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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를 제안하는 금태섭 의원과 류호정 의원

최근 창당한 금태섭 의원과 류호정 의원이 놀라운 발언을 했습니다.
여성 징병제입니다.
기존에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알려졌던 류호정 의원과,
친여성 정치인으로 생각되던 금태섭 의원이 이런 발언을 한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젠더평등 관점에서 남성만 징병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징병제가 폐지되는게 합당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여성도 징병하는게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남성의 감소로 병역 면제 기준이 터무니없이 높아져,
병역을 수행할 능력도 없는 남자들까지 징병되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습니다.
2024년에는 상황이 더 심해져서 남성을 100% 징병해도 병력을 채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여성 징병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성도 군복무하는 나라들이 대체로 더 선진국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대표적인게 이스라엘,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입니다. 양성이 평등한 선진국들이죠.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찾아보니 현실은 제 생각과 조금 달랐습니다.

징병제 국가들. 초록색 45개 국이 남성만 징병, 11개 국은 여성도 징병. Pew research center.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 중 약 1/3인 60개 국가가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45개 국가가 남성만 징병했고, 11개 국가는 여성도 징병했습니다. 4개국은 애매했습니다.
CIA 팩트북도 사용해서 조사해서 확인안 여성 징병 국가는 총 14개국이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들의 WEF 성평등 순위가 궁금해서 한번 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WEF 성차별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105위로 성평등 하위권이라고 발표했던 보고서입니다.
군복무 중인 대학생도 재학 중인 것으로 계산해 통계오류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 오류를 보정한 수치는 제가 정리한바 있고,
보정 후에도 성평등 순위는 101위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성차별순위 한국 105위. 통계왜곡은 없을까? (brunch.co.kr)

통계는 3가지로 나눠서 했습니다.

  • 징병제를 하지 않는 국가
  •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
  • 여성도 징병하는 국가

데이터는 3개를 이용했습니다. WEF 보고서, 퓨리서치센터 데이터, CIA 팩트북.
WEF 성차별 순위에 반영되지 않은 국가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통계오류는 있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여성 징병 국가 14개국 중 2개국이 WEF 보고서에서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에리트리아, 북한)

먼저 평균순위만 계산해봤습니다. (순위가 높을수록 평등합니다)

  • 징병제를 하지 않는 국가: 성차별 평균순위 68위
  •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 : 성차별 평균순위 75위
  • 여성도 징병하는 국가 : 성차별 평균순위 92위

여성 징병 국가의 성차별 순위가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불평등하다는 뜻입니다.

저는 여성도 징병하는 국가가 더 평등할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달랐습니다.
여성 징병 국가가 가장 불평등했습니다.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는 여성 징병 국가보다 평등했으며
아예 징병제를 하지 않는 국가는 징병제 국가보다 더 평등했습니다.

엑셀로 정리해본 징병제 국가 WEF성평등 순위. 최하위가 146위인데 145위까지 있다. 대체로 최하위권이다.

여성 징병제 국가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이스라엘 같은 선진국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여성 징병제 국가에는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많았습니다.
말리, 차드, 베닌, 니제르 등등 .. 제가 알기로 이웃나라와의 분쟁이나 내전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들입니다.

여성인권이 높은 나라들이 여성을 징병할줄 알았던 제 생각과 달리
현실은 여성을 징병해야할 정도로 분쟁이 심한 국가들이 주로 여성을 징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WEF 성차별 순위를 세분화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여성징병국가들의 교육 성평등 순위는 평균 104위로 최하위권. 하지만 정치의 성평등 순위는 평균 62위로 굉장히 높다.

말씀드린대로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대체로 성차별 순위가 낮았고, (불평등했고)
교육 차별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EF 성차별 보고서가 146개국을 대상으로 하는데
교육분야 성차별 순위는
여성 징병제 국가 12개 중 6개가 130위 밖이었습니다.
공동 1위인 국가가 2개나 있었음에도 평균 순위는 104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정치 순위를 보면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스웨덴,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 4개국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가 100위 밖이던 교육 순위와는 달리
정치 순위에서는 12개국 중 11개국이 100위 이내에 들어왔습니다.
정치분야 평균 순위는 교육 순위보다 42위나 높은 62위였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인 모잠비크의 경우에는,
교육 성차별 순위가 130위로 최하위권이었으나 정치에서는 8위로 최상위 성평등 국가였습니다.
쉽게 말해 여성징병 국가들이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더 평등했던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순위가 51위로(통계오류 보정 후) 상위권이었으나
정치순위는 88위로 하위권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교육에서는 평등했으나 정치에서는 불평등했던 것입니다.

하다보니 궁금해서 남성징병 국가들 전체를 대상으로도 통계를 돌려봤습니다.

남성징병 국가의 평균 성차별 순위는

교육 분야에서는 69위로 평균보다 높았지만,
정치 분야에서는 79위로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62위였던 여성징병 국가들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비징병제 국가의 평균 정치순위는 70위입니다.

정치 분야에서의 성차별 평균 순위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여성 징병국가 62위 (가장 평등)
  • 남성만 징병국가 79위 (가장 불평등)
  • 비징병국가 70위

WEF 보고서에서는 총 4개 항목을 다뤘습니다.
정치/경제/교육/보건이고, 앞에서 다루지 않는 경제와 보건 분야 순위도 계산해봤습니다.
여성 징병국가의 해당분야 평균 순위는 경제 92, 보건 87위로 교육 분야와 거의 동일하게 하위권이었습니다.

참고로 WEF 성차별 보고서의 정치 분야 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 징병 국가인 모잠비크의 정치분야 성평등 점수. 국회의원은 여성이 43%를 차지했고, 장관(ministral position)은 여성이 더 많다.

결론입니다.

