속 올리려고 한다
첫번째가 페미니즘, 두번째가 의료 관련 글이다.

페미니즘

2023년 출간된 “Flowers of Fire”라는 책은 내게 깊은 감명을 줬다.
NYT에서 주목한 페미니즘 서적이다. 정하원 기자가 쓴 책이다.

정하원 기자가 쓴 ‘Flowers of Fire’

AFP 한국 특파원 출신인 정하원 기자는 언론인 답게 언론이 주목할만한 방식의 글쓰기를 보여줬다. 그녀가 쓴 “Flowers of Fire”는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의 정점에 서있었다. 팩트 위주의,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입을 꿰매버리면서 동시에 읽는 이들에게 몰입감을 선물해주는 그런 글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아쉬운 점은 이슈가 여성 입장에서 쓰여지는 경우가 대다수고, 여성이 아닌 프로 작가들도 대부분이 소위 ‘남페미’성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들이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남페미’성향의 남성들이 남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과연 옳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평범한 커리어의 일반적인 직장을 가진 2020년대 2030 연령대의 한국 남성이 페미니즘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그런 2020년대 한국 2030 남성을 대변하는 글을 쓰고 싶었고, 나의 커리어 – 평범하게 재수해서 평범하게 6년만에 의대 졸업하고 평범하게 군복무 마친 뒤 비는 시간 없이 인턴과 레지던트를 제때 마친 전문의. 어떤 의사도 위화감을 느낄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 의사의 커리어다 – 는 그들을 대변할 자격을 부여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Flowers of Fire”에 대해 더 평하자면, 아주 잘 쓰여진 페미니즘 서적이다. 다만 30대 남성인 내 눈에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뱉은 명대사가 떠올랐다.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어쨌든 팩트로만 쓰여진 책이었지만 가해자는 모두 기득권 남성이었고 책에서 묘사되는 ‘회식’은 법이 보호해주지 않는 여성들의 수많은 성범죄 피해를 발생시키는 그런 미친 범법현장이였다. 내가 겪은 회식은 그러지 않았는데 .. 여튼 그런 사람도 있었고 명확한 근거도 있는게 딱 언론인의 글쓰기 스타일이다.

책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한국 남자들은 ‘한남’이거나 결국 한남이 될 ‘한남 유충’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국 남자들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걸 목표로하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것 같다. 할 수 있을까..

의료

의료 관련 글은 주로 내 레지던트 시절의 기억을 위주로 묘사되었다.
나는 뇌와 척추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다. 전문의 면허증 취득 후 이어지는 뇌와 척추의 기로에서 나는 척추를 선택했고, 뇌는 내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남게 되었다. (뇌 CT, MRI 판독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긴 하다)

미국 신경외과 학회 AANS의 ‘젊은 신경외과의사 위원회’ 로고. 신경외과는 주로 뇌와 척추를 다룬다. 레지던트때는 둘 다 했고 지금은 척추를 주로 진료하고 있다.

인간은 삶과 죽음, 탄생과 사망에 대해 가장 흥미를 느낀다. 이 중 탄생은 신생아의 출산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행동들, 즉 연애와 섹스를 포함한다.

나도 삶과 죽음 중 앞의 주제에도 큰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쓰려면 정말 재미있고 독창적인 글을 수십개는 쓸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을 계획 중인 내가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건 나한테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며 여자친구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선 죽음에 관한 글을 써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삶과 죽음 중에 죽음은 뇌와 가장 관련 있으며, 신경외과 레지던트 4년간의 경험은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던 시절의 기억이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이제는 더 가져올게 없고 이전에 남겨두었던 메모에서 더 가져올 수 있을듯 하다.

의사인 나까지도 눈물나게 안타까운 죽음이 여러번 있었으며, 보호자가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던 어찌보면 버림받은 죽음도 떠오른다. 5개 정도는 공개된 게시글로 작성해도 될것 같다.

척추에 대해서는 가까운 미래, 적어도 2024년에는 쓰기 힘들것 같다.

첫번째 이유는 척추 분야는 나의 현재에 대한 글이며 프라이버시 같은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뇌는 신경외과만의 영역이지만 척추는 신경외과 외에도 전문가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내 커리어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 레지던트 4년간의 뇌와 더불어했던 척추 임상겸험, 그리고 우리들병원에서 2년 가까이 겪은 척추 전문병원에서의 수련은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커리어다.

