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법이 복지위를 통과했네요. 의사 위원이 과반수이지만 병협 포함이고, 추계위가 의결권을 가지지도 못했습니다. 법안이 완전히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3월 중에 이대로 통과된다고 보는게 맞을듯 합니다.
일반인들은 추계위법 통과를 보고 의사가 이겼다고 보기도 하던데, 의사들 내부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의사 측 주장을 대변하는 위원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수결로 추계위가 돌아갈테니깐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위한 기구 설치’
대전협 7대요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추계기구가 과학적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하는걸까요? 아니 막말로 어디 서울대병원처럼 유명한 병원에 근무하는 이상한 교수님 몇 분이 황당한 주장을 한다고 해서 그게 과학적인 주장이 될 수는 없는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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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부터 의사부족을 주장하던 보사연의 연구보고서를 분석했었습니다. 2035년에 의사가 2만7천명 부족하다던 그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는 여러 오류들이 존재했고, 오류를 덮기 위해 새로운 오류로 덮는 – 한마디로 통계조작까지 확인되던 보고서입니다.
저는 보고서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다른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통계를 아는 분들은 제 설명을 이해했지만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보고서가 비과학적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납득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연구조작으로 유명한 황우석이 연구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누가 결정한걸까요?
대중이? 정치인이? 당연히 아니겠죠.
그러면 판사가? 아닙니다. 판사는 황우석에게 징역2년을 선고했지만 연구조작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황우석의 연구가 조작이고 비과학적이라고 판단한 것은 서울대학교 징계위원회였습니다. 위원장은 응용화학부 교수였고요. 동료 과학자가 과학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정한 것입니다.
2035년에 의사가 2만7천명 부족해진다는 연구보고서가 비과학적인 것은 누가 정해줄까요? 정부에서 발주한 연구보고서는 과학적인지 여부를 판단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그런 보고서가 나온겁니다. 그리고 언론과 정치인은, 그저 이런 보고서가 있다던데? 하고 국민들에게 얘기를 해줄 뿐이고요.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얘기도 허구처럼 보일때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한의사들은 SCI저널에도 논문을 내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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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무언가가 ‘과학적이다’는 컨센서스를 의사들끼리 공유하면 그것이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착각을 하는 일이 잦은 것 같습니다. 의사끼리 과학적이라고 인정하는데 그치면 병원 밖에서는 영향력이 없습니다. 의사끼리 컨세서스를 공유하는데서 그치면 안 됩니다.
사회를 바꾸려면, 법과 제도를 정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컨센서스를 공유해야하고,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국민들이 컨센서를 공유해야합니다. 그래야 뭔가 바껴도 바뀝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우리끼리 컨센서스만 공유되면 거기서 더이상 뭔가 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정치인을 욕하고, 관료를 욕하고, 국민을 욕하고, 그리고 바뀌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한의사들이 초음파도 보고 주사도 놓고 그러다가 리도카인은 걸려서 리도카인은 못 놓지만 레이저도 쏘고 다 하고 있죠.
저는 과학적인 추계 기구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습니다. 추계기구가 과학적인지 아닌지를 누가 판단하는지에 대해서요. 의사들이 동의하면 그게 과학적인건가? 그러면 통계학자도 넣고 순수과학자도 넣어야하는거 아닐까? 의결권을 의사가 갖는게 가능할까? 정치인이 그렇게 할까? 정치인에게 권력을 가져다주는 국민이 거기에 동의를 할까?
보사연 의사2만7천명 부족 보고서가 연구조작인걸 증명하기 위해서 애쓰면서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한거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생각도 하고 행동도 이거저거 다 해봤고요.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제 주장이 과학적이라는걸 납득시키는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추계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추계위가 통계 조작하는 보고서 정도는 걸러주겠지. 그래도 없는것보다는 있는게 낫겠지.
20세기 가장 위대한철학자로 꼽히는 비트겐슈타인도 본인이 공대를 졸업한 이과 출신임에도 과학에 대한 회의감을 가졌습니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분석철학자들이 모인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비트겐슈타인은 그들의 과학에 대한 신봉에 동의하지 않았죠.
쉽게말해 과학 자체가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나중에 가서 보면 절대진리는 아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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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부터 말했지만 추계위 의결권은 애초에 가져오기 힘들었습니다. 의협이 무능해서 못 가져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부승 교수님이 예로 들었던 일본의 경우에도 최종의결권은 정부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추계위법 통과가 의사들의 패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고 계속 버티기만 하면 모든걸 얻을 수 있을거라는 시선에는 변화가 있긴 해야할거 같습니다.
**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보사연 2만7천명 부족 보고서는 더이상 언론에서 인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보사연도 그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고, 2035년에 1만명이 부족하다는 다른 보고서를 인용하더군요.
엉터리 보고서 하나 인용되는거 막는데 2년 정도 걸린거 같습니다. 작은 것도 쉽게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