  • 여성 징병 국가들은 대체로 WEF 성평등 순위가 낮았습니다. (양성 불평등)
  • WEF 성평등 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남성도 징병하지 않는 국가들이었습니다.
  • 여성 징병 국가들의 WEF 성평등 순위는 낮았지만 세부항목인 정치 분야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습니다.
  •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들은 정치 분야의 성평등 순위가 가장 낮았습니다.
  • 평균적으로 여성 징병 국가들에서 여성의 정치적 위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eference)
Global Gender Gap Report 2023, World Economic Forum.
Military service age and obligation – The World Factbook (cia.gov)
Few countries currently have a draft, and most don’t draft women | Pew Research Center
제목 사진 출처 – Creator : Menahem Kahana. Credit : AFP Getty Images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19

이번에도 이전에 설명드린 WEF 성차별 통계 분석입니다.
WEF 통계에 통계왜곡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수치는 크게 의미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WEF 보고서의 통계왜곡은 군휴학 중인 대학생까지 재학 중인 것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오류를 보정해도 한국의 순위는 101위로, 2023년 공식순위인 105위와 별 차이는 없습니다.
성차별순위 한국 105위. 통계왜곡은 없을까? (brunch.co.kr)

따라서 WEF 성차별 통계의 자료에서 지적되는 왜곡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며, WEF 보고서에는 왜곡된 데이터 외에 참고할 가치가 매우 높은 좋은 데이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2023년 WEF 보고서 한국 105위, 원인은 경제와 정치

WEF 성차별 통계에서 한국이 낮은 순위를 기록한 이유는 경제, 정치 부문이 결정적입니다.

WEF 성차별 지수. 경제 / 정치 / 교육 / 건강 4가지 분야를 고루 반영합니다. 이 중 교육과 건강은 전세계가 상향 평준화 된 상태입니다. 변별력은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한국 여성의 낮은 경제 참여율과 높은 남녀 임금격차

성차별 통계의 경제 항목. 한국의 점수.

여기에서 우리는

  •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Labour Force Participation Rate, 남성과 대비해 동일/그 이상시 1.0)
  • 남녀 임금격차 (Estimated Earned Income, 예상 획득 임금, 전체남성노동자소득 대비 전체여성노동 소득)

두 가지 수치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먼저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입니다.
이 수치는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얼마나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은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는 0.747. 즉 74.7%이며 146개국 중 85위를 기록했습니다. 순위가 다소 낮습니다.

그렇다면 남녀 임금격차(Estimated Earned Income)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0.495로 남성 대비 49.5%에 불과합니다.
146개국 중 119위입니다.
참고로 이 수치는 ‘남녀 평균임금 차이’가 아닙니다.
‘전체 여성 근로자 임금의 총 합’을 남성과 비교한 것입니다.

남녀 임금격차와 성차별순위. 대한민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하위 119위다. 남녀 임금격차가 클수록 성차별 순위가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남녀 임금격차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작었으며, 동아시아와 아랍 국가들에서 컸습니다.
임금격차가 적을수록 성차별 순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은 그래프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WEF 성차별 순위가 낮은 것은 우리나라의 낮은 여성 경제활동을 반영합니다.


한국 여성의 낮은 이공계 진학률

성별 연봉차이가 큰 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이공계 진학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 지적이 있습니다.

이는 어느정도 맞는 주장입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이공계 졸업률은 실제로도 낮습니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보고서는 2023년 발간) STEM 전공 졸업생 중 여성비율은 세계 평균 38.5%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5.2%에 불과합니다.

대표 이공계 전공인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졸업생의 여성비율은 세계 평균 38.5%
대한민국의 성별 전공 비율. 대표 이공계 전공인 STEM은 25.2%로 세계평균 38.5%보다 낮다. 공학은 20% 밖에 안 된다.
한국의 대표 이공계과목 STEM 전공 성비는 25.22%로 71개국 중 61위였다.

참고로 STEM 진학률이 높을수록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공계 인력 수요가 많고, 산업 구조상 이공계 인력의 연봉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여성의 낮은 이공계 진학률은 높은 남녀 임금격차와 관련이 있어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와 산업 구조가 유사한 독일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한국, 독일과 비슷한 중국, 일본, 대만 등도 비교하면 좋겠으나 아쉽게도 해당 국가들은 STEM 관련 통계가 없습니다.


남녀 임금격차와 출산율은 상관 없어

또한, 남녀 임금격차와 출산율의 관계는 음의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도는 크지 않았습니다.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임금 격차가 줄어들 수록, 즉 평등해질수록 출산율은 떨어집니다)

남녀 임금격차와 출산율의 관계는 굉장히 미미한 수준

통계 측정 국가를 고소득 국가(High Income Countries)로 좁혀도 경향성은 유지됩니다.

통계 대상을 고소득 49개국으로 줄여도 경향은 유사하다. 통계가 튀는 일부 국가들을 제거하면 전체 국가 대상 통계와 더욱 비슷해진다. (‘일부 국가’는 상하위3개국과 대한민국)

임금 격차가 줄어들수록, 즉 남녀간 소득이 평등해질 수록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경향성은 굉장히 작았습니다. 남녀 임금격차와 출산율은 상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남녀간 소득 격차 개선은 출산율과 상관 없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방향인듯 합니다.


WEF 경제관련 통계 분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은 여성 경제활동이 낮은 편인가? (O)
– 한국은 남녀 임금격차가 큰가? (O)
– 한국여성의 이공계 진학률은 낮은 편인가? (O)
– 남녀 임금격차를 해소하면 출산율이 상승하는가? (X)

Reference)
Global Gender Gap Report 2023, World Economic Forum.
Human Development Report 2020,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남녀 임금격차 (Estimated Earned Income)등 관련 수치의 계산 방법은 WEF report 2022년 판 Appendix B에 설명되어있습니다.
한글이 포함된 모든 그래프는 제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18

여자친구는 이공계 출신이다. 여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교의 이공계 학과는 남자 비율이 굉장히 높다. 여친이 졸업한 과는 그 중에서도 남자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는 남사친이 많다.