하지만 척추 분야는 워낙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많다. 척추는 신경외과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형외과와 양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타과 의사들도 척추 관련된 의료행위를 많이 하고 있다. 그 분들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글을 쓰려면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쓰려면 최근 진료한 환자들의 사연으로 재미있게 쓸 수도 있는데 모두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날 분들이라 쓰기 애매하다 ㅠ)


새로운 스타일은 다소 에세이 스러운 글, 그 외에는 주로 서평을 쓰게 될것 같다.

에세이, 그냥 나는 일기장이라고 묘사하고자 하는데, 이 글도 사실은 일기장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페북에 올리기에는 굉장히 부적절한 형식으로 보는 글이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쓰기 적절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형태의 글을 앞으로 종종 올리고자 한다.

두번째는 서평인데,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도스토예프스키. 1881년 향년 59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는 2부작으로 계획했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 1부만을 유작으로 남기고 사망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2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사망 전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궁극적으로 쓰고싶은 “종합 소설”‘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묘사했다.

개인적으로 평론가의 평점이 높은 영화를 좋아한다.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관람 후 생각할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궁금해서 다른 사람들이 쓴 영화 리뷰도 찾아 읽는데도 시간을 많이 들인다. 영화를 보는 것도 기쁨이지만 거기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도 내겐 영화를 보는것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기쁨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독하고나서, 나는 리뷰를 열심히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가장 유명한 ‘대심문관’ 등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한 리뷰가 많았지만 몇가지의 리뷰만으로 커버하기에는 책이 묘사하는 줄거리가 너무 길고 방대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호흡이 정말 길다. 짧게 크롭해서 평하기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거미줄처럼 엮여있어서, 글 하나로 책 전체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자친구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여자친구의 리뷰를 듣고 느꼈던 기쁨은 불가능하다고 그만두기에 너무 컸다. (여자친구는 천상 이과 출신임에도 문학에 담겨있는 작가의 생각을 능숙하게 파헤쳐서 나를 감탄시켰다)

따라서 나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은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서평을 짧게 여러편 쓰고자 한다. 소설의 일부에 대해서 내가 느낀 점을 쓸 예정이다.


2024년에 대해 기대되는 것은 많다. 결혼도 하고싶고 (아직 상견례도 못 했는데 이런 얘기 해도 되나 ..) 아픈 환자들 안 아프게 해드리고 싶고(이걸 맨 앞에 넣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마지막으로 의미있는 글도 많이 쓰고싶다.

일기장 형식의 글이었는데 참 길게도 썼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의미있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2

장기기증이라 함은 ‘다른 사람의 장기등의 기능회복을 위하여 대가 없이 자신의 특정한 장기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콩팥이나 간이식을 많이 한다. 장기 매매가 많이 알려져있긴 한데 국내에서 금전적 이유로 장기이식을 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된다.

우리는 뉴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장기를 이식한 이들의 미담을 많이 접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다.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도 많지만 살아있지 않은 사람, 즉 뇌사환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도 많다. 몸은 말짱하지만 뇌가 완전히 죽어버려서 깨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이식을 하는 의사들은 주로 일반외과 의사다. 그래서 장기이식이라 하면 일반외과, 이식외과의사만 생각한다. 장기이식에 신경외과의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뇌사환자이기에, 장기기증은 생각외로 신경외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사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신경외과 환자다. 그래서 신경외과 의사가 장기기증자의 주치의인 경우가 많다. 결국 장기이식을 결정할 보호자들에게 장기이식을 설명하는 의사도 자연스럽게 주치의인 신경외과 의사들이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부터 환자를 보살피고 보호자와 신뢰를 쌓아온 의사가 주치의인 신경외과 의사이기 때문이다.

뇌사 환자의 뇌CT. 안타깝지만 뇌사환자의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 DM Greer, Determination of Brain Death, NEJM, 2021.

그 날도 응급실에 의식이 흐려져 도착한 뇌출혈 환자가 있었다. 50대 초반의 남성, 특별히 살쪄보이지도 않고 호리호리한 체형. 이 나이의 뇌출혈은 보통 비만 환자에서 나타나는데 왜 뇌출혈이 생긴걸까? 응급의학과에서 남긴 기록을 보니 이내 수긍이 갔다.