나는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술과 밤이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하며 대부분은 공감할 것이다.

물론 남녀간에 친구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여사친은 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존재감을 인식할 정도로 그렇게 가까운 여사친은 없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에게는 있다. 좀 많다. 대학교 동기들이다.

내가 여친의 남사친을 신경쓸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는 남사친들의 행동에서 결정됐던 것 같다.

나는 잘 보이고 싶은 여자에게는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굳이 잘 보이고 싶은 이성까지 아니더라도 내 약점은 기본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정말 친하다면 약한 모습 몇 개 쯤은 보여줄 수도 있다. 그래도 잘보이고 싶은 이성에게는 아니다. 편하다고 내 약점, 약한 모습을 별 고민 없이 펼쳐서 보여준다면 아무리 친해도 연인으로 발전할 수 없다. 여친이 묘사하는 남사친들의 모습에는 이런 광경들이 유독 많아서 내가 신경이 곤두설 필요가 없었던것 같다.


여친이 묘사하는 남사친들은 학창시절의 연장선을 보는듯 했다. 연애의 주도권을 여자가 꽉 잡고 남자는 질질 끌려가는. 그래도 스펙은 좋았던 그들이어서인지 선물의 스케일은 컸다. 샤넬 백이라던가 루이비똥 백이었다던가.

대체로 백이었다. 직장인 월급 두배는 하는 고가의 명품백들. 사귄지 고작 한달인데 명품백은 대체 왜 선물하는건데? 그걸 받는 애들은 또 뭐야? 여자친구는 친구들이 답답하다고 혀를 찼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같이 웃어줄만 했는데 입을 다물어야할것 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남사친A가 3년 사귄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했는데 말만 들어도 화려하고 값비싼 프로포즈였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티파니였나? 명품 반지를 주며 결혼하자고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프로포즈에 큰 돈 들이는 남자들은 많으니까. 문제는 결과였다. 프로포즈 받은 날 여자친구가 가만히 있더니 다음날 결혼은 안 될거 같다고 대답했단다. 보통 연애를 여자가 결정하고 결혼은 남자가 결정하는거 아니었나? 프로포즈를 했는데 거절을 당했다? 나의 세계관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거절 이유였다. ‘엄마가 오빠랑 결혼하지 말래’

후일담도 길지만 A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짧게 설명하면, 여친이 A의 연애에 대해 진작에 헤어져야하는 여자였다며 이제라도 끝났으니 다행이라고 폭풍 소개팅을 시켜주는 중이다.


여친이 프로포즈에 대한 생각을 밝힌적이 있다. 결혼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야. 꽃, 편지, 진심. 사랑하는 남자의 프로포즈라면 이 세가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이건 여자라면 누구나 똑같을거라 생각하고 친구들이 프로포즈 뭐 준비할지 물어볼 때도 다 똑같이 대답해줬어.

나나 여친이나 결혼 적령기다. 여친 남사친들도 슬슬 결혼하기 시작했고, 프로포즈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자 측 의견을 여친에게 많이 물어봤다. 남사친 B도 프로포즈를 어떻게 할지 물어봤던 친구 중 하나였다.

프로포즈 3종 세트. 꽃, 편지, 진심. 진심이 애매하긴 하지만 꽃과 진심을 준비하는 것은 쉬웠다. 꽃은 사면 되고, 진심은 .. 있으니까 프로포즈 하는거겠지. 문제는 편지였다. 이과 중의 이과 ㅇㅇ학과 출신인 그들에게 글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남들은 어려워하는 미분과 적분이 그들에게는 누워서 식은 죽 먹기인 것과 반대로, 남들에게는 그냥 쓰면 되는 편지 쓰기가 그들에게는 미분적분보다 수백배는 어려운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이런 멘트가 나온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는 결국 답을 찾아냈다. 그 누구보다 이과스러운 방법으로.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여친의 남사친 B는 프로포즈 편지를 쓰기위해 챗GPT를 켰고, 여친과 있었던 키워드를 포함해서 A4 용지 3장 분량의 프로포즈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 AI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B는 정말로 챗GPT가 말해준대로 편지를 써갔다. 여자친구 앞에서, 우리 결혼하자며 챗GPT가 써준 편지를 그대로 읽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들은 여자친구는 .. 편지의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결국 울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

그것도 어떻게 보면 정성이고 노력이었을까. 프로포즈는 성공적이었고 그들은 결혼 일정을 잡은 상태다.


친구들 얘기하며 싱글벙글하던 여자친구가 말했다.

오빠. 프로포즈에 중요한건 3종세트인거 알지? 꽃, 편지, 진심.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편지야. A4 3장 분량은 돼야할거 같아. 그것도 챗GPT의 도움을 받지 않은 편지면 좋겠어.

챗GPT? 편지? 그건 쉽다고 하니 여자친구가 움찔하더니 대답했다. 오빠가 진심을 쉽게 생각하네. 내 친구는 여친이랑 평생 살 생각하니 감격돼서 울었대. 알았지? 오빠의 진심은 눈물로 확인할게.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17

4. 넥슨 메갈 손가락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하는 점

이번 넥슨 메갈 손가락 사태는 페미니즘 지지자가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고였다. 쉽게 말해 개인의 잘못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여대에 극렬 페미 동아리들의 목소리가 큰 경우가 많다보니 이번 사태와 여대 출신을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내 경험상 여대 출신이라고 해서,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화여대 부속 목동병원에서 근무했었다. 당연히 다수의 여대출신 의사들과 근무해야하는 환경이다.

특히 내가 근무하던 시기는 젠더이슈와 관련해 민감한 변화가 있던 시기다. 2019, 2020년 경에 응급실 실습도는 학생들이 의전(대학원)에서 의대(학부)로 바뀌며 학생들의 연령대가 갑자기 낮아지고, 안 보이던 숏컷 학생들이 갑자기 여러명이 등장했다. 숏컷이 페미의 상징처럼 인식되던 때다.

나도 다른 젊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강남역/혜화역 시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그들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까 조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숏컷 학생’들도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하면서 상식 밖의 사고를 치는 경우는 없었다. 다들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했었고 숏컷 인턴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TMI지만 의대전환 첫 학번 의사들이 인턴으로 근무했던 2021년은 코로나와 여타 병원내 문제로 내과 전공의들과 인턴 선생들이 유독 고생했던 때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측에서 보여주는 대응을 보면 참 안타깝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뭘 잘못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 페미니스트가 비난받는다고? 게임회사 넥슨의 여성혐오에 반대한다! 이게 그들 논리의 전부처럼 보인다.

‘집게 손’이 아니라 ‘메갈 손가락’이고 ‘일부’도 아니며 억지논란도 아닙니다.

이번 넥슨 메갈 손가락 사건은 업무에 있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벌어진 사고이기 때문에, 여성계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페미니즘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어야한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의 과실을 보고 ‘그녀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며, 메갈 손가락은 남성혐오가 아니라며, 넥슨의 대응이 과도했다며, 메갈 손가락에 분노하는 대중들이 무식한 것이라며, 명백한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며 감싸주는 행위는 페미니스트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 하는 집단이라는 인식만 남기게 된다. 페미니스트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구분하는 사람이 아닌 여자인지 남자인지 만을 구분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얘기다.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은 메갈 손가락 논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다시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사회가 될것이다.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공격당했다며 상대방을 인셀(비자발적 독신남)이라며 매도하는 행위에는 더이상 설득당할 사람이 없다.

인셀, 도태남도 혐오용어다. 약자에게 낙인을 찍고 발언권을 박탈하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약자의 이론인 페미니즘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다. 내가 제목에서 굳이 의사임을 밝힌 이유다.
흑인에게 니그로이드(니가)라고 말하는게 혐오표현인 것처럼 인셀(INCEL, 비자발적 비혼자)도 혐오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다. 위의 만화에서도 ‘인셀’은 혐오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자정을 논의하자는 사람을 배신자라고 몰아낸다면 결국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적과 아군을 가를 때가 아니다. 페미니즘이 왜 지지받지 못하는지 의논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지난 10년간 넷페미와 여성단체들이 추구해왔던 것 중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틀렸는지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끝.

1부 인트로
https://brunch.co.kr/@qkrjiyong/13
2부 메갈 손가락의 등장
https://brunch.co.kr/@qkrjiyong/14
3부 여성시위와 본격적인 남성혐오
https://brunch.co.kr/@qkrjiyong/15
4부 어떻게 화해해야할 것인가
https://brunch.co.kr/@qkrjiyong/16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16

3.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 대항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주류에 속하는 개인 또는 집단은 주류의 위협 속에서 침묵하도록 강요되고 주류를 형성하는 혐오 표현의 지지자들은 집단적으로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기 위해 결집하며, 결과적으로 혐오 표현은 사회 내 차별의 정당화, 조장, 강화로 귀결된다. ”
– “혐오 표현의 판단 기준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 중에서, 사법정책연구원, 2020.

최근 넥슨 사태와 관련해서 슬금슬금 올라오는 글들이 있다. 기업들이 직원 채용할 때 여대 출신은 거른다고. 이들은 여대 출신을 거르는건 여자를 거르는게 아니라서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도 명백한 혐오다. 여대 졸업생에 대한 혐오. 여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넥슨사태를 언급하며 비슷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한다면 이거는 혐오가 아니다. 그런데 여대 출신이라고 취업에서 배제해버린다면 이건 혐오가 맞다.

보통 여성운동 하는 사람들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는 있을 수 없기에 자신들의 행위는 남성혐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틀린 발언이다.

2016년 강남역 시위, 2018년 혜화역 시위 등이 대표적인 남성혐오, 정확히 말하면 젊은 남성에 대한 혐오 시위였다. 2016, 2018년 그들의 시위는 언어 정제가 서투르고 폭력성이 비교적 강한 20대 남성을 타겟으로하여 그들을 정치적 발언대에서 몰아내려는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젊은 남성은 정책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었고 정책적 지원은 결과적으로 젊은 여성에게 집중되었다. 1인 독신가구 지원 같은것도 남성은 배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정책이 출산율 감소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으나 분량이 길어지니 생략하겠다)

정부 1인가구 지원자격에 ‘연소득 **만원 이하’가 걸리면 배제되는것은 남성들이다.
남성 1인 가구는 2가지 방식으로 정부지원에서 배제당한다. 첫번째는 안전 이슈 등에서의 직접적 배제, 두번째는 연소득, 재산 등을 통한 간접적 배제.

메갈 손가락 모양이 왜 남성혐오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2016년 메갈이 처음 생기는 시점에서는 메갈 손가락이 혐오의 상징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갈을 필두로 여러 여성단체들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특히 2016년 강남역 집회, 2018년 혜화역 집회 등을 통해 여성단체들이 목적으로 한 것은 젊은 남성들의 목소리 배제, 즉 (젊은)남성혐오였다. 그렇기에 2017년, 2018년의 그들은 메갈을 구심점으로 삼아 남성혐오를 자행한 것이 맞으며, 메갈 손가락은 남성혐오의 상징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16년 강남역 집회가 벌어진 이유는 그 전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새벽 1시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위치한 술집에서 20대 여성이 30대 남성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었다. 가해자는 범행 당일 체포되어 이틀뒤 구속됐는데 피해자와 가해자는 이전에 어떤 관계도 없는 것으로 발혀졌다. 추가로, 가해자는 조현병으로 4차례 입원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서울지방경찰청은 묻지마 범죄 유행에 부합하다고 밝혔다.