‘5년 전 신부전으로 인한 신장이식, 심근경색으로 인한 와파린 복용 3년째’

뇌출혈이 흔한 신부전 환자, 그것도 와파린, 출혈을 많이 일으키는 항혈전제 복용이라니. 아스피린 같은 약한 약도 아니고 와파린이라니 .. 혈액검사 수치도 최악 ..

환자는 말끔한 차림으로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직 의식도 있고 대화도 가능했다. 다만 눈을 제대로 뜨지는 못했고, 대화는 횡설수설 엉뚱한 소리를 늘어놨다. 팔 다리 들어보라는 말에 들기는 하지만 살짝 들어놨다가 바로 내려놓는 모습. 지병만 없으면 걸어나갈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환자는 힘들어보였다. 너무도 심각한 악화요인들이 많았기에. 환자에게는 좋아질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하고 응급실 밖에 나와 불러낸 보호자들에게는 나빠질 것이 분명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설명했다. 환자는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병원 당직실에서 쉬는 중에 우리과 1년차 전공의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신장이식 받았던 그 ICH 환자(spontaneous intracranial hemorrhage, 자발성 뇌출혈) 의식이 없어졌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구나. CT는 어때?’

‘수술해야 할거 같습니다. 출혈량이 너무 많아요. 머리 열어야할거 같은데요. 근데 와파린 복용 중이라 가능할까요’

‘머리 못 열지. 와파린 때문에 출혈이 너무 심해서 다시 닫을 수도 없어. 카테터만 넣어야지.’

‘그쵸 못 열겠죠?’

뇌출혈 환자에서 개두술 대신 시행 가능한 카테터 삽입술. 출혈량이 중간정도인 환자에서 시행한다. 그림 출처는 "Minimally inasive treatment for ICH"

‘응. 시티 봤다. 수술해야겠네. 어휴 왜 이렇게 많아 … 교수님께는 내가 전화드릴테니까 너는 보호자한테 전화해서 설명하고 동의서 받아. 수술 해도 가망 없고 결국 뇌사로 갈거라는거 꼭 강조하고. 수술 하는 이유는 뇌사까지 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거다. 수술 시간은 2시간. 보호자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거 빼먹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30분만에 수술준비가 끝났다. 형광등만 밝게 빛나는 병원 특유의 백색 조용한 새벽. 수술실이 있는 3층에 도착했다. 수술실 앞에는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 6명이 모여있었다. 80대 후반의 걱정이 가득해보이는 노모, 50대 중반쯤 돼보이는 까무잡잡하고 꼬장꼬장해 보이는 형, 충격받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해보이지 않는 배우자, 그리고 경황 없어보이는 20대 아들과 딸.

‘ㅇㅇㅇ환자분 보호자분들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 ㅇㅇㅇ환자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설명 들으셨겠지만 ..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냉정하게요. 수술을 한다고 의식이 돌아올거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것은 명확히 있는 상황입니다. 수술은 무조건 해야하는 것이고,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설명을 들은 보호자들이 꾸벅 인사를 한다. 나도 똑같이 꾸벅 인사를 한 뒤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출혈이 아무리 많이된다 한들, 절개부위 자체가 작다. 뼈에 구멍 뚫을 수 있게 벌리는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 사고날 일이 없다. 구멍이 뚫린 뼈 사이의 경막과 여러 막을 절개하고 카테터를 꽂는다. 뇌에 한가득 고여있던 피가 줄줄 흘러나온다. 주사기로 뽑아보니 시원하게 잘 나온다. 수술이 잘 됐다. CT 찍어보면 뇌를 꽉 누르고 있던 핏덩어리의 크기가 확연히 줄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수술이 잘 된다 한들 의미는 없다. 환자의 상태가 너무 나쁘기 때문에. 결국 뇌사로 갈 것이다. 뇌사까지 시간은 벌겠으나. 수술이 잘 된것은 의료진의 자기만족일 뿐이다.