추모 행렬이 시작된 것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포스트잇으로 시작된 이 행렬은 곧 강남역 시위로 이어졌고 페미니즘 관련 구호들이 나오면서 대한민국 젠더 논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한다.

2016년 강남역 시위의 원인은 강남역 인근 술집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피살사건이었다.

강남역 시위에 남성혐오 논란이 일면서,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의 오빠가 집회 중단을 요구한적이 있었다. 그는 “죽은 사람과 관련도 없는 자기들만의 얘기를 하고 있다”며 집회에 항의했는데,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집회 참석자들의 반응이었다.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관계였음에도 피해자의 친가족인 오빠에게 ‘남성은 빠지라’고 요구했으며 이러한 반응은 여초사이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해자의 친오빠가 피해자의 친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성이기에 여성 이슈에 대해서는 어떠한 발언도 안 된다는게 그들의 논리였다. 이런 그들의 논리는 강남역, 혜화역에서 진행된 여성들의 시위가 어떤 식으로 소비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친오빠라 하더라도 역시 저 사람도 한국 남자다" 명분은 추모였지만 그들이 이룬 것은 결국 젊은 남성의 사회적 목소리 박탈이었다.

이준석 전대표가 당대표에 선출된 후, 강남역 시위에 대해서 인터뷰한 것이 있다. 여성들이 ‘여성이라서 죽었다’는 구호만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렇다면 당신들이 요구하는 정책적 대안은 무엇이냐? 이준석의 질문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답변은 없었다. 그들은 ‘여자라서 죽었다’고 외쳤지만 그 구호의 진짜 의미는 ‘남자가 죽였다’는 뜻이다.
(“20대 여성, 어젠다 형성 뒤처지고 구호만” – 오마이뉴스)

‘여자라서 죽었다’는 구호의 진짜 의미. 그것은 ‘남자가 죽였다’였다.

결국 ‘여자라서 죽었다’는 시위의 결론은 젊은 남성의 목소리를 배제하자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결론이 그렇게 나서는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이것은 명백한 혐오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게 왜 혐오의 언어인지는 여성혐오, 혐오발언에 대해 더도말고 덜도말고 30분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모르는 분이 계실까 싶어 이 글의 맨 앞에 추가해두었다)

쉽게 말해 2016, 2018 그들의 시위는 광기였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명백한 혐오의 언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운동가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정치인들은 이를 본인의 지지율에 이용하기 위해 여성들을 지지하기 정신 없었다. 이 과정에서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던 메갈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젊은 남성의 배제’를 요구하는 남성혐오의 상징이 되어갔다.

메갈 손가락이 혐오의 상징이 아니라던가, 그런 의도로 사용된건 아니라던가, 아니면 일반적인 손가락 모양과 분간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면서 초점을 흐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메갈 손가락은 명백한 남성혐오의 상징이다. 그리고 젊은 남성은 목소리를 빼앗기고 배제당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 처한 20대 남성을 ‘정치적 유기견’이라고 표현했는데 이준석은 2022년 인터뷰에서 ‘정치적 미아’라고 표현했음)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설명한 두번째로 유명한 정치인 박원순.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그나마 젊은 남자들 눈치를 좀 보는 편인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아예 눈치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젊은 남성들에게 남자가 그러면 안 된다고 훈계하고 그들을 담론장에서 몰아내려는 시도를 지속한다. 정치권에서도 일상에서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명백한 젊은 남성에 대한 혐오다. 나는 여대에 대한 혐오를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젊은 남성에 대한 혐오도 반대한다.

유시민 이사장이 2030 남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너희는 쓰레기다’

우리는 극복해야한다.
화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철저한 해체다.
한국남성은 왜 페미니즘에 분노하는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제는 직면해야한다. 비판을 피하는 것은 혐오의 해체를 뒤로 미룰 뿐이다.

1부 인트로
https://brunch.co.kr/@qkrjiyong/13
2부 메갈 손가락의 등장
https://brunch.co.kr/@qkrjiyong/14
3부 여성시위와 본격적인 남성혐오
https://brunch.co.kr/@qkrjiyong/15
4부 어떻게 화해해야할 것인가
https://brunch.co.kr/@qkrjiyong/16


이 글은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qkrjiyong/15

2. 메갈 손가락의 등장

메갈 손가락이 만들어진 시점은 메갈리아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2016년 이전이었다. 메갈리아에서 워마드까지 이어졌던 이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어떤 이들은 넷페미로 특징지어지는 4세대 페미니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나는 최근의 한국의 페미니즘이 ‘4세대’ 페미니즘이라는 의견에 반대하기에 이들을 ‘넷페미 운동’이라고 명명하겠다)

그 움직임은 2015년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되었고, 이듬해인 2016년 흔히들 넷페미의 상징으로 생각되는 메갈리아 사이트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넷페미 운동의 시작이 디씨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였기에 이들의 움직임은 ‘메’갈리아로 네이밍되었다. ‘메르스 갤러리’ + ‘이갈리아의 딸들’이어서 메갈리아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시작이 메르스 갤러리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 말고 누군가 설명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생기기 전 넷페미들의 집결지였던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

아직 ‘메갈리아’가 생기기 전, 메르스 갤러리에는 페미니즘 관련해 처음보는 발상의 주장이 많이 나왔었다. 그 중 메갈 손가락 관련해서 나온 얘기는, 남자들을 조롱할 때 성기 크기가 작다고 조롱하면 효과가 좋다는 거였다. 이 후 많은 사람들이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고 조롱하니까 실제로 반응이 격렬하더라는 경험담이 나왔고, 메르스 갤러리에서 메갈 손가락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손가락 모양은 이듬해 만들어진 ‘메갈리아’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에는 메갈 손가락이 남성혐오의 상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제도권에서도 다들 남성혐오가 아니라고 옹호했고, 나도 개인적으로 그런 방식의 비꼬기를 좋아한다. 당시 인터넷에는 한국여자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들이 많았기에 이에 대해 보여주는 재미있는 미러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2016년 강남역 시위, 2018년 혜화역 시위를 통해 여성운동이 남성혐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발생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사회운동 참여로 특징되는 넷페미 운동의 특성상 메갈리아는 페미니즘 시위의 중심이었고 메갈 손가락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시위를 주도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오프라인의 여성단체들이었으나 실제로 주도한 것은 메갈리아 등 커뮤니티들이었다

사실 메갈 손가락 이미지 삽입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21년부터였다. 그런데 정작 ‘메갈 손가락’을 사용한 메갈리아가 폐쇄된 것은 2017년이다. 메갈 손가락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과 4년의 차이가 난다. 어떤 이들은 4년의 차이를 이유로 메갈 손가락을 메갈리아와 연관짓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갈리아 폐쇄와 ‘메갈 손가락’ 논란의 시작 사이 4년이라는 차이는 ‘메갈 손가락’과 ‘메갈리아’에 관련이 없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4년의 차이는 단지 특정한 상황에 의한 공백일 뿐이다. 그 이유는 4년 동안에는 굳이 페미니즘을 몰래 삽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9, 2020년 까지는 페미니즘 열풍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문제가 없었다.

원래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2018년 여성 운동이 남성혐오로 번지며 젊은 남성들의 의견이 넷페미의 반대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라는 의견에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이 동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박원순 시장도 그렇고 정치인들은 다들 ‘나도 페미니스트’라며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바빴다. 문재인 전대통령이 강남역 시위와 관련해 ‘다음 생애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라고 트윗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기 까지는 메갈 손가락이 굳이 어떤 이미지에 숨겨져 나올 필요가 없었다.

20대 남성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나도 이대남이었다.

그런데 2021년 즈음 해서 메갈 손가락이 이미지에 숨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메갈 손가락 이미지 삽입은 이전에도 있었다고는 하나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건 2021년이다. 왜 하필 2021년이냐? 2021년이 어떤 해냐면 이준석이 당대표로 당선된 해다. 이준석이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대변해주고 이게 언론에 집중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하니까 정치인들도 페미니즘 이슈를 꺼낼 수 없는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1년 전부터 이미 일반인들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페미니즘 동아리는 신입생 모집을 못해 없어지는 추세이며 대학교 총여학생회도 존립 이유가 없다며 성대, 연대, 동국대 등 여러 학교에서 폐지되는 추세다.

이준석 당시 최고위원의 발언. ‘이준석이 혐오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토론배틀을 신청하기 때문. 토론을 거부하고 외우라는 요구는 일종의 혐오로도 볼 수 있다

비슷한 사건인 GS사건이 터진것도 2021년이다. GS사건 때도 메갈 손가락이 사용되어 논란이 되었는데, 당시에 이 사건이 실제로 의도된 것이라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정말 많았다. 손가락 말고도 메시지에 megal 이라는 글자도 있었고 달별모양도 알고보니 페미 상징일 정도였다. 그럴싸한 심증이 너무 많아 물증 중시하는 나도 심증만으로도 의도된거라고 거의 확신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의심을 확신으로 굳힐만한 물증이 없었기에 GS 사건은 이번 넥슨 사건만큼의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GS 이미지 외에도 의심할만한 다른 기업들의 이미지들은 굉장히 많았지만 역시나 물증은 나오지 않았고 논란은 일부만의 관심거리로 남았다.

2021년 GS 사태때 논란이 되었던 포스터. 물증은 없었지만 의도치 않은 우연이라기엔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메갈 손가락’이 의심됐던 이미지들. 심증만 있어 다들 묻혔다.

그런데 이번 ‘넥슨 사건’은 달랐다. 심증을 넘어 정황상 명확한 물증이 발견된 것이다. 메갈 손가락 이미지를 넣은 사람이 본인의 트위터에 스리슬쩍 페미해줄게 라는 언급을 남겼고 이게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그 전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없어서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명확한 물증까지 확보돼서 이 정도 여파가 나타난 것이다.

메갈 손가락과 이미지 삽입 논란의 의미는 이 정도면 충실히 설명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왜 메갈 손가락이 어떤 것인지는 알겠다.

그런데 그 손가락 모양에 그렇게까지 분노할 필요가 있나? 왜 저렇게 단체로 불 붙어서 열내는걸까? 성기가 좀 작다고 놀리는게 어때서? 그들의 주장대로 소추소심(작은 남성의 성기에 작은 마음이 깃든다)이라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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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메갈 손가락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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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여성시위와 본격적인 남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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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 젠더논란의 중심에 메갈 손가락이 있다. 이 모양은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가 작다는 조롱의 의미로 사용된다. 아니라는 주장이 있으나 맞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 글의 뒤에 설명할 예정이다.

이 손가락 모양은 2023년 현재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손가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 저 손가락이 소위 ‘메갈 손가락’이다
일요일 새벽 3시, 긴급히 출근하는 넥슨 직원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사진.