수술이 끝나고 환자를 모시고 수술을 함께한 마취과 레지던트와 의기양양하게 수술실 앞으로 나왔다. 보호자 대기실에 보호자들이 앉아있다. 보호자들은 베드(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가 자기 가족인지, 그리고 내가 주치의인지 잘 모른다. 하늘색 수술모자는 그대로 쓰고있는채 마스크를 내리고 보호자들을 부른다. ㅇㅇㅇ환자분! 수술 끝났습니다~

보호자들이 내 앞으로 몰려왔다. 인턴 선생은 앰부를 짰고 나는 간단히 설명을 했다.

‘수술은 잘 됐습니다. 시티 찍고 어떤 상태인지 다시 확인을 할거에요. 설명은 CT를 확인해야 드릴 수 있습니다’

‘수술이 잘 됐다는 말씀이신거죠?’

까만 얼굴의 기가 제일 세보이는 환자의 형이 물었다.

‘CT 찍고 CT사진 보여드리며 설명드릴게요.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설명을 마친 뒤 1년차에게 전화했다.

‘수술 끝났다. 수술은 잘 됐어. 피 많이 나오더라. ICP(뇌압) 많이 떨어졌을거야. 뇌사까지 시간을 좀 번거 같다’

‘다행이네요. 아, 선생님. 요즘 코다(KODA, 장기기증센터)에서 장기기증 꼭 좀 설명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됐어. 포스트옵 (post operation, 수술 후) 설명은 내가 마저 할게. 장기기증도.’

‘네 감사합니다’

KODA(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참여한 장기이식센터의 장기기증 홍보. 신경외과 의사들은 KODA직원의 연락을 많이 받는다. 장기기증 설명 잘 부탁드린다는 요청이다.

뇌출혈 환자의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마음이 정말 무거워진다. 대체로 가망이 없다는 말을 하게 되는 일이 많고, 내 말을 듣고 펑펑 우는 보호자들을 봐야한다. 영화에서만 보던 눈에서 눈물이 주륵주륵 흘리며 구슬프게 우는 보호자가 내 눈 앞에서 내 말을 듣고 그런다고 생각해보라.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초보 의사 시절에는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장기기증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의사 입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환자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기기증을 권유받은 보호자들은 대체로 강렬한 심경 변화를 보인다. 대개는 가족에게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싸매고 오열한다. 중환자실 앞에서 10명 넘는 보호자들에게 장기기증을 설명했더니 그 많은 사람들이 펑펑 울며 복도를 울음바다로 가득 메운 경험도 있다.

어떤 보호자는 화를 내기도 한다. 아직 뇌사인 것도 아닌데 왜 벌써부터 포기하라고 장기기증을 권유하냐는 것이다. 그런 설명은 뇌사가 된 뒤에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억지도 사실은, 가족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에 슬픔에 공감하며 위로해드리면 이내 어깨가 축 쳐지고 들썩이기 시작한다. 결국 설명해줘서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되기는 하지만 솔직히 보호자가 화를 내면 설명의 과정이 길고 힘들다. 그리고 이 환자의 형님 분도 기가 굉장히 세보이셔서 화를 내실까 걱정되었다.

수술을 마친 환자가 CT를 찍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5층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환자를 뒤따르던 보호자들은 중환자실 문 앞에서 멈춰섰다. 나는 이들에게 설명드릴테니 중환자실 옆 회의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6명의 보호자가 따라왔고, 나는 회의실의 불을 켜고 CT 영상 3개를 틀었다. 옆을 돌아보자 보호자들이 세분은 의자에 앉고 세분은 뒤에 서있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드려도 될지 묻자 보호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설명해달라고 한다. 설명을 시작한다.

‘이건 ㅇㅇㅇ님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의 뇌 CT입니다. 여기 뇌출혈이 보이시지요. 이 때는 보시다시피 출혈량이 많지 않았지만, 출혈 부위가 비특이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거기다 와파린도 복용 중이시고, 신장이식 받으신 것도 있기에 악화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이건 수술 직전 의식이 없어졌을 때 찍은 CT 입니다. 보시다시피 출혈량이 많이 늘어서 뇌가 심하게 눌려있습니다. 피가 많이나서, 원래는 두개골절제술을 해야해요. 두개골 안에 낑겨있는 뇌를 풀어줘야하거든요. 두피를 들어내서, 두개골을 손바닥만큼 잘라내고, 안에 있는 피도 제거한 뒤 두피만 봉합하는 수술입니다. 하지만 와파린을 드시고 계셔서 지혈이 안 되기에 수술하면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수술은 좋아지자고 하는거지 나빠지자고 하는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두개골절제술 대신 안전하게 카테터를 꽂아야한다고 설명 드린것이고요’