2023년 11월, 게임회사 넥슨이 만든 게임 이미지에 메갈 손가락 모양이 삽입된 것이 확인됐다. 하청업체가 납품한 이미지였다. ‘남성혐오’의 상징이 하청회사의 납품을 통해 원청회사인 넥슨의 게임에 삽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넥슨 본사는 전직원을 회사로 불러들였다. 덕분에 평일인 일요일 새벽, 판교 넥슨 사옥 근처는 출근하는 직원들의 자가용으로 가득찼다. ‘메갈 손가락’ 때문이었다.

해당 이미지의 제작자가 본인의 트위터에 게시한 글.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수차례 있었으나 이번에는 파급력이 강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메갈 손가락 이슈로 뒤덮일 정도였다. 그 이유는 손가락 모양이 의도적으로, 남성혐오의 상징으로 사용됐다는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당 그림의 원화가가 트위터에 쓴 글 중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 ‘시대가 이럴수록 더욱 페미니스트 선언을’ 이라는 내용을 남긴 것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지금은 삭제되었으나 원화가가 근무하는 하청업체 ‘뿌리’의 2차 사과문에서 ‘메갈 손가락’의 삽입이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더욱 공감했던 문제는, 해당 원화가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공적인 업무에 사적인 신념을 삽입해서 회사에, 그것도 하청회사 직원으로서 원청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넥슨의 고객 대부분이 페미니즘 사상에 불편해할 수 있어 매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청사 직원이 자신의 신념을 이미지에 몰래 삽입해 원청사에 납품한 행위다. 어떤이는 이 사건을 페미니즘 문제를 떠나 원청사에 대한 하청사의 반란 행위로 보기까지도 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이슈가 되었다. 직장인 최대 커뮤니티인 ‘블라인드’가 해당 이슈에 대한 글로 가득찼으며, 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넥슨 메갈 손가락 사건’으로 끓어올랐다. 여성민우회 주도로 넥슨 측의 대응이 ‘페미니스트 마녀사냥’이며, ‘논란이 된 집게 손가락이 남성혐오를 상징한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와 반대로 민노총이 이 시위에 참여한 것에 대해 민노총의 산하 노조인 넥슨 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집게손 논란이 ‘억지논란’, ‘페미니즘 혐오몰이’라며 넥슨에 항의하는 여성단체들. 넥슨노조의 상위 단체인 민노총도 참여했다.

이 상황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은 메갈 손가락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냐고 묻는다. 반발하는 사람들은 메갈 손가락에 이렇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넥슨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메갈 손가락이 젠더 논란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넥슨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시사하면서 들었던 근거가 ‘(민노총은) 손가락의 의미도 모를 정도였다’ 였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손가락 의미도 모르면서’. 민노총의 넥슨 규탄 시위에 반발하며, 산하단체인 넥슨 노조가 탈퇴를 시사했다. 우측이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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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메갈 손가락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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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여성시위와 본격적인 남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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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교수가 어제 한국의 수가는 낮지 않다며 중앙일보에 기고문을 냈는데 이 분은 항상 데이터가 엉망입니다.

지적할 점은 세가지입니다.

1. 검증이 어려운 자료를 사용함.

김윤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가 미국 수가의 48%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이 자료의 출처는 2017년 OECD 통계라고 합니다.

OECD Health statistics는 2023년판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중입니다. raw data는 대부분 2021년 이후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2017년 통계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니까 옛날에 조사되었던 구석탱이에 있는 데이터 가져온건데 그래서 OECD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통계인지도 설명이 안 돼있습니다.

또, 전문용어 번역은 번역 과정에서 뉘앙스가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원 데이터 확인을 굉장히 중시합니다. 하지만 어제부터 종일 데이터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윤교수가 인용한 데이터가 ‘건강보험 수가’가 정확히 맞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추가로 이건 단순실수 같지만, 중앙일보에서 작성한 벤다이어그램을 보면, “자료: OECD건강데이터(2021년)”이라고 돼있습니다. 본문에서는 2017년 자료를 인용했다고 하는데 틀린거죠.

2.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미국의 공공보험을 단순 비교

김윤 교수는 미국 수가로 미국건강보험청(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 CMS) 의 수치를 이용했습니다.

CMS에서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운영하는데, 이는 저소득층과 노인 등 인구 일부에만 적용됩니다. 한때 ‘오바마케어’가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오바마케어는 이 일부 인구에만 적용되는 의료보험을 더 많은 인구에 적용하는 법입니다.

김윤 교수가 미국의 건강보험이라며 인용한 CMS의 건강보험은 인구 일부에만 적용되는 의료보험입니다. 심평원 보고서에도 나옵니다.

‘미국은 사보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CMS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정부에서 시행되는 대표적인 공공보험이다’

한국 수가에는 전국민이 적용되는 건강보험을, 미국 수가에는 저소득층 등 일부 국민만 이용하는 공공보험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13평형 아파트를 둘러보고 4인 가족도 살 수 있겠다’고 말한 그 분이 떠오르는건 저 뿐일까요.

3. ‘문케어 옹호론자’가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기 위해 입원료 올려야한다’고 주장하는 모순

김윤 교수는 기고문에서 검사수가가 너무 높다, 입원과 외래 이용량을 줄이기 위해 입원료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윤교수는 문케어(MRI등 급여화) 폐지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문케어는 MRI, 초음파 등을 급여화하면서 환자가 부담하는 검사비 대폭 감소시킨 정책입니다. 이 결과 MRI, 초음파 등의 검사량이 폭증했습니다. 제가 전공의일 때도 외래진료를 낮에 봤던 환자가 MRI 촬영 때문에 새벽까지 병원에 머물러있던 모습을 봤었습니다.