‘이게 방금 찍은 수술 후의 CT 입니다. 두개골 안에 관이 들어가있고, 고여있던 피의 양이 많이 줄었습니다. 설명드린대로 수술은 잘 되었고요. 하지만 뇌가 아직 많이 부어있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는 저도 마음이 무겁지만, 결국 뇌사로 진행되는 것은 막을 수 없어보입니다’

전반적인 설명을 마치자, 옆에 앉아있던 머리가 새하얀 80대 노모의 눈에는 허탈감과 절망감이 비춰졌다. 배우자와 아들 딸은 훌쩍이기 시작했고, 5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형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설명을 마치고 질문과 답변도 마저 마쳤다. 설명이 다 끝났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잊지말고 해야하는 설명 한 가지. 장기기증.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설명을 드려야할 거 같습니다. 장기기증을 설명 드려야할거 같은데 .. 설명 들으실 수 있을까요?’

환자의 형이 대답했다.

‘제가 혼자 듣겠습니다.’

‘네. 그러면 다른 가족 분들은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아 .. 역시 부정적이다. 장기기증이 쉬운얘기가 아니지. 하지만 보호자들을 다 나가라고 하다니 이건 나쁜 신호인데.

환자의 나이는 이제 겨우 50살. 포기를 얘기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나이다. 긴장됐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형은 얼굴이 까무잡잡한 구릿빛. 입꼬리가 완고해보였다. 장기기증은 절대 안 하겠다고 할거 같은데 .. 화만 안 냈으면 좋겠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형에게 말을 꺼냈다. 이런 말씀 드리는 저의 마음도 어렵지만, 보호자분의 상황 이해가 제일 중요하니 냉정하게 말씀드리겠다. 설명하는 나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동생 분은 가망이 없다. 수술을 권유한 것은 말씀드린대로 뇌사로 가는 시간을 늦추려고 한 것이다. 수술은 굉장히 성공적이었지만 이건 단지 그 시간을 많이 벌은 것 뿐이다.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환자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저희가 꼭 설명드리는게 있다. 저희가 이식센터에 부탁 받아서 그러는거고 모든 환자들을 위한 마음으로 하는거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드리는 설명이 아니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동생분이 신장이식을 받으신 것도 있고 여러모로 건강이 안 좋으셔서 가능한지는 확인을 해봐야하겠으나 .. 장기기증을 권유드리고 싶다. 형님분께서 동생에게 죄책감을 느끼시긴 하겠지만

‘선생님’

형님분의 완고한 입술에서 나온 한 마디가 나의 말을 끊었다.

아, 화내려나보다 … 그래. 이럴거 같았다. 화내도 달래면 되니까 상관없다. 내가 잘못해서 화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완고해보이기만 했던 형의 입에서는 내가 상상한 것과는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장기기증 하고싶습니다.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할 수만 있다면 꼭 하고 싶습니다’

‘장기기증을 하고 싶으시다구요?’

장기기증을 하고싶다니? 그것도 이렇게 간절하게? 이렇게 말하는 보호자는 처음이다. 대체 무슨 일이지?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동생이 신장이식을 받았습니다. 5년 전에요. 신장이식을 못 받았으면 그 때 죽었을겁니다. 하지만 신장을 기증해주신 분 덕에 동생이 5년을 더 살았습니다. 저희는 그 5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가족들끼리 정말 재미나게 살았습니다. 기증자 분께도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매년, 기증자분의 기일에 추도예배를 드립니다. 저희는 동생에게 신장을 기증해주신 그 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 동생도 가능하다면 장기기증을 하고 싶습니다’

형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나도 목이 메어오기 시작했다. 핸드폰에는 다음 수술에 들어오라는 독촉전화가 오고 있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최대한 빨리 가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기증해준신 그 분 덕분에 저희 가족이 5년동안 너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기증자분의 은혜를 저희 가족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분께 너무 감사해서 저희 동생도 장기기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신장을 기증해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과, 가족들이 그동안 어떻게 추도예배를 드렸는지, 환자 분의 장기기증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덕분에 수술에는 조금 늦었다. 다행히 급한 수술이 아니었기에, 화장실 갔다오느라 늦었다며 죄송하다고 적당히 둘러대고 수술을 마쳤다.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며칠 뒤, 그 환자는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형님은 장기이식을 원한다고 했지만 결국 장기이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머님께서 반대하셨기 때문이다. 아드님이 생전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서, 마지막은 편히 보내드리고 싶어하셨기 때문이다. 아들을 먼저 보내야하는 어머님의 슬픔에도 공감이 되어 장기이식을 원치 않아하셨다는 얘기에 가슴이 아팠다.

상의 끝에 보호자들은 환자분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생을 마무리하셨다. 4년차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다.

덕분에 ‘너도 교회 다녔니’라는 소리를 듣던 내가 오랜만에 환자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좋은 곳에 가셨기를.
환자 분도, 장기기증자 분도.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1

12월26일 보건복지부가 인턴, 레지던트 의사들을 의미하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아마도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설명회였으리라.

이 회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동시에 진행됐다. 68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의사들이 참관했다. 공유된 줌회의 비밀번호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정책을 진행할 때, 의사들의 반발을 의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가장 의미있는 의사무리는 첫번째가 의사협회고 두번째는 아마도 전공의일 것이다.

2030에 불과한 가장 어린 의사들을 왜 의식하느냐면 ..
병원, 의원에서 사장과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게되는 선배 의사들과 달리,
근로자 성격이 강해 현실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의사들은 전공의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파업을 견인했던 것도 전공의들이었다.
복지부의 설명회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진행되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의대정원 증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12월26일의 보건복지부 설명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설득하는 복지부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박민수 차관은 전공의협회 박단 회장에게 ‘맥락을 파악하고 발언하라’고 면박을 줬고
그 외에 ‘건강보험 재정고갈’은 가짜뉴스라며 재정 전반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주요 논리 중 하나가 의대증원이 건보 지출을 증가시킬 것이었다.
그런데 건보재정 고갈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는 모습에서는 기대했던 설득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28년 고갈 예정이다)

덕분에 설명회 이후 의사 커뮤니티 사이에서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여론은 더욱 강해졌다.
어떤 회원은 외신에 이런 정부의 태도를 알리자는 의견을 내놓으며 제보할 글을 (한글로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글은 내가 그 회원에게 보낸 글이며, 외신에게 기고한적이 없는 내 딴에는 나름대로 외신에 인용되기 최대한 용이하게 작성되었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책이 의사 늘리기 뿐이라는
정부입장에 한국의 젊은의사들이 분노하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과 더불어 가장 큰 문제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감소하는 근로인구에 비해 부양해야할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 65세 이상 고령인구 인구는 2020년 15.8%에서 2050년 38.1%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되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0년 3656만3000명에서 2050년 2353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0여년간 기적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한국의 경제적 부흥은 막을 내려가고 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에 따르면 2)한국 경제에 어떤 긍정적인 전망도 찾을 수 없다. “I don’t see any sign of strength from the detailed figures about the future path of the economy,”

한국의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을 앞두고 있어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을 예정이다.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희생되고 있다는 뜻이다. 3)

2055년 고갈 예정인 국민연금은 차라리 다행이다. 한국 건강보험의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은 2028년 고갈 예정이다. 미국 인구의 36%를 차지하는 medicaid & medicare service와 비교해4) 한국의 건강보험은 인구의 100%를 차지한다. 5) 그런 건강보험이 고갈된다면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한국 의료수준은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급증하는 고령인구와 관련해 의료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보고서가 속속 발표됐다. 한국의 의사 수는 1000명당 2.6명으로 OECD평균보다는 낮으나 2.7, 2.6명인 미국, 일본과는 비슷한 수준인데6) 예상되는 의료수요 증가에 따라 의사 수도 늘려야한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 의대정원 증원은 한국 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문제는 건강보험 시스템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전국민이 가입하는 건강보험을 도입한 상황에서 의사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정부가 주도하는 건정심에서 결정된다.7)