문케어는 검사로 인한 의료비 지출을 폭증시킨 정책입니다. 문케어 후 MRI 촬영인원이 26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런 문케어 폐지에는 앞장서서 반대했던 사람이, ‘의사들이 검사비 높다는 말은 쏙 빼’라며 검사비 지출을 의사들이 늘린 것처럼 말합니다. 그렇게 검사료를 확 낮추는 문케어는 옹호하면서 입원료는 올려야한다뇨. 본인의 과거 발언에 대한 책임감은 어디에 있으신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새 의대정원 수요로 인한 이슈가 워낙 컸고, 또 맞는말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굳이 의료관련 이슈는 안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윤 교수는 통계를 너무 이상하게 사용합니다. 누가 이거 이상하지 않냐고 해서 자료 뒤져보니까 바로 나오네요 통계오류가.

의대 증원, 의협은 몇 명까지 허용할까

의대증원 논란이 다시 불 붙었습니다. 불길이 거셉니다. 지난주 화요일(11/21) 정부에서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발표한 덕분입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3953명이라는 구체적인 인원에 의협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 동안 파업을 언급한적이 없었던 이번 의협 집행부가 파업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어제(11/26, 일) 의협은 전국의사대표 회의를 열고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했습니다. 파업 여부는 전회원 찬반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파업 계획까지도 언급했습니다.

2020년 이후 3년만의 의사파업이 다시 벌어질 것이냐가 가장 큰 관심사이겠으나 그 다음으로 궁금해할 부분은 그래서 의대정원이 몇 명이나 늘어날 것이냐 입니다.

의대 증원 규모는 350~500명이 거론되었는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1000명, 3000명까지 숫자가 널뛰기 하듯 왔다갔다 합니다. 오랜만에 코인 차트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심지어 4000명에 가까운 숫자까지 언급됐습니다. 복지부는 ‘수요조사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요.

이번 의협 집행부의 특징은 명분을 굉장히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기자들이 가장 중시하는건 명분인게 사실입니다. 저는 명분을 챙기는게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습니다. 복잡한 명분 문제를 바쁜 일반회원들에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하지는 않았나 싶어 아쉽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의대 증원 이슈에서의 주요 명분은 단연코 ‘과학적 근거’입니다. 복지부와 의협은 과학적, 객관적 근거에 의거해 의대정원을 늘린다는데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일반회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과학적이다’라는 포지션을 의협이 아니라 복지부가 가져간 상태라는 사실입니다. 의협 측의 주장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비과학적이다’라는게 일반지 기자들 사이의 중론입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임’을 주장하는 뒷받침하는 근거는 뭘까요. 단연 보고서입니다. 복지부에 발주받아 ‘2035년 의사 2만7천명 부족’을 주장한 보사연 보고서, ‘2050년 2만2천명 부족’을 주장한 KDI 보고서, ‘2050년 2만8천명 부족’을 주장한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보고서 등이 있습니다.

(보사연 보고서는 이전에도 엉터리라고 지적한 바 있고, 김진현 교수 보고서는 OECD 평균과 단순 비교한 내용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나마 KDI 보고서가 수준이 낫습니다)

의대정원을 늘려야한다는 보고서는 많습니다. 심지어 1500명 증원을 주장한게 가장 작은 규모입니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들을 인용했습니다. 문제는 의사협회 측에서 인용하는 보고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의협 측의 주장이 비과학적이다’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화요일 의협 기자회견 때 일반지 기자가 2차례 연속으로 질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협 측의 과학적인 근거는 어디있느냐’ ‘의협 측의 보고서가 그래서 정확히 언제 나오느냐’

‘과학적인 근거’로 사용될 보고서의 존재가 명분 상 굉장히, 아주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거죠.

이에 의협 측은 의료정책연구소(의정연, 의협 산하 단체)에서 보고서를 준비 중이며 결과는 오는주 (12월 3일까지)에 나올 예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과학적’임을 주장하며 보고서에서 의대정원 인원을 제시하는 순간 의협은 그 이하의 인원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번주 나올 의협 산하 의정연 보고서에 나온 의대정원 인원이 의협에서 타협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거란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의정연 보고서에서 적정 증원인원이 350명이라고 말하는 순간 300명이나 200명, 정원 동결은 주장할 수 없게된다는거죠. 그만큼 다음주 나오게될 의정연 보고서의 의미는 큽니다.

아쉬운 부분은 ‘의정연 보고서’가 비공개 예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난 21일 의협 이필수 회장이 ‘의정연 보고서는 다음주 발간되고, 비공개 예정’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보고서를 비공개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의정연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적정 의대정원이 몇 명이 되던간에 파장은 의협이나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거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종 의대 증원 규모는, KDI 보고서 저자 권정현 연구위원이 제시한 1200명에서, 다음주 발표될 ‘의정연 보고서’에서 제시한 인원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보사연 보고서와 김진현교수 보고서는 신뢰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보사연 보고서의 오류에 대해서는 의협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거 같고요. 그래서 남는게 KDI 보고서입니다. 결국 KDI보고서가 주 레퍼런스로 사용될 것이라 봅니다. 또, KDI보고서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최근 정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의협에서는 ‘의정연 보고서’가 제시한 인원보다 단 한명이라도 더 증원할 경우 파업하겠다고 강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고요.

결론적으로 현 의대정원 이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다음주로 예고된 ‘의정연 보고서’의 발간과 보고서에서 ‘적정 의대정원 인원이 몇명으로 제시되는지’ 입니다.

개인적으로 강대강으로 맞붙기보다는 의협 측에서 명분 챙기면서 잘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만약에 파업을 하게 되더라도 다치는 사람 없이 잘 끝나기를 바래봅니다.

요약입니다.

1. 최종 의대증원 규모는 1200명과 ‘의정연 보고서’ 제시 인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해당 보고서는 이번주(~12/3)에 나올듯 하며 비공개 예정입니다.

3. ‘의정연 보고서’ 제시 인원보다 1명이라도 더 증원될 시 의협은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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