(OECD는 지출을 의약계에서 정한다고 지적했으나 실제 심의위원 24명 중 공급자 8명은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등으로 나뉘어 서로 이해관계가 갈리기에 정부 산하인 건보공단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24명 중 공익대표 8인은 4명의 공무원, 4명의 교수와 연구원으로 이루어졌는데 비 공무원도 결국 정부가 정하기에 정부측 위원은 8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의료수가 증가율은 항상 물가상승률보다 낮았으며, 대한의사협회는 여러차례 건정심 구조개편을 주장하며 건정심을 여러차례 보이콧한 바 있다 8))

한국의 건강보험은 후진국이던 박정희 정부 시절 설계되어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mortality?와 관련된 의료는 비용이 강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이에 반해 commercial한 분야의 의료는 가격책정이 자유로운 성격을 띤다. 이에따라 미국에서 인기있는 흉부외과, 신경외과 의사 등은 한국에서 인기과가 아니며 한국의 neurosurgeon은 3091명으로 9) 미국에 비해 (인구비례당) 수가 많음에도 뇌수술을 하는 neurosurgeon은 일부에 불과하며 10)11) aneurysm clip이 가능한 숙련된 의사는 133명으로 극히 한정적이다.12) 한국의 의사들은 이런 공공성을 띠는 의료에 대해서는 수가를 높게 책정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는 외면되어만 왔다.

건강보험 시스템의 모순,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 출생률 감소에 따른 근로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의사 수 증원에 한한다. 현재 한국의 의대정원은 3058명으로 논의되던 증원 규모는 종전 350~500명에서 대통령의 ‘인상적인 숫자’ 언급에 따라 1000명에서 3000명까지 늘어났다.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의료정책에 가장 효과적으로 반발할 수 있는 의사들은 바로 레지던트들이다. 2020년 문정부 의료정책에 가장 강력히 반발했던 의사들도 전공의들이었다. 이번 정부도 전공의들의 반발이 의대증원 성패를 결정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12/26 전공의들을 상대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설명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의대정원이 다각도에서 진행되며 한국의 의료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이 설명회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진행되는지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민수 차관은 건보료 고갈이 fake news라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문제 발생을 부정하며 설명회를 시작했고, 공공성을 띠는 의료에 대해서 수가를 올릴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의대정원이 증원되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보지출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라며 반박했다. 앞서 언급된 모든 한국의료의 문제점에 대해서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차관이 부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인구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만을 바라보고 의사를 증원만이 정답이라고 제시하는 정부 고위 공무원의 모습에 젊은의사들은 크게 충격받았다. 한국 사회를 위한 것이라면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들의 경쟁 심화와 그로 인한 피해를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의사들의 고민이 사실은 의사들만의 고민이었다는 사실에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젊은의사들의 좌절은 사실 한국 젊은 인구가 정부정책에 대해 보여주는 회의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유권자의 30%에 불과한13) 2030의 인구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며 정부 정책은 결국 40~60대(40대 18.5%, 50대 19.5%, 60대 16.4%)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건보재정 고갈은 고려되는 이슈가 아니며 고령자를 만족시키는 의사수 충원에만 정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1) https://www.khidi.or.kr/board/view?linkId=48737630&menuId=MENU00928
2) https://www.reuters.com/markets/asia/south-korea-economy-averts-recession-thanks-consumer-spending-boost-2023-04-24/
3) https://www.mk.co.kr/news/economy/10677377
4) https://www.census.gov/library/publications/2023/demo/p60-281.html
5) 강제가입 –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적용대상)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 https://www.hira.or.kr/dummy.do?pgmid=HIRAA020014000000&WT.gnb=%EA%B5%AD%EB%AF%BC%EA%B1%B4%EA%B0%95%EB%B3%B4%ED%97%98%EC%A0%9C%EB%8F%84
6) OECD (2023), Doctors (indicator). doi: 10.1787/4355e1ec-en (Accessed on 28 December 2023)
7)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3122870i
8)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3292
9)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54&tblId=DT_HIRA4K
10) https://medigatenews.com/news/2880635578
11) https://wfns.org/menu/61/global-neurosurgical-workforce-map
1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2882#home
13)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20227/112065331/1